[기고] 산업현장의 찰떡궁합
[기고] 산업현장의 찰떡궁합
  • 국토일보
  • 승인 2023.11.1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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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서울남부지사 박진호 지사장
박진호 지사장.
박진호 지사장.

궁합(宮合)이란 말은 원래 혼인할 남녀의 생년월일과 시간을 맞춰 부부로서의 길흉화복을 예측하는 것을 가리키는 단어다. 그러나, 점차 그 의미가 확장돼 서로 다른 두 객체가 합쳐지면 상호보완 등을 통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를 측정하는 표현으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학교 친구나 사무실 동료와 유난히 성격이 잘 맞는 경우 궁합이 잘 맞는다고 한다. 둘이 무슨 일만 하면 성과를 낸다. 찰떡궁합이다. 쌍두마차, 투톱, 러닝메이트 등으로도 표현된다.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다. 음식궁합이니, 약 궁합이니 하는 말이 대표적인 예라 할수 있다. 고구마를 먹으면 가스가 생기기 쉬운데 사과의 성분이 이를 막아준다. 돼지고기에 새우젓을 곁들이면 고기 안에 있는 단백질, 지방 등을 빠르게 소화시켜 준다. 한 쪽의 단점을 보완해 시너지를 내는 궁합이 맞는 음식이다. 억지 비유일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아플 때도 이를 보완하는 약이 있지 않을까? 얼마 전 광고들을 보고 장난삼아 읊어 보았다. 감기엔 판○○, 피로엔 박○○, 변비엔 아○○, 두통·치통엔 게○○... 박자도 척척들어 맞는다. 확실히 궁합이 찰떡인 약인 것 같다.

우리 일터에서 고질적으로 발생하는 사망사고가 있다. 추락에 의한 것이다. 작년 한해만해도 전체 사고사망자 수 874명 중 322명이 추락에 의해 사망했다. 대표적인 기인물로는 사다리에서의 추락이 36명, 일명 스카이로 불리는 고소작업대(차)에서의 추락이 11명이다. 전체 추락의 약 15%다. 서울남부지사 관내 7개 구에서만 하더라도 올해 13명의 사고사망자 중 5명이 여기서 추락했다. 이런 고질 중의 고질병을 보완해 줄 약이 있을까? 왜 없겠는가? 안전모와 안전대가 바로 그것이다. 사다리에서의 추락이라 함은 대부분 높이 2m 미만이다. 이 정도 높이에서 떨어진다고 하면 안전모만 제대로 쓰고 있어도 90% 이상은 사망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고소작업대 즉 스카이에서의 추락은 어떨까? 대부분 높이 5m 이상은 될 것임을 감안하면 안전모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이 때의 약은 안전대다. 안전대만 제대로 메고 있어도 역시 대부분의 사망사고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자 이제 작업 상황에 따른 찰떡궁합 약이 나왔다. 박자를 감안해 고소작업대(차)는 스카이로 하겠다. “사다리엔 안전모, 스카이엔 안전대...”.

이 둘의 약을 씀으로써 단순 수치상으로만 봐도 전체 사망사고의 5% 이상을 줄일 수 있다. 비계, 계단, 지붕 등 다른 기인물에서의 안전대, 안전모 미착용으로 인한 사망사고를 감안한다면 약효는 훨씬 클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도 이미 그 처방이 나와 있다.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규칙 제32조를 보면 물체가 떨어지거나 날아올 위험 또는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작업에는 안전모 높이 또는 깊이 2미터 이상의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하는 작업에는 안전대를 착용하도록 돼 있다. 사다리, 스카이외의 작업에도 궁합에 맞게 범용으로 쓰이고 있는 약이다. 이 외에도 안전화, 보안경, 방진마스크 등 각 작업 상황에 맞는 찰떡궁합 약이 명문화 돼 있다.

지난 30여년 간 일터에서의 안전문화 정착을 위한 여러 슬로건, 캐치프레이즈 등이 있었다. 이제 좀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내용을 간결하게 제시(처방)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전행동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마치 운전석에 앉으면 무의식적으로 안전벨트를 메는 것처럼 말이다. 위의 찰떡궁합 약들을 슬로건 등으로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귀가 따가울 정도를 넘어 환청이 들리도록 말이다. 그래야 자동차 안전벨트처럼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다리엔 안전모, 스카이엔 안전대, 지게차엔 안전띠. 작업장엔 안전화...”.

jin446@kosh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