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합(宮合)이란 말은 원래 혼인할 남녀의 생년월일과 시간을 맞춰 부부로서의 길흉화복을 예측하는 것을 가리키는 단어다. 그러나, 점차 그 의미가 확장돼 서로 다른 두 객체가 합쳐지면 상호보완 등을 통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를 측정하는 표현으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학교 친구나 사무실 동료와 유난히 성격이 잘 맞는 경우 궁합이 잘 맞는다고 한다. 둘이 무슨 일만 하면 성과를 낸다. 찰떡궁합이다. 쌍두마차, 투톱, 러닝메이트 등으로도 표현된다.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다. 음식궁합이니, 약 궁합이니 하는 말이 대표적인 예라 할수 있다. 고구마를 먹으면 가스가 생기기 쉬운데 사과의 성분이 이를 막아준다. 돼지고기에 새우젓을 곁들이면 고기 안에 있는 단백질, 지방 등을 빠르게 소화시켜 준다. 한 쪽의 단점을 보완해 시너지를 내는 궁합이 맞는 음식이다. 억지 비유일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아플 때도 이를 보완하는 약이 있지 않을까? 얼마 전 광고들을 보고 장난삼아 읊어 보았다. 감기엔 판○○, 피로엔 박○○, 변비엔 아○○, 두통·치통엔 게○○... 박자도 척척들어 맞는다. 확실히 궁합이 찰떡인 약인 것 같다.
우리 일터에서 고질적으로 발생하는 사망사고가 있다. 추락에 의한 것이다. 작년 한해만해도 전체 사고사망자 수 874명 중 322명이 추락에 의해 사망했다. 대표적인 기인물로는 사다리에서의 추락이 36명, 일명 스카이로 불리는 고소작업대(차)에서의 추락이 11명이다. 전체 추락의 약 15%다. 서울남부지사 관내 7개 구에서만 하더라도 올해 13명의 사고사망자 중 5명이 여기서 추락했다. 이런 고질 중의 고질병을 보완해 줄 약이 있을까? 왜 없겠는가? 안전모와 안전대가 바로 그것이다. 사다리에서의 추락이라 함은 대부분 높이 2m 미만이다. 이 정도 높이에서 떨어진다고 하면 안전모만 제대로 쓰고 있어도 90% 이상은 사망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고소작업대 즉 스카이에서의 추락은 어떨까? 대부분 높이 5m 이상은 될 것임을 감안하면 안전모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이 때의 약은 안전대다. 안전대만 제대로 메고 있어도 역시 대부분의 사망사고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자 이제 작업 상황에 따른 찰떡궁합 약이 나왔다. 박자를 감안해 고소작업대(차)는 스카이로 하겠다. “사다리엔 안전모, 스카이엔 안전대...”.
이 둘의 약을 씀으로써 단순 수치상으로만 봐도 전체 사망사고의 5% 이상을 줄일 수 있다. 비계, 계단, 지붕 등 다른 기인물에서의 안전대, 안전모 미착용으로 인한 사망사고를 감안한다면 약효는 훨씬 클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도 이미 그 처방이 나와 있다.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규칙 제32조를 보면 ▲물체가 떨어지거나 날아올 위험 또는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작업에는 안전모 ▲높이 또는 깊이 2미터 이상의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하는 작업에는 안전대를 착용하도록 돼 있다. 사다리, 스카이외의 작업에도 궁합에 맞게 범용으로 쓰이고 있는 약이다. 이 외에도 안전화, 보안경, 방진마스크 등 각 작업 상황에 맞는 찰떡궁합 약이 명문화 돼 있다.
지난 30여년 간 일터에서의 안전문화 정착을 위한 여러 슬로건, 캐치프레이즈 등이 있었다. 이제 좀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내용을 간결하게 제시(처방)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전행동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마치 운전석에 앉으면 무의식적으로 안전벨트를 메는 것처럼 말이다. 위의 찰떡궁합 약들을 슬로건 등으로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귀가 따가울 정도를 넘어 환청이 들리도록 말이다. 그래야 자동차 안전벨트처럼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다리엔 안전모, 스카이엔 안전대, 지게차엔 안전띠. 작업장엔 안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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