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문화탐방] 우리배 "한선" 2
[해양문화탐방] 우리배 "한선" 2
  • 부산=김성민 기자
  • 승인 2023.10.27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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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적, 지형적 조건에 맞는 평평한 배 밑을 가진 뗏목배가 발달...독특한 조선기술
▲제주도 배 “테우”.( 해양인문학의 이해 제공)
▲제주도 배 “테우”.(해양인문학의 이해 제공)

[국토일보 김성민 기자] 초기 우리의 선조들은 뗏목배를 타고 가까운 해안으로 나가서 그물로 고기도 잡고 바닷속의 해조도 따고 조개나 해삼, 전복 등도 잡았다.  

뗏목배는 지금도 동해안, 남해안 등지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강원도 동해안 정동진에서는 이를 '토막배'라 하고, 제주도에서는 '테우'라고 한다. 바다 건너 일본의 서해안과 대마도에서도 정동진의 토막배나 제주도의 테우와 같은 뗏목배를 찾아볼 수 있다. 

그 뗏목배는 한반도에서 건너온 것이라는 내용의 논문이 발표된 것으로 미뤄보면, 즉 오랜 옛날부터 토막배를 타고 동쪽과 남쪽으로 바다를 건너서 일본으로 이동한 것을 알 수 있다.  

제주도의 테우는 자리돔 잡이에 이용됐는데, 배 위에 평상이 설치돼 있고, 한가운데 돛대를 세워 돛을 매달기도 하며, 섬과 섬 사이를 왕래하기도 한다. 

원시시대부터 사용돼 온 뗏목배가 차츰 발달해 거의 같은 시대에 통나무를 반으로 쪼갠 다음 돌도끼로 속을 파낸 구유처럼 생긴 통나무배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 배는 호수나 강에서 물을 건너거나 고기를 잡는 데 사용됐다. 

알다시피 우리나라의 서남 해안은 간조와 만조 때의 변화가 심하다. 해안의 드나듦이 복잡하며 길고, 넓은 갯벌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지리적, 지형적 조건에 가장 적응하기 쉬운 형태인 평평한 배 밑을 가진 뗏목배가 발달하게 됐다. 

배 밑이 평평한 배는 만조 때 밀물을 타고 갯가로 들어와서 간조인 썰물 때는 그대로 갯바닥에 편하게 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동진의 토막배나 제주도의 테우는 그 배의 몸체 자체가 한선의 배 밑이 된다.

이러한 모양은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것이다. 우리나라 전통선박인 한선(韓船)의 배 밑은 이 평평한 바닥을 가진 뗏목배의 만듦새와 똑같다. 뗏목배나 쪽배는 돛대를 세워 돛을 달고 먼 곳 또는 먼 나라인 일본의 서해안, 대마도, 구주까지 항해를 할 수 있었으나, 그 이상의 발전은 하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에 인간은 불을 발견해 활용하게 되고 또 쇠붙이인 동, 청동, 철을 이용해 도구를 만들게 됐다. 즉 불, 청동, 철 등을 활용해 도구 즉 칼, 끌, 도끼, 자귀, 쇠못, 쇠띠 등을 만들고 이러한 것을 활용해 나무를 자유자재로 얇은 판자와 각목들로 만들어 내게 됐다. 

이러한 목재를 이용해 지금까지 쓰던 뗏목배나 쪽배 위에 각목과 판자를 더 붙여서 조립해 배를 만들었는데 이러한 배를 앞서 말했던 준 구조선이라고 하고 더 발달된 배, 즉 완전한 선박의 구조를 갖춘 배를 구조선이라고 한다. 
  
또한 더 개량된 뗏목배는 넝쿨이나 노끈으로 엮어서 만든 뗏목보다는 좀 더 발달된 것으로서 통나무의 옆구리에 네모진 구멍을 파내고 나무창인 가새를 꿰뚫어 박았다. 개량된 뗏목배의 주재료는 오동나무를 썼다. 사용하는 중에 파손이 되거나 부식되는 것이 있으면 그것만 새것으로 갈아서 사용한다.

뗏목배는 50년 전까지만 해도 압록강과 두만강 그리고 한강에서 볼 수 있었다. 강 상류에서 벌채한 통나무 목재를 강물의 흐름을 이용해 하류로 운반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됐다. 

일본의 서해안인 한국의 동해 남쪽 해안과 쓰시마 섬과 규슈 그리고 오키나와에는 우리의 뗏목배와 똑같이 생긴 ‘제-모꾸부네(ゼ-モクブネ)라는 배가 있다. 

▲일본의 제-모꾸부네(ゼ-モクブネ).( 해양인문학의 이해 제공)
▲일본의 제-모꾸부네(ゼ-モクブネ).(해양인문학의 이해 제공)

“한국의 동해안에서 사용하고 있는 ‘토막배’라고 하는 뗏목배와 일본의 서해안, 쓰시마, 큐-슈 등에 잔존해 있는 뗏목배의 만들어진 방법이 같고 부르는 이름도 ‘뗏목배’-한국어’와 ‘제-모꾸부네’-일본어’가 서로 같다.”라는 설이 있다. 한국어가 일어로 다음과 같이 음운변화를 한 것이다. ‘떼가→ 제’,로  ‘ㅅ이 → -으’로/ ‘목이→ 모꾸’로, ‘배가→ 부네’로 변했다는 설이다. 

참고로 배라는 우리말은 ‘빠이’라는 말에서 파생됐으며 통나무를 파내거나를 대나무를 이어서 만들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상고시대 이래로 한반도의 동해안, 남해안, 서해안 등지에서 이러한 뗏목과 토막배 또는 통나무 쪽배인 퉁궁이를 타고 해류 및 계절풍을 이용해 일본으로 항해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렇듯 초기의 배는 통나무의 속을 파내거나 나무토막을 이어 붙여 제작한 통나무배에서, 배의 골격에 외판과 갑판을 붙인 구조선으로 발달했다.

우리나라에서 발달해 온 통나무배의 유물로는 우선 1971년 경상남도 울주군 언양면 태화강 상류의 반구대에서 발견된 청동기 시대에 그려진 바위그림이 있다. 이 암각화에는 모두 3척의 배가 보이는데 가야시대와 신라시대의 배 모양 토용과 모양이 비슷하다.

배의 앞과 뒤가 높이 솟아오른 것은 스칸디나비아, 고대 이집트, 페니키아, 페르시아, 인도 등지에서 발달한 고대선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특기할 만한 것은 바다에 그물 등을 쳐 놓았는데 이러한 어로활동은 지금도 서남해안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통나무의 속을 파서 만든 것에서 보다 발전한 준 구조선(準構造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