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리뷰] 안타까운 상황
[전문기자리뷰] 안타까운 상황
  • 이경운 기자
  • 승인 2023.10.2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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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공급대책에 차질이 예고된다. 민간이 공급에 나설 여건이 개선되지 않고 있어서다.

정부는 2~3년 뒤 공급부족으로 인한 집값상승론이 대두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내놓았다.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집값 안정 기조를 유지하며 공급만을 늘리기 위한 묘수였다.

대책의 골자는 민간의 강력한 참여를 유도하는 것. 또한, 3기 신도시 등 수도권에 택지를 공급해 앞으로의 공급 가뭄을 상쇄하려는 계획도 담겼다.

다만, 민간이 공급에 나설 여지가 줄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공사비 인상으로 인해 사업성을 확보할 수 없고 고금리로 인해 이자 부담이 늘었다. 당장 사업하기보다 내년 상반기 또는 그 이후로 일정을 연기하는 분위기다.

그 결과 올해 주택공급실적은 한껏 침체됐다. 대형건설사들은 수도권 정비사업 등 사업성이 보장된 곳에서 선방하고 있지만, 중견건설사들은 주택사업을 최소화한 힘든 연말을 맞고 있다.

중견사들의 공급실적은 처참하다. 호반, 중흥, 우미 등 몇몇 곳들만 사업을 풀어냈을 뿐 10여곳 이상이 단 한곳의 분양도 진행하지 않았다.

공급이 움츠러든 만큼 건설주는 찬밥이다. 이-팔 전쟁에 미국과의 금리차이 등 글로벌 악재까지 덮치며 매일 52주 최저가(연중 최저) 알람을 울려댄다.

공공주택을 공급해야할 LH도 검단사고 여파에서 허덕이고 있다. 연일 문제가 이어지며 LH 임직원들의 사기를 바닥 및 지하실로 끌어내렸다. 아직도 책임공방과 상황수습에 허덕이고 있다.

문제는 내년이다. 전문가들은 내년에 공급이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공급의 성패를 좌우할 금리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로 해결될 기미가 없다.

최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잡히지 않으면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과의 금리차이가 2%로 역대 최대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6회 연속 동결하며 버티고 있지만 이제 인내를 멈추려는 모양이다. 이 총재는 대출을 많이 받아 집을 산 영끌족에도 “상환 능력을 잘 따지라”는 무서운 당부를 잊지 않았다.

총재의 금리관련 발언은 주택수요자들을 한껏 움츠러들게 만든다. 대출없이 집을 살 수 없는 상황에서 고금리 장기화와 초고금리 예고는 ‘집을 사지 말라’는 말로 들린다. 정부의 공급대책을 지원해야할 민간에게도 무시할 수 없는 사안이다.

정부의 한쪽은 공급을 늘려 시장을 안정시키려 하고, 한쪽은 집을 사 가계부채가 늘면 금리를 올리겠다고 한다. 9.26 대책, 순탄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