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리뷰] 하루 숙박비 260만원
[기자리뷰] 하루 숙박비 260만원
  • 조성구 기자
  • 승인 2023.10.1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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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일보 조성구 기자] 260만원. 10일 감사원이 발표한 ‘공공기관 재무 건전성 및 경영관리 실태 감사’ 결과에서 밝혀진 가스공사 전 사장의 해외출장 당시 하루 숙박비용이다.

일반 국민들은 생각하기 어려운 금액이지만,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채희봉 전 사장은 대범하게 재임기간 총 16번의 해외 출장에서 6,000만원이 넘는 돈을 지불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장이 그러하니 가스공사 직원들도 시간 외 근무 기록을 허위로 입력해 보상휴가를 사용, 진짜 자신들에게 보상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고졸사원의 학사 학위 취득 기회 제공을 목적으로 설립한 LH토지주택대학의 비전임교원을 모두 비공개로 LH 퇴직자를 채용했다. 특히 지난 2021년 ‘LH 부동산 사태’에 책임을 지고 퇴직한 당시 부사장 등 상임이사 4명 전원을 교원으로 채용해 연봉 9,000만원을 지급하는 꼼수를 부렸다.

한전 등 공공기관 14곳의 임직원들은 겸직 금지 규정을 어기고 부당한 영리 활동으로 약 24억원에 달하는 가욋돈을 챙겼다. 한전 직원은 태양광발전사업으로 수억원 대의 매출을 올렸고 한국수자원공사는 손실보상업무 담당 직원이 자신의 부친을 영농인으로 허위 등록해 보상금 8,000여 만원을 부당 취득했다.

이들을 관리하고 감독해야 하는 산업부 공무원의 비행도 심각했다.

자신들의 회식에 한국지역난방공사 직원을 굳이 참여하도록 강요, 한난 법인카드로 3년 반의 기간 동안 회식비 및 식사비 약 4,000만원을 결제하도록 강요하는 갑질을 벌였다.

이 같은 그들의 비위 행위와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산업부 국정감사 현장. 국감을 모니터링하며 드는 기시감은 기자에게만 드는 생각일까. 질의하는 국회의원이나 산업부 장관의 대답은 마치 진정성이 없는 대본에 따라 정해진 역할극처럼 느껴졌다.

국정감사에서 산업부 장관은 한전의 부채 문제 해결 방안을 질의하는 야당 의원의 지적에 “이전 정부가 전기요금을 제때 올리지 못해 현재와 같은 부실이 초래됐다”고 강조했다. 가스공사의 천연가스 수요 예측 실패로 공사가 천연가스를 중국, 일본 등보다 비싸게 수입한 것이 한전의 부채 원인 중 하나가 됐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탈원전으로 인한 장기적인 에너지 정책 부재가 원인이라는 등, 에너지 비전문가를 에너지 기관 수장으로 삼아 전문성 부족이 정책 실패를 가져오고 있다는 등 다양한 논박이 의원실 보도자료로 쏟아졌다.

이유가 없는 결과는 없다. 하지만 외부 상황이 아무리 우호적이여도 조직 구성원의 ‘회사생활’이 이처럼 자유롭다면 아무리 훌륭한 정책과 제도도 효율적이지 않을 것이다.

지금 드러난 그들의 비리가 정말 ‘빙산의 일각’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