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리뷰] 에너지관리공단
[기자리뷰] 에너지관리공단
  • 조성구 기자
  • 승인 2023.09.18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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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일보 조성구 기자] 지난주 산업통상자원부 보도자료에 ‘에너지관리공단’이란 단어가 등장했다. 에너지관리공단은 현 한국에너지공단의 이전 명칭이다. 2015년에 변경된 명칭이 산업부 홍보 보도자료에서 아직도 사용되고 있다니 의외였다.

이 같은 산업부의 보도자료 배포 이후 일간지, 경제지는 물론 일부 에너지업계 전문지도 해당 워딩을 그대로 기사화해 보도했다.

기자는 본인이 혹시 잘못 알고 있었던 건지 의아해 확인차 당일 산하기관에 문의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답변은 역시나 산업부의 “잘못된 표기”라는 것이었다.

지적하고 싶은 점은 산업부 공무원들의 정책을 다루는 자세와 태도다. 누군가는 “표기 실수 하나에 민감하게 구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를 낼 수도 있겠지만, 최근 산업부의 언론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이 지적은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산업부 등 정부 부처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문서 하단에 담당 부서 책임자와 담당자의 전화번호를 기재한다. 누구든지 자료의 내용을 보고 궁금하거나 문의하고 싶은 것은 연락하라는 의도일 것이다. 

하지만 기자들은 물론 실제 전화를 걸어본 이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점이 있다.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직원이 아니고서는 연결이 매우 어렵다. 질문을 하지 말라는 것인지, 대답하기 싫다는 것인지, 아니면 잘 모른다는 것인지 의도는 모르겠다. 

개인번호는 물론 일반 내선 번호 역시 담당자와 연결하기까지엔 어지간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기자도 ‘에너지관리공단’이라는 표기 오류의 확인을 위해 여러 차례 산업부로 전화했지만 담당자와 통화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물론 정부 부처에서 알아서(?) 먼저 연락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이 보도됐을 때다. 기자도 최근 한 통의 ‘민원성’ 전화를 받았다. 기자가 작성한 ‘기자리뷰’의 ‘톤’을 조금 낮춰 달라는 요구였다.

어쩌면 그날 밤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온 산업부 관계자의 자세가 올바른 공직자의 자세일지 모른다. 최소한 그는 기자가 쓴 단어 하나하나와 그 단어의 뉘앙스까지 체크하고 곱씹었기 때문이다.

기사로 인해 조직에 조금이라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 고민하는 자세가 변경된 지 10년이 돼가는 명칭을 쓴 지도 모른 채 문의 전화도 받지 않는 복지부동 조직원보다는 훨씬 유능한 인력일 것이다.

새로 지명된 방문규 산업부 장관의 업무 성향이 ‘디테일’을 챙기고 ‘그립감(조직 장악력)’이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산업부 내 공무원들이 긴장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자신들이 제공하는 자료의 정확성을 확인하고 언론과 소통하는 능력. 이것이 신임 장관이 가장 먼저 챙겨야 할 디테일이고 조직의 기강을 제대로 갖추기 위해 첫 번째로 할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