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K-골재 선도기관 한국골재산업연구원 김인 원장
[인터뷰] K-골재 선도기관 한국골재산업연구원 김인 원장
  • 신용승 기자
  • 승인 2023.09.18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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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화된 골재 인허가 업무 골재채취법으로 일원화 시급”
골재수급 전략 등 정부 차원 선제적 조치 필요
골재 자원부족 시작… 국가전략자원 구축 국민안전 강화해야
골재 품질관리전문기관지정… 고품질 골재 수급 역량 결집
한국골재산업연구원 김인 원장이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K-골재 선진화를 위한 방안을
한국골재산업연구원 김인 원장이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골재 인허가 업무의 일원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이수재 실장.

“건축과 토목공사에 필수적인 콘크리트의 구조물 70~80%가 골재입니다. 고품질 골재가 건설구 조물 안전의 핵심이지요.” 대한민국 골재산업의 발전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는 한국골재산업연구원 김인 원장의 골재 예찬론이다. 김 원장에게 대한민국 국내 골재산업의 현주소와 업역 발전을 위한 고견을 들어본다.

“‘모래가 만든 세계’라는 책의 저자인 빈스 베이저는 “골재는 물과 공기 다음으로 우리가 가장 많이 소비하는 천연자원이나 한정돼 있고 부족 사태는 시작됐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처럼 고갈돼가는 자원인 골재를 선제적 국가전략자원으로 구축해 관리하지 않으면 국민 안전과 관련된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것입니다.” 골재산업에 대한 국민의 낮은 관심을 우려하며 김 원장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최근 붕괴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사고 구간의 콘크리트 강도는 16.9MPa로 설계기준인 24MPa의 70% 수준이다. 현행법상 구조물 코어 부분의 콘크리트 강도는 설계기준의 85%를 넘어야 하지만 지켜지지 못했고 그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불량골재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연구원은 검단신도시 아파트와 같은 사고로부터 국민안전 및 재산권이 보호될 수 있도록 건설시장에 품질 좋은 양질의 골재가 공급되도록 할 것입니다.

환경여건 변화로 하천·바다·육상·산림·파쇄골재 등 골재생산 다변화와 시장수요에 기반한 골재산업의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적합한 품질기준 개선을 도모하고자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앞서 연구원은 지난해 7월 국토교통부로부터 골재 품질검사제도 품질관리전문기관으로 지정, 골재채취업자를 대상으로 매년 1회 이상 품질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정기검사 외에도 27번의 수시검사를 진행하는 등 고품질 골재의 수급을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다.

불량골재가 감소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현재 불량골재 사용 적발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집니다. 국민 안전과 직결된 만큼 업계 퇴출 등 처벌기준의 강화가 시급합니다.”라며 불량골재 척결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결단을 요구했다.

또 “우리나라 대형 건설사는 제값은 안주면서 양질의 레미콘을 공급받길 원합니다. 회사는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고 생존하기 위해선 불량골재를 쓸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적정한 수준의 가격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불량골재에 안일하게 대응할 경우 우리의 이웃, 가족, 나아가 내 자신의 안전이 위협 받을 수 있습니다. 과거 끼니를 해결하기 바빴던 보릿고개 시절과는 달리 국민 안전의 수준은 나날이 높아졌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선 법 제정을 통한 골재 시스템화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불량골재 근절을 위해 김 원장은 먼저 골재를 바라보는 국민인식의 전환을 호소했다.

“미래 골재부족에 대비해 골재채취법, 산지관리법으로 이원화된 인허가 업무는 골재채취법령으로 일괄처리 할 수 있는 법제화가 필요합니다.

기존 골재수급계획을 정부차원에서 국가전략자원화로 구축, 계획에 의한 골재공급이 이뤄지도록 의무화하는 등 선제적 조치가 이뤄져야지요.”

아울러 건설산업기본법령에 건설공사의 품질(안전)확보와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골재수급 계획에 대한 공급이 의무화 되는 제도적 방안 마련 및 우리나라에서만 유일하게 채택하고 있는 산림골재 방식의 해외 선진사례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업무 매뉴얼에 따라 산지바닥에서 6부 능선 이상의 채취가 불가능합니다. 이러한 수직 계단형 절개방식과 소규모 면적으로 3~5년 단위의 10년 이내 단기간 반복적 채취허가는 환경훼손이 너무 큰 실정입니다.”

이어 “외국에서는 환경복원 우수성과 생물다양성이 좋은 대규모 면적의 능선부를 채석하는 Top-Down 하향식 방식을 사용, 30년씩 최대 90년까지 장기간 허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해외 선진사례처럼 Top-Down 채취방식의 도입이 필요합니다.”고 강조했다.

환경부가 골재부산물인 미세돌가루 석분을 농지환경에 무해하다고 인정, ‘폐기물관리법령’에 농지성토재로 재활용을 허용하고 있는 것처럼 농림부는 ‘건설폐기물’에서 발생하는 순환토사와 같이 골재생산에서 발생하는 미세돌가루 석분도 농지성토재로 사용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연구원은 지난해 한국형 모래 데이터 AI관리 시스템을 개발, 높은 신뢰도를 유지하고 있다.

과거 1990년대까지는 건설용으로 사용되는 모래는 천연모래인 하천·바닷모래가 주를 이뤘지만 현재는 암석을 부숴 만든 부순모래(또는 파쇄모래)의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즉, 모래의 품질을 판단하기 위해 부순모래 생산공장 판매 제품의 출고 및 레미콘 공장의 인수검사가 필수다.

하지만 시간, 비용의 문제로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며 특히 모래 제조에 사용된 암석의 종류와 풍화도를 판독할 수 있는 X-ray 분석기 등 고가의 검사장비와 분석인력을 보유한 업체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에 연구원이 최근 폭발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AI기술력을 활용, 국내산 천연모래를 대상으로 50만장의 모래 데이터를 구축했다. 현재 빅데이터를 통한 오픈소스 AI 학습모델이 90% 이상의 정확도로 모래의 조립률을 예측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도 계속해서 자료를 축척하고 있으며 빅데이터 특성상 정확도는 더욱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와 같은 AI 분석 정확도는 모래의 품질인증 검사방법을 AI 방식으로 바꾸는데 한계가 있지만 보조적 검사 수단으로는 충분히 활용 가능한 수준입니다.”

한국형 모래 데이터 AI관리 시스템에 대한 김 원장의 자신감 있는 한마디다.

연구원은 건설용 모래의 조립률 및 암종분류를 시작으로 올해는 건설용 자갈의 암종분류 및 편장석률 분류용 인공지능 학습데이터 구축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또 구축된 모든 데이터는 개방형 데이터로 공개, 모든 산업체에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고품질 데이터 구축을 위해 소요되는 기업의 비용부담을 크게 낮출 것으로 예상되며 국내 골재산업 여건에 최적화된 ‘한국형 모래 데이터 AI 관리 시스템’ 구축이 최종 목표입니다. 신뢰성 확보를 위한 AI 학습데이터 결과의 실증, 검증 환경 및 데이터셋 신뢰성 검증체계 구축 등에 대한 법, 제도적 지원방안을 위해 앞으로도 노력하겠습니다.”

“모래·자갈로 구성되는 골재는 건설공사의 기초재료로서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고체 물질이자 현대 문명의 토대가 됐습니다. 물과 공기 다음으로 가장 사용량이 많은 소중한 자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우리 현대인의 삶에 있어서 가장 필요하고 미래대비 자급 자족해야 하는 소중한 재료입니다.” 김 원장이 갖고있는 미래형 골재의 철학이다.

“국민들이 안전하게 이용하고 생활하기 위해서는 튼튼한 구조물이 건설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품질좋은 골재가 필수인 만큼 국가 차원에서 골재를 국가 전략자원으로 인식전환하며 제도적으로 골재공급망 계획을 의무화해 미래 골재부족 사태로 인한 국민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적 대응방안 마련이 필요합니다.” 그의 우려가 기우이길 희망한다.

인터뷰를 마치며 김 원장은 “우리는 골재로 만든 주택에서 생활하고 도로를 이용해 출근하며 골재로 만든 회사에서 일을 하거나 학교에서 공부합니다. 하루의 모든 일상을 골재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사회를 이루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다양한 공간과 그 공간들로 구성돼 있는 건축물, 사회와 사회를 이어주는 길과 도로에도 골재가 있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안타깝게도 골재는 김 원장이 언급한 대로 고갈돼 가는 유한자원이다. 미래대비 선제적·안정적 자원확보 및 관리를 하지 않아 고갈로 이어질 경우 우리의 주거생활뿐만 아니라 국가경제발전, 국민안전에 크나큰 영향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K-골재의 선두주자 한국골재산업연구원.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분당 정자교, 인천 검단신도시 등 ‘건설 후진국’ 오명에서 벗어나 세계 5대 건설 강국 위상 재확보의 촉매제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