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건축물해체기술연구원 이용규 원장
[인터뷰] 한국건축물해체기술연구원 이용규 원장
  • 김현재 기자
  • 승인 2023.09.11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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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산업은 건축공사 일부가 아니라 독립된 건설프로세스입니다”

기술기준·매뉴얼·스마트공법 연구·인프라 구축·기술자 양성 등 총력
건축물 해체기술 세계화 지속 노력··· 친환경 해체산업 구축 역량 결집

[국토일보 김현재 기자] 광주 학동 해체현장에서 발생한 참사 이후 구조물 해체공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물론 주무부처의 제도적 강화 및 정책적 역량이 크게 높아지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이같은 추세에 부응하기 위해 한국건축물해체기술연구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공식 인가를 받고 출범, 본격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에 본보는 연구원 2대 집행부를 이끌며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이용규 원장을 만나 연구원의 주요 기능 및 향후 역점 사업 추진계획 등을 들어봤다.

- 먼저 한국건축물해체기술연구원 주요 기능 및 역할에 대해 소개 부탁한다.
한국건축물해체기술연구원(이하 건해연)은 지난 2021년 12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설립허가를 받은 비영리법인으로서, 건축물 해체기술에 관한 조사·연구·자문, 기술지원 및 교육, 정보교류 등을 통해 우리나라의 관련 기술의 발전과 과정에서의 안전과 사후의 환경보호를 추구하는 연구기관이다.

건해연의 목적 사업은 건축물 해체기술 수준 향상을 위한 조사 연구, 건축물 해체기술에 관한 법령 및 제도의 연구 개선, 건축물 해체기술 향상을 위한 국내외 유관단체 기술교류 및 협력체계 구축 등이 있다.

건해연은 지난 2021년 광주 학동 해체현장 사고와 같은 후진국형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앞으로 각종 기술적 기준과 매뉴얼, 스마트공법 연구지원, 국내외 정보인프라 구축, 기술자 양성 등에 총력을 다할 것이다.

- 해체기술 교육현황 및 자격자 양성 계획은.
우선 교육현황으로는 지난해 고용노동부로부터 건축물해체기술전문가 민간자격 인증 및 교육기관으로 지정됐다. 같은해 12월 1회 민간 해체기술전문가 26명을 배출한 바 있다.

자격자 양성 계획으로는 현재 해체기술자는 대학 등에서 정규교육과정이 없으며 건축, 토목공학과에서 유사한 건축시공학, 콘크리트학 등을 교육하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해체기술자들은 전문교육을 받지 못하고 현장 경험에 의존해 작업을 하다보니 해체와 관련한 계획, 시공, 안전, 품질관리에 역량이 부족한 실정이다.

건해연은 앞으로 대학 등 정규 학과가 신설되기 전까지 고용부와 국토부로부터 건축물해체기술전문가 민간자격 인증 교육기관으로 지정받았기에 해체기술자들에 대한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또 해체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현장기술자들에게 관련 전문교육을 실시하고 이들에게 민간자격등을 부여해 제도권으로 편입시킨 후, 정기적으로 보수교육, 특별교육 등을 실시하므로써 기술향상을 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구조기술사나 건축사 등 자격을 보유하고 있는 기술자에게도 해체기술교육을 실시해 전반적으로 해체공사와 관련된 기술향상을 도모할 예정이다.

- 해체기술 제도적 애로사항 및 구체적 개선 방안은 무엇인가.
그동안 해체기술은 단순히 건물을 짓기 위한 전단계의 사전조치로 인식돼 전문성이나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철거용역으로 인식돼 왔다.

국가나 건설업계에서도 해체공사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부족해 아직 제대로 된 표준공사시방서가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국가 기준이 미흡해 해체공사현장에서는 감리자가 주관적 판단에 따라 작업지시를 하고 있으며 해체계획서를 작성하거나 건축위원회의 심의를 받는 경우에도 기술자나 심의위원들이 주관에 따라 해체작업계획을 검토하므로써 현장에서는 부작용과 비효율이 극심한 상황이다.

더불어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으로 일선 지자체의 담당자들이나 감리자들이 면책수단으로 안전율을 극대화하므로써 현장에서는 과도한 자재를 투입하거나 비효율적인 작업지시를 하게돼 민간의 비용부담이 심화되고 있다.

민간분양 사업현장에서는 공사 기간이 늘어날수록 금융비용이 커지는 문제가 있으므로 이러한 비효율은 시급히 해소돼야 한다.

이와 관련 구체적 개선 방안으로는 우선 시급히 해체공사 표준시방서를 제정해 현장에서 기술자들이 주관적인 판단에 따른 비효율을 해소하고, 공무원이나 감리원 등이 면피성의 과도한 안전요구나 심의 기간이 늘어나는 등의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이를 위해 추후 국토부에 제도개선을 건의할 계획이다.

- 제2의 광주 철거 붕괴 사고 방지 위한 연구원의 계획은.

국토부에서 광주사고 이후 후속 조치를 하고 있으므로 그 결과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사고 이후에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더 중요하다. 이에 대해서도 국토부에서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

건해연은 사고 후속 조치가 마무리되면 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관계전문가 토론회나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 해체산업 발전을 위한 메시지가 있다면.
해체산업은 건축공사의 일부가 아니라 독립된 건설 프로세스다.

해체는 건축의 일부가 아니라 건축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건설 프로세스의 한 과정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노후 건축물을 해체하거나 수명이 다한 교량, 터널, 원전 등 사회간접자본시설 또는 산업재편에 따른 공장, 플랜트 시설을 해체하는 것은 안전이 최우선이며 나아가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해체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건물이나 구조물을 건설할 때는 비용과 기능, 지구단위계획, 용적율, 건폐율, 소방, 전기, 통신, 상하수도 등 제반 건축규정을 따지고 구조물의 기능별 설계강도와 기대수명, 녹색건축, 제로에너지 등등 수 많은 사항들은 고려해 설계를 하지만 해체공사는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구조물을 멸실처리하는 단순 과정임을 인식해 오히려 옥상옥을 만드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지 않은 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때다. 

건해연은 안전한 해체 산업 정착을 위해 혼신을 다할 계획이다. 국토부와 해체산업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