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작금의 건설사고, 시스템이 문제다
[기고] 작금의 건설사고, 시스템이 문제다
  • 국토일보
  • 승인 2023.08.3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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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춘 선진엔지니어링 부회장
이 남 춘 부회장
이 남 춘 부회장

최근 우리 사회를 불안하게 하고있는 일련의 건설 관련 사고에 대한 전문가 의견들이 막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설계가 문제야, 부실시공이야, 아니야 감리만 잘하면 돼” 등의 의견이나 “건설 전 과정의 각 전문 분야별 책임 의식을 갖고 철저한 조사 후 반성과 변화를 모색 해야 돼” “건설공기업 출신 전관 대우 및 입찰 담합 비리에서 생겨난 부실시공이야” 또 “현장관리나 감리 인원 부족으로 근로자의 작업상황을 철저하게 관리 및 감독을 하기에는 역부족이야” 등등 대부분 다 나올 수 있는 일리 있는 지적들이다.

이런 지적들은 과거 사고 발생 시마다 유사하게 거론돼 왔고 사고 후 법적제재는 물론 뼈저린 반성과 변화를 도모하며 건설관리 제도적 장치도 마련하여 계속 대처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현장의 사고는 안전사고, 품질사고, 기술사고 등으로 크게 나눌 수가 있는데 품질사고와 기술사고는 그 경계가 다소 모호 한 면이 있으나 근래 발생되는 사고는 대부분 기술사고임을 감안하면 선진국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해나가야 하는 우리나라에서 기술사고는 시스템적으로 근절돼야 한다.

건축물 골조공사 분야에서 보면 1970년대부터 사우디아라비아나 동남아 등 해외 건설을 수행하며 고급 건설기술을 습득한 후 구조계산기술, 구조설계기술, 현장 시공도면작성기술, 철근가공도면 및 가공기술, 철근배근기술, 형틀시공기술, 콘크리트배합기술, 콘크리트타설기술, 양생기술 등 요소기술에 대한 수행이나 관리능력은 이제 세계 어디에 나가도 단연 최고 수준임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요소기술 발전에 가려져 건설관련 각 분야의 발주방안 및 분야별 시스템적 핵심 포인트를 중시하며 발전해야 하는 접근방법은 간과하고 있었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골조공사의 최종 관리감독 책임인 감리 분야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고자 한다.

현재 건축물 공사의 감리는 건설사업관리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간단히 감리로 표기하면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른 공공공사 발주감리 ▲주택법에 따른 주택감리 ▲건축사법에 따른 건축사법 감리로 크게 분류되며 최근 몇몇 사고는 주택법에 따른 주택법 감리, 건축사법에 따른 건축사법 감리 현장에 해당되며 기타 세부적인 내용들은 많은 전문가들의 기고가 있어 거두절미하고 주택법감리 및 건축사법감리 두 분야에 대해 간단히 의견을 개진하고자 한다.

우선, 주택법에 따른 주택감리는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경우와 민간시행사가 관할 지자체에 발주 의뢰하는 경우로 다시 나눌 수가 있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감리업무량에 비해 감리의 현장 배치인원 부족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여기서 ‘현장 감리인원 부족’라는 것은 정확히 건축감리 분야를 일컫는다고 봐야 할 것이다. 예컨대 현장에는 감리단장, 건축, 토목, 조경, 기계, 전기, 통신, 소방 등의 담당자가 배치되는데 감리단장, 건축, 토목, 기계, 조경은 묶어 크게 건축분야로 전기, 통신, 소방은 기타 전문 분야로 나누어져 건축분야와 기타 전문 분야의 배치기준이 다르게 적용되고 있는바, 건축분야의 배치인원은 기타 전문 분야에서 요구하는 배치기준 보다 공사에서 차지하는 영역과 공사비 등을 고려했을 때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민간시행사가 건설하는 공동주택의 경우 관할 지자체에 감리발주 의뢰하는 방식이 적용되는데 이는 발주절차만 관할 지자체에서 수행하고 현장감리자의 관리 및 대금지급은 해당 민간시행사가 맡게 되며 시행사와 건설사가 특수관계인 경우에는 결국 감리자는 시행사의 특수관계인 건설사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만다. 이때의 감리업무는 건설사의 경제 논리에 치중한 추진 방식과 충돌하게 되고 입주 시기를 맞추기 위한 공기에 쫓겨 원하는 만큼의 감리업무를 수행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 현실에 부딪히게 된다.

다음 건축사법에 따른 건축사법 감리의 경우를 볼 때, 우리나라의 본격 감리제도가 시행되기 전부터 감리는 건축 설계용역과 통합해 대부분 ‘설계 및 감리용역’으로 계약돼 수행돼 왔었고, 대부분 소수의 건축사보로 하여금 규모에 따라 상주 혹은 비상주로 업무를 수행해 왔다. 이때의 감리업무는 건축사의 설계 의도대로 시공되는지를 감리하는 것이었으나 오늘날의 복잡하고 다양하며 고차원적 대규모의 건설 현장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방식이었을 것이다.

특히 현 건축설계 추진 과정상으로 보면 건축허가나 사업승인 수준의 설계도서로도 공사의 착공이 가능하므로 건축설계된 대로만 감리한다는 것은 무리가 따르지 않을 수 없고 이 경우 다수의 감리원이 각 분야별로 다양하게 설계도서의 합리성, 경제성, 시공성, 법규상 타당성 및 공정, 품질, 안전관리, 대관 점검, 대갑 수명업무 등 수많은 해당 업무를 소화해내야 하는 업무량을 감당해야 하므로 현 건축사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배치기준이 다소 개선됐다고는 하나 시중 민간 건설공사에서와 같이 감리용역을 단순히 배치인원 축소에 의한 저가 용역수주 경쟁으로만 해결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건축사법 감리의 경우 전체 배치 인원수의 불충분함은 물론, 위에서 언급된 주택감리 경우에서 처럼 건축분야 배치기준 감리인원이 기타 전문분야 배치기준 감리 인원보다 공사에서 차지하는 영역과 공사비 등을 고려했을 때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도 현실이다.

본인은 일찍이 사우디아라비아 및 동남아에서 현장 근무를 하면서 건축 설계자는 컨설턴트로서 아주 중요한 의사결정 시에만 관여할 뿐 감리라는 제도도 없었고 발주처와 건설사 사이에 CM이라는 조직을 두고 그 CM조직에 분야별 충분한 Supervisor를 두어 현장의 모든 면을 관리 감독하는 체제로 어느 한 부분도 소홀히 할 수 없음을 경험했다. 이것은 CM이 발주처에 용역 계약 시 CMM(건설사업관리 매뉴얼)과 PPM(공사관리절차 매뉴얼)을 제출해 승인받고 건설공사 발주 시 건설사에게 승인받은 내용대로 공사관리의 일관성 유지 조건을 부여해 그 수행 여부를 공사비 기성 지급과 연계함으로써 완벽한 공사관리를 도모할 수 있음을 분명히 알 수 있었으며 여기에는 발주처로부터 충분한 용역대가를 수주받아 충분한 인원을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었다. 또한 현장 Supervisor의 인원수도 충분했지만 연봉이나 복리후생 등에 대한 처우도 일반기업과 유사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결론적으로 몇가지 주요 제안사항들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공공이든 민간이든 감리용역발주 및 감리관리를 위한 시스템으로 감리자가 어떤 관리적 제한을 받지 않도록 독립적인 조직하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발주 후에는 발주처, 시공사, 설계사 등 그 어떤 주체로부터 독립되게 수행할 수 있는, 예를 들면 감리관리공단 같은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또 용역 수주 시 제안한 각종 절차대로 관리 되었는지 사후 검사가 필요하다.

둘째는 민간 건설사업의 경우도 건축설계와 감리를 분리해서 발주하고 설계수행 업체는 동일 사업의 감리수행을 할 수 없도록 하여 설계 및 감리업체 간 상호 보완적 관계를 갖도록 한다.

셋째는 건설공사비 공종별 내역 배분율과 기타 가중치를 부여해 전체 공종별 감리원의 비율을 정하는 기준이 필요하고 단장의 직종은 건축에서 분리하여 공통으로 가중 처리함이 타당하다. 이는 전기, 통신, 소방분야의 각 감리정책을 관장하는 기관과 협의가 필요할 것이다.

넷째는 감리용역 대가기준의 현실화는 물론 특히 민간 발주처의 정부 공시 대가기준 준수 및 적정 용역발주금액 하한선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 감리용역 대가기준의 경우 정부에서 매년 그 기준 관련 자료를 고시하고 있으나 현장에 배치된 감리원의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는 용역사가 저가로 낙찰받은 금액으로 계획된 인원을 배치함에 있어 충분하지 못한 인원의 배치와 충분한 보수를 지급하지 못함은 불 보듯 뻔하다.

마지막으로 건설기술진흥법, 주택법, 건축사법 등 감리 관련 법규를 한곳으로 통합해 감리전문회사로 하여금 감리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기존의 CM제도를 활성화해 감리면허 보유업체가 건설사업의 기획부터 투입되는 CM용역을 수행할 수 있다면 그때 감리의 제반 업무를 CM용역에 포함시켜 공사 착공전에도 선제적으로 Precon Service 등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더 늦기 전에 원래 CM도입의 취지를 살려 기획단계 아니면 설계단계에서부터 준공단계까지 전체를 계약해 Overall Management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면 우리나라의 건설산업이 국제적 수준으로 확실히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