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철근 누락에 대한 감리의 고찰
[기고] 철근 누락에 대한 감리의 고찰
  • 국토일보
  • 승인 2023.08.30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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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현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수석감리원 /건설기술교육원 강사
유 종 현 수석감리원
유 종 현 수석감리원

온 나라가 무량판 슬래브의 철근누락에 대한 내용으로 술렁이고 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고, 그 피해는 시민들에게 돌아갔으며, 국가의 신인도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부실설계, 부실시공 그리고 부실감리로 이어지는 원망의 목소리…. 30년 간 감리업무로 살아온 본인은 어디가서 감리라고 말하기가 두렵다.

감리는 초급, 중급, 고급, 특급의 등급으로 현장에 배치된다. 이 등급은 개인의 자격증, 경력, 학력등을 평가해 정해진다.

한 개의 아파트현장에는 보통 감리단장, 건축, 토목, 기계, 전기, 통신, 소방, 조경 등의 기술자가 자신의 업무영역을 수행하게 되는데 이들 중에 구조물의 각종 부위의 철근을 검측하는 업무는 건축담당자가 수행한다.

보통 1~2명 정도 배치되는데 1명은 전체 서류행정에 대한 업무를 수행하며, 나머지 1명이 아파트 전체 공사를 전담해 검측하는 것이 감리회사의 관례로 돼 있으며, 현장의 규모에 따라 건축감리원이 몇 명 더 있을 수도 있다.

일반인들은 그 아파트 현장에 10명의 감리원이 근무한다면 10명이 전부 철근배근을 검측하는 것으로 알고 있을 수도 있지만 철근을 검측하는 건축 전담자는 1~2명 뿐이며,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들은 건축감리원으로 투입됐지만, 구조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구조도면을 벗어난 사항에 대해서는 결정할 수 없고, 승인된 구조도면을 기준으로 철근을 검측하며 경미한 내용은 현장에서 겪은 경험으로 결정하고, 중요사항은 구조기술사와 협의해 결정한다.

우선 철근을 검측하려고 준비를 한다면, 아래사항을 잘 챙겨야 한다.

자재승인서에 결정된 회사의 철근인지 확인을 하고 샾드로잉의 가공도와 적합하게 절단과 휨가공, 부속재의 치수 등이 맞는지를 확인한다.

기본적으로 구조도면의 평면도와 입면도를 숙지하고 아파트 슬래브 위에 올라간다.

구조도면은 평면위에 그린 것이지만 현장은 3D입면의 상태로 철근이 배근돼 있고 도면과는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다

초급감리원이 아파트 슬래브에 처음 올라오면 정신을 차릴 수 없다, 철근 사이사이로 전기, 통신, 소방공종의 빨간선·노란선·파란선이 깔려있고, 이름도 몰랐던 각종 자그마한 박스들이 여러 군데에 설치돼 있으며,

그나마 알고 있던 철근은 곳곳에서 휘고, 꺽이고, 끊어져 있으며 도면에도 없는 처음보는 오픈부위 등, 내가 알고 있는 구조도면과는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다.

그 때 단장이나 고참이 와서 새로운 철근의 세계를 가르쳐준다. 감리세계는 도제식으로 업무의 습득이 된다.

보철근 배근이 외단부, 가운데, 내단부에 주근의 개수가 맞으며 이음, 정착길이와 위치가 맞는지 확인시키고 ‘큰 보’ 사이로 ‘작은 보’가 관통하는지 스터럽 철근의 개수와 위치는 맞는지 피복두께는 적합한지 알려준다.

또한 1000mm 이상 크기의 보에는 표피철근이 설치됐는지, 바닥판의 기본철근의 간격은 몇 mm 간격으로 돼 있는지 확인하고 보강철근은 정위치에 배근돼 있는지 줄자로 재어보게 하고 이음부위가 한 위치에 집중돼 배근 됐는지, 도면에도 표시되지 않은 현장에서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개구부의 보강은 적합한지, 계단철근은 피복두께가 나오는지, 계단참의 다웰바는 개수가 맞는지, 결속선이 훼손돼 있는지, 첫 번째 철근의 위치는 규정에 적합한지, 철근의 표준갈고리는 길이가 맞는지, 절곡반지름이 적합한지, 철근의 B급 이음에 적합한 이음길이인지 등등… 끊어치는 위치에 다웰바는 개수와 피복두께에 맞도록 배근됐는지, 그리고 도면과는 다른 부분에 대한 결정된 다른 도면이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도면에서 누락된 부분은 구조일반사항의 규정에 적합한지 등등… 마지막으로 청소는 잘 돼 있고, 작업자들의 이동으로 인한 훼손된 철근은 보수됐는지 점검한다.

이처럼 철근분야에도 확인해야 하는 사항이 100가지가 넘는다. 이런 복잡한 일을 현재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하고 있다, 구조를 알고 일을 하는 것은 아니고, 그냥 그렇게 하는 것을 보고 기능적으로 일을 하고 있다. 이를 관리해야 할 시공사의 담당자도 모자란다.

이 모든 것을 총괄해야 할 감리원도 어느정도의 실력을 가졌는지 확인할 수 없다. 그냥 등급만 맞으면 어디에서 근무하다 와도 특급이 될 수 있고, 전관예우로 오면 오자마자 단장도 될 수 있다.

그동안 모든 철근은 이렇게 콘크리트 속에 묻혔고, 이제 그 결과가 세상에 나타난 듯하다.

그렇다고 철근배근만 검측하고 내려오면, 단장이나 고참이 이렇게 말한다. “철근배근 검측한 아래층 동바리 설치상태는 안보고 왔냐, 다시 올라가서 확인해라, 동바리 수직도는 맞는지, 전용핀은 맞는지, 몇 개층을 보강하는지, 경사동바리와 동바리 거꾸로 세움은 없는지….

층수 확인하고 내려가서 동바리 점검이 완료됐다고 보고한다. 그러면 다시 묻는다. 내일 레미콘 어디 회사 몇 대 타설하냐 등등….

기본으로 여기까지는 알고 있어야 한다. 끝이 없는 업무의 연속이다. 이러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모든 감리들은 많은 실수를 통해서 현장 실무를 배워가고 있고, 초급은 중급으로 중급은 고급으로 윗 등급으로 올라가고 있다.

이러한 모든 구조사항을 이해하고 철근과 레미콘을 관리하는데 건축감리원은 대부분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러한 업무를 30년 째 겪고 있는 감리단장인 나도 철근 위에 올라가면 긴장한다.

세상사람 모두 실수해도 감리는 실수하면 안된다. 빠진 철근을 찾아내고, 보강 부위는 보강하고, 도면에 표기되지 않은 사항은 적정하게 조치가 됐는지 확인하고, 사용된 모든 자재는 승인된 자재가 맞는지, 마지막으로 콘크리트를 타설하도록 승인해도 무리가 없는지… 많은 고민으로 머리가 언제부터 희게 변하고 있다.

뜨거운 오후의 태양으로 발 아래 철근은 후끈거리고 그 열기로 눈이 부시고, 얼굴에서는 땀이 난다. 나도 빨리 이 시간을 탈출하고 싶다. 그러나 마음은 그렇지만 몸은 그렇지 않다. 끝까지 확인해야 오늘도 편히 잘 수 있다. 그리고 감리비를 지불한 분들에게 미안하지 않다.

어제도 언론에서는 전문가들의 토론이 진행됐다. 감리를 감독하는 기관을 만들고, 더욱 더 강한 규정으로 관리해서 부실공사를 방지하겠다고 한다.

지금은 계속해서 규제를 할 때가 아니다. 전문가를 양성해서 현장에 배치해 부실공사가 없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이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다. 외국감리는 잘하는데 왜 우리나라 감리는 이러냐고….

외국감리는 우리나라 감리보다 권한도 많고 연봉도 높고 현장 배치인원도 우리의 3배 정도 된다. 우리는 품질, 안전, 지급자재 등의 업무까지 겸직하고 있다.

철근을 작업하는 기능공들도 기술경력으로 등급제로 해 초급, 중급, 고급, 특급의 구간으로 차별 임금을 지급하도록 해 실력을 키우게 하고 시공사의 현장담당자들도 품질, 안전처럼 연면적 만큼 인원수를 배치시키도록 법제화 해야한다. 지금은 현장 담당자들이 너무 모자란다.

감리도 계속 교육시켜서 철근과 레미콘을 관리할 수 등급의 기술자를 배치시켜야 한다.

주위에 전관예우 직장을 퇴직하고, 인생 2막을 감리나 하면서 살려고 하시는 분들도 많다.

그 분들에게 오지 말라고 하지는 않는다. 다만 오자마자 특급감리원으로 인정해주는 법을 고쳐서 감리 1년차부터 시작하도록 권하고 싶다.

지금까지 15개 정도의 현장에서 철근이 빠졌다고 한다. 그래도 나머지 현장에서는 지금도 철근 가닥을 확인하는 부지런한 건축감리원들이 있다.

이들이 불볕 더위에 지치지 않도록 국가에서 한번쯤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