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리뷰] 버릴 곳 없는 방폐물
[전문기자리뷰] 버릴 곳 없는 방폐물
  • 조성구 기자
  • 승인 2023.08.2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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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일보 조성구 기자]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처리수) 방류로 온 나라가 잘잘못 찾기에 혈안이다.

정부는 “일본의 원전 오염수 처리 계획은 계획적이고 안전하지만, 방류에는 찬성하지 않는다”는 이상한 논리를 내세웠고,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현직의원의 일본 방문 등 장외 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오염수 방류 이슈는 이제 사실관계와 과학적 논쟁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극단의 정치 논쟁으로 서로 흠집내기에 바쁘다.

에너지 민생 문제도 자연히 뒷전으로 밀렸다. 정부와 국회가 싸우는 사이 시급히 처리돼야 할 ‘사용후 핵연료 방사성폐기물(방폐물)’ 관련 문제는 해결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위원장 이재정)는 ‘국회(임시회)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를 열었지만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은 이번에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정부는 원전 정책에 힘을 실을 신임 산업부 장관을 지명했고, 산업부는 법안소위를 앞두고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 원전 건설을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워 야당을 자극했다. 야당도 정부가 원전 건설 재개를 철회하기 않으면 법안 통과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나라는 현재 24기의 원전에서 국내 사용 전력 약 30%에 달하는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원전을 가동하면 당연히 방사성폐기물이 발생한다. 국내에 고준위 방폐물 처분장(방폐장)은 없다. 각각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습식저상 시설)에 임시 개별 보관 중이다.

문제는 이 시설들의 포화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2030년 한빛(영광), 2031년 한울(울진), 2032년 고리(부산) 등 순차적으로 용량이 차게된다. 극단적인 예로, 이대로라면 7~8년 후 원전 방폐물을 처리할 곳을 마련하지 못하면 원전 가동은 중단해야 한다.

현재 국회에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김성환 의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등에 관한 특별법안(김영식 의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및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인선 의원)이 상정돼 있지만 여야는 느긋한 태세다.

지난달 원자력환경공단은 고준위방폐물의 안전한 관리를 위해 기존 고준위추진단을 고준위사업본부로 확대 재편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조직 개편을 통해 국가 방폐물관리 전담기관으로서 정부의 고준위방폐물 관리 로드맵이 적기에 추진될 수 있도록 체계를 정비한다는 입장을 설명했다.

고준위 특별법 ‘대국민 심층 토론회’ 등 산업계와 시민사회는 수차례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방폐물 처분과 관련해 더 이상 해결책 마련이 늦어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현 세대가 사용한 쓰레기를 미래 세대에게 전가할 수 없다”는 성토였다. 참석한 A교수는 “방폐장은 원전을 가동하는 국가에서는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라며 특별법 통과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방폐물 처리장 건설에 많게는 수십 년에서 최소 7~8년의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역산으로 계산하면 올해가 건설 일정 수립의 ‘데드라인’이라고 설명한다.

연일 언론은 원전 관련 뉴스로 도배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윤석열 정부의 원전정책은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 정부와 국회는 일단 급한 불부터 꺼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