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당 인원수 채우기 현행 감리, ‘눈감고 아웅’하는 꼴
모든 건축공사 현장관계자 골조 이해 부족이 근본 문제
LH인천검단 무량판슬래브 붕괴사고 후 당국은 무량판 구조아파트의 안전성에 대해 전수조사를 시작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현직에서 건축물의 골조와 가장 밀접하게 종사하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으로서 우리나라 골조공사의 문제점을 크게 5가지로 구분하여 살펴보고, 해결방안을 함께 모색하고자 한다.
우선, 철근콘크리트공사 전문건설업과 관련된 문제점은 무엇일까?
국내 철근콘크리트공사는 철근콘크리트공사업에 등록된 전문건설업체가 수주한 후 거푸집 및 서포트공사(가설공사)는 목공, 콘크리트 타설은 콘크리트 타설공, 철근배근공사는 철근배근공을 보유하고 있는 전문인력업체에 하청을 주는 시스템이다. 이중 가장 많은 인력이 소요되는 철근공은 현재 주로 외국인 근로자로 구성돼 있으며, 철근배근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실정이다. 해외공사의 경우, 콘크리트공사 전문(거푸집과 콘크리트 타설 양생)업체와 철근공사 전문업체를 분리 발주하고 철근배근의 확인은 현장에 철근검사원(inspector)이 배치돼 철저하게 철근의 배근상태를 검사하고, 구조감리자(consultant)의 확인을 받은 후에 콘크리트 타설을 승인한다.
이제는 우리 철근콘크리트 공사업에서 콘크리트 공사업과 철근공사업으로의 전문건설업종을 세분화해 철근배근의 전문적인 기능인을 양성하며 현장에 철근검사원을 배치, 구조감리자의 확인을 시행하면서 철근배근작업에 대한 전문성을 키우고 책임도 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 건설사의 시공기술자 양성이 부족한 현상을 문제로 들 수 있다.
국내 건설공사는 50% 이상이 주거용 건축물이므로 건설사의 시공기술자들이 다양한 공사방법을 경험할 기회가 적다. 또한 건설사에 종사하는 기술자들은 기술보다 관리나 영업에 대한 업무를 선호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현장 기술자는 현장채용(임시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이들의 현장에 대한 책임감 및 기술에 대한 열의가 많이 떨어졌다. 반면 해외 종합건설사의 경우, 공사 수주 시 영업보다는 골조공사의 공법 제안(precon)으로 공기 및 공사비를 절감하는데 집중한다.
또한 건설사는 골조공사에 한해 직접관리 혹은 직영체제로 운영하는데, 공사발주는 주로 골조공사와 마감공사가 별도 발주되며, 시공기술자 역시 골조전문기술자와 마감전문기술자가 분리돼 배치된다. 이렇게 해외 건설사에서는 골조에 대해 전문기술자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
국내 건설사도 시공기술자의 역량을 높이고 안전한 시공을 할 수 있도록 골조전문 시공기술자의 직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세 번째로 현장 감리 및 골조공사 감리주체의 문제점을 살펴볼 수 있다.
국내 감리제도는 설계와 감리가 분리돼 있다. 이번 붕괴사고에서도 공사과정에서 설계자가 확인할 수 있는 단계가 있었다면 문제를 사전에 발견, 조치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감리업무의 구성은 건축, 기계, 전기, 토목, 소방으로 구성돼 있는데, 그 중 건축감리자가 주로 감리의 총책임을 맡고 있으며 건축구조를 전문으로 하는 감리자의 배치는 거의 없다.
외국에서의 구조설계 업무는 구조계산, 구조도면 및 시방서 작성, 현장 구조감리 업무로 구성되며, 건축물의 뼈대, 즉 골조 관련된 모든 업무에 대해 일괄적으로 권한과 책임을 갖는다. 이러한 일관된 업무로 골조공사에서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건축물 안전과 골조 품질의 문제를 3단계(계산, 도면, 감리)에 걸쳐 걸러내는 시스템이 수립돼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구조설계자가 도면 작성시 현장감리가 꼭 필요한 항목들을 명기해 시공시 구조설계자의 협조를 받도록 하고 있으며, 싱가폴 및 동남아시아에서의 구조설계는 구조기술사 고유권한으로 독립되어 모든 골조공사의 공정은 구조기술사의 확인을 걸쳐 다음 공정으로 진행하게 된다.
그러나 국내 실정은 법적으로 건축구조설계자의 업무는 구조계산에 국한되고 있다. 다만, 필요시 건축구조기술사의 협력을 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렇듯 상당히 애매한 규정으로 ‘필요시 협력’이란 용역은 대부분 제한적이고, 실제로 협력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다.
감리는 해당 기술에 대한 전문적인 지도와 관리 즉 기술적 컨설팅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그러나 국내 감리자는 대부분 건축설계 혹은 시공 분야 전문가이므로 구조관련 시스템 및 상세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할 수 있다. 즉, 법적인 인원수만 충족되는 감리행위가 아니라 보다 세세한 공정별로 전문가에게 감리를 맡길 수 있는 감리제도가 시급하다.
골조공사 시 감리자는 골조를 이해하는 구조전문가의 책임하에 수행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네 번째, 구조도면의 작성 주체에 대한 문제점을 살펴볼 수 있다.
현대건축은 점점 복잡해지고 또한 그 시대의 최첨단 기술을 건축물에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건축디자인 영역과 엔지니어링 영역이 구분돼 역할이 수행되고 있다. 그러나 건축구조 분야는 타 엔지니어링 분야와 다르게 건물의 형태와 밀접해 건축설계사무소의 건축설계도면 작성자가 구조도면까지 함께 작성해왔다. 건축도면 작성자의 경우 주로 건축디자인에만 전문성이 있고, 구조설계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구조계산시 만들어주는 구조설계자의 스케치 수준의 CAD도면을 그대로 구조도면으로 납품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구조기술사 사무소에서 구조계산의 결과를 구조도면으로 표현해 납품하므로 사실상 구조기술사 사무소 용역결과물이 구조도면이 된다. 이 구조도면에 따라 시공사에서 샵 드로잉을 그리며, 샵 드로잉은 구조 감리자(사실상 구조설계자)의 승인을 받고, 시공이 진행된다.
이와같이 국내에서도 이제 구조도면의 작성을 구조설계자가 수행한다면, 도면의 오류를 줄이고 보다 시공현장에 맞는 구조도면이 작성될 것이다.
위의 이 모든 문제는 건축관계자들의 골조에 대한 이해 부족 현상 때문이다. 이는 대학의 교육역시 한 몫을 하게 됐다. 즉, 마지막 다섯 번째의 문제는 대학의 교육과정에 대한 문제이다.
현재 대학의 건축과는 5년제 건축학과와 4년제 건축공학과로 분리 운영되고 있다. 건축학과 학생은 디자인 중심의 교육을 받고 있으며, 건축공학과 학생은 주로 시공관리 중심의 교육을 받는다. 건축구조에 대한 수업이 조금 있기는 하지만 각각 학생들의 선호도에 따라 수업의 편차가 발생하고 대체로 구조에 대한 기본적인 관심이 떨어져 있는게 현실이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건설현장의 골조공사와 관련된 각 분야에서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열거했다. 이렇게 많은 분야의 문제점들은 건축물 붕괴사고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골조공사 붕괴사고의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인지하고 집중해 제도를 개정할 필요가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교육과정의 개편 또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구조기사(건축구조기술사보) 자격제도의 부활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시급한 구조전문인력을 양성하고 각 단계별로 구조기사를 배치한다면 안전사고를 방지하고 골조 품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건물의 골조는 건축구조기술사만의 몫이 아니다. 현행법상으로 모든 건축관계자가 관심을 가져야 하고 기본적인 구조지식을 습득하는 것이야말로 각종 사고로부터 각자도생하는 길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