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리뷰] SH공사의 카르텔 타파
[전문기자리뷰] SH공사의 카르텔 타파
  • 이경옥 기자
  • 승인 2023.08.09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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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일보 이경옥 기자] “다른 공기업들도 분양원가를 공개할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십시오.”

“40년 있으면 다시 지어야 하는 아파트가 아닌 100년 이상 사용 가능한 아파트를 짓기 위해 국토교통부를 스무 번 넘게 들락거렸습니다. 하지만 거들떠도 안 봅니다.”

김헌동 SH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의 말이다.

37도가 육박하는 폭염에도 불구하고 위례신도시 현장을 찾아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무량판 구조로 지어진 단지 지하 주차장을 찾아 안전진단을 했던 어제(8일) 기자간담회에서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이 건설업계 기득권 카르텔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사장은 취임 후 20개월 동안 꾸준히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있다. LH공사를 비롯해 전국 공기업에도 공개경쟁을 제안하며 분양원가, 분양수익 공개를 다 같이 하자고 촉구해왔다.

하지만 SH서울주택도시공사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공개경쟁 제안에도 다른 공기업들은 묵묵부답이기 때문이다.

LH공사가 대표적이다. 더욱이 LH공사는 무량판 구조 현장의 부실공사 전수조사로 철근 누락 단지가 다수 발견되면서 안전 우려를 키우고 있음에도 변화가 없다.

김헌동 사장은 부실공사의 원인을 ‘카르텔’로 꼽았다.

그는 경실련에서 기득권 카르텔 타파를 위해 오랜 길을 걸어왔다. SH공사 사장에 취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당연히 분양원가 공개다.

그는 “이권 카르텔을 깨기 위해 SH공사에 왔다. 카르텔을 없애기 위해서는 정보부터 공개해야 한다. 분양원가 공개를 통해 얼마의 수익을 남기고 있는지, 그렇게 해서 재산이 얼마나 늘었는지, 아파트를 지을 때는 어떤 설계도면을 가지고 지었는지 모두 공개해야 한다. 외부 전문가들이 SH공사를 실시간 볼 수 있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그런데 지난 60년 동안 LH공사는 모든 정보를 숨겨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 않다. 아무도 LH공사 아파트의 철근이 몇 개가 빠졌는지, 왜 빠졌는지, 빼 먹은 철근은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 알 길이 없다”고 비판했다.

LH공사는 땅값을 더 부풀려 비싸게 팔고, 이런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감리비 정보만 해도 그렇다. 공공 현장의 감리비는 민간 현장보다 더 높다. 그럼에도 문제가 터지고 있다. 현장에 감리대가를 받으려는 회사만 있지 실제 감리하는 사람은 안 보인다. 아파트를 무너지게 만든 사람들이 또 조사를 한다. 

다른 공기업들은 왜 분양원가를 공개하지 않는지, 국토교통부 장관은 왜 가만히 있는지 생각해보면 답은 나온다.

건설 카르텔 타파의 출발점은 그리 멀지 않다.

kolee@ikl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