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리뷰] 순살아파트 오명 쓴 무량판구조
[기자리뷰] 순살아파트 오명 쓴 무량판구조
  • 김현재 기자
  • 승인 2023.08.02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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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일보 김현재 기자] LH 무량판구조 전수조사 결과 총 15개 단지에서 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최종 밝혀졌다.

대부분 설계와 시공 오류로 누락됐고 결과적으론 설계부터 시공, 감리까지 전 과정에서 부실이 발견됐다.

심지어 한 단지에서는 기둥 전단보강근(철근)이 필요한 곳 154개소 중 154개 모두 빈 곳이 있었다.

한국은 해외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K-건설의 위상을 뽐내고 있지만, 국내 주택건설 현장에서는 턱없이 부족한 ‘후진국’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설계와 시공 잘못도 있지만 발주한 LH 책임도 크다. 게다가 LH가 감리를 맡은 곳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그런데 왜 무량판 구조만 가지고 문제를 삼는 것인가.

무량판은 보 없이 기둥이 바로 슬래브(콘크리트 천장)를 지지하는 구조다. 기둥과 맞닿는 부분에 하중이 집중되기 때문에 슬래브가 뚫리는 것을 막으려면 기둥 주변에 전단보강근을 여러 겹 감아줘야 한다.

무량판 구조는 전 세계적으로 쓰이며 특히 미국에선 아파트에 주로 이 구조를 적용한다. 다만 무량판구조는 설계에서 구조계산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이와 같은 참사가 발생되는 것이다.

전문가는 이를 두고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구조적 취약부인 기둥 접합부나 단차 부위에서 보강설계가 잘못됐을 경우 붕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로 국민적 불신이 증폭될 경우 분양 시장 또한 더욱 위축될 수 있다.

무량판 구조가 쓰인 지난해 1월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에 이어 올해 4월 인천 검단신도시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까지, 국내 상위 10대 대형건설사에서 이같은 사고가 발생하다 보니 건설산업 국민 신뢰도는 곤두박질쳤다.

무량판 구조가 문제라는 것을 탓할 상황이 아니다.

허약한 국내 건설 시스템이 정밀한 설계·시공·감리가 뒤따라야 하는 무량판 구조를 커버하지 못한 것이다. 이번 사태가 일어나게 만든 시발점이다.

무량판 구조 공법 자체를 흔들 때가 아니다. 설계, 시공, CM 3개 축의 총체적 점검을 서두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