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리뷰] 답이 정해진 문제
[기자리뷰] 답이 정해진 문제
  • 조성구 기자
  • 승인 2023.07.24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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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일보 조성구 기자] 해답이 있지만 실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국내 송·배전망 상황이 그렇다.

공공발전사(한수원, 5개 발전사)나 민간 기업들은 전력을 생산, 한국전력에 판매한다. 한전은 구입 전력을 송전망을 통해 원거리를 이동시켜 변전소까지 보낸다. 이 곳에서 각 가정이나 수요처(기업, 기관 등등)에 보내진다. 

서울·수도권 밀집 국가인 우리는 전력 생산의 대부분을 수도권 이남 지역, 경상도(동해안-원전·화력). 전라도(서해안-재생에너지·화력) 등지에서 생산하고 서울과 수도권에 송전하는 구조로 전력 계통을 운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전사들이 전력을 생산해도 소비자에게 보내지 못하거나, 정전을 우려해 설비의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사례가 지속 발생하고 있다.

지난 4월 호남지역에서 태양광발전 전력 생산을 중단 또는 제한하는 ‘출력 제어 조치’가 시행됐다. 전력을 생산해도 수도권으로 보낼 방법이 없으니 발전을 강제로 중단하는 조치다.

동해안 송전망 상황도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해안 일대 발전소에서 수도권으로 이어진 송전망 용량은 11GW 정도다. 이중 원전(기저발전)에서 발전한 전력이 용량을 차지하고 나면 화력발전사들이 남은 송전망을 사용한다. 보낼 망이 없으니(용량이 부족하니) 인근 화력발전은 가동률을 30%대까지 내려 발전하는 상황이다.

사실 송·배전망 확충은 전력 에너지 업계의 해묵은 논쟁이다. 2010년 대 초 국내에서 전력 부족이 예상되면서 민간발전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화력발전사업에 진출했다. 정부도 장기송변전설비계획을 통해 송·배전망을 확충하기로 했다. 하지만 환경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높아지면서 송전선로 사업이 미뤄지고 있다. 이전 정부에서 드라이브를 걸었던 재생에너지(태양광·해상풍력)도 전력을 물릴 망을 확보하지 않고 보급 확대에 몰두했다.

전력 생산 능력은 충분한데 이를 사용할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 최근에는 한 화력발전사가 적자가 나니 전기를 비싸게 구입해 달라고 관계 당국에 소송까지 제기했다. 재생에너지 업계도 해결 방안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국회도 분산에너지활성화 특별법(중앙집중식 에너지 헤게모니 탈피, SMR 등 소형 원전 확대 등) 등,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뽀족한 해법을 찾지 못한 듯 하다.

‘국가 에너지 안보 확립을 위한 안정적 전력계통 구축’. 제10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2022~2036) 수립 방향의 목표다. 여기에는 ‘국가 에너지믹스 적기 이행을 위한 계통 수행능력 확보’가 첫 번째 추진과제로 명시됐다.

해법은 단순한다. 산업부와 한전이 송·배전망 확충에 나서야 한다. 최근 산업부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을 시기를 앞당겨 논의에 착수한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전기본이 확정되면 11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도 마련된다.

정부의 10차 계획이 마련되는 동안, 산업계가 체감하는 변화는 없었다. 전력이 돌지 않으면 제 아무리 친환경에너지로 만든 전기도 무용지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