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일보 현장 25時] 건설산업 내 이권 카르텔 혁파 없이는 생존 담보할 수 없다
[국토일보 현장 25時] 건설산업 내 이권 카르텔 혁파 없이는 생존 담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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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7.1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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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기 국토일보 안전 전문기자/ 공학박사/ 안전기술사/ 안전지도사

시대 변화 인식,기업 스스로 안전과 품질관리 철저히 해야
안전과 품질, 원점에서 다시 기본을 바라봐야 한다

최 명 기 기술사
최 명 기 기술사

최근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대형 사고들로 인해 건설기술인으로서 부끄럽고 참담하기 그지없는 실정이다.

작년에 발생한 광주 화정동 외벽 아파트 붕괴사고를 비롯해 올해 4월 발생한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와 분당 정자교 보도 붕괴사고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쌓아왔던 건설산업의 신뢰성은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오죽하면 건설과정을 믿지 못해 일부 지자체에서는 국내 최초로 건설현장 전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 기록하겠다고 하고 있는 실정이다.

촬영의 핵심은 자재반입부터 설계 도면에 따른 시공순서, 작업 방법, 검측까지 각 과정을 다각도로 기록하게 될 전망이다. 그동안 시공 후 확인이 어려웠던 작업과 공종상 주요 구조 부분에 대한 작업 등을 포함해 위험도가 큰 작업이 주요 대상이다.

근접촬영은 몸 부착 카메라(바디캠), 이동식 CCTV로 세부적인 작업 과정과 근로자의 작은 움직임까지 상시 기록하게 된다. 이는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증빙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블랙박스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다.

고객의 의식수준 향상으로 인해 안전과 품질을 요구하는 시대로 흐름이 바뀌고 있다. 그동안 안전이나 품질관리는 기업 자율적인 측면보다는 정부의 규제아래 강행적으로 이뤄졌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대형 붕괴사고를 겪으면서 건설 산업의 최종 결과물인 구조물에 대한 수요자인 고객들은 안전하고 품질 좋은 구조물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변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기업 스스로 안전과 품질관리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기업 스스로 안전과 품질확보를 통해 잃어버린 신뢰성을 회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뼈를 깍는 고통이 뒤따라야 한다.

최근 언론이나 SNS상에서 자주 회자되고 있는 단어가 카르텔 혁파라는 단어다. 국내 건설 산업에도 이러한 카르텔이 전혀 없을까? 아마도 그 누구도 쉽게 없다고는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건설현장에서 만연해 있는 이러한 카르텔을 깨지 않고서는 결코 안전이나 품질이 보장되지 않는다.

사고만 발생하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슈 증의 하나가 바로 불법 재하도급 문제다. 불법 재하도급은 재하도급을 준 업체나 이를 수급한 업체 간에 구두계약이나 이면계약을 통해 은밀히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서류상으로 적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동안 이윤 추구를 위한 외주화 관례와 빠듯한 공사기간 내에 준공을 마치기 위해서는 불법 재하도급이 성행할 수밖에는 없는 실정이다. 발주자나 감리, 현장 관계자들은 처음에는 모를 수가 있으나 어느 정도 공사를 진행하다 보면 불법 재하도급이 이뤄지고 있음을 감각적으로 알 수 있다. 그러나 원활한 공사 진행과 준공 등을 이유로 못 본 척을 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러다 보니 과도한 이윤추구로 인해 안전과 품질은 등한시 될 수밖에는 없는 상황이다.

건설안전과 관련, 착공 전에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라 안전관리계획서를 제출토록 하고 있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유해위험방지계획서와 공사안전보건대장 등을 제출토록 하고 있다. 건설현장에서 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하는데 있어서는 꼭 필수적으로 참조해야 할 안전의 바이블(성경책)이다.

그런데 이러한 계획서를 승인받고 나서는 현장 관계자 그 누구도 이러한 계획서를 보는 사람이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상은 발주자를 비롯해 감리, 현장 관계자 모두 마찬가지이다. 작업자들은 이런 내용의 안전계획이 수립됐다는 것조차도 모르고 있는 실정에서 작업을 진행하다가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이러한 계획서들은 외주업체에 용역을 주고 있다. 현장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그럴 듯하게 꾸며 승인이 가능한 계획서를 작성하다 보니 현장에서는 계획 따로 실행 따로 이루어지질 수밖에는 없는 현실이다.

건설 품질의 경우 품질시험은 비용과 인력 등을 이유로 형식적으로 전락한지 오래됐다. 품질시험을 대행하는 시험기관의 경우 매출을 늘리기 위해 일반적으로 영업사원들을 채용하고 있다. 영업사원들은 건설현장에서 품질시험을 수주하고 그 대가로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 적게는 50~70%이상의 수수료를 챙긴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다 보니 품질시험을 대행하는 시험기관 입장에서는 시험실 운영비조차도 건지기 어렵다는 하소연 한다. 이뿐만이 아니라 영업사원들의 입김이 작용하다 보니 KS 기준상 불합격이 나온 시험을 합격이 나오도록 시험을 조작해 실시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불합격이 나오면 또다시 재시험에 따른 품질시험비용과 시험기간이 소요된다. 그러다 보니 건설현장에서는 불합격이 나온 시험 기관 영업사원이 아닌 합격이 나오고 성적서도 빨리 발급해주는 품질시험 기관 영업사원에게 일감을 몰아준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들리고 있다. 물론 영업사원이 현장 관계자에 은밀히 건네는 일정부분의 금품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하다고 한다.

건설현장의 안전사고와 품질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기본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제는 원점에서 다시 기본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원점에서 바라보다 보면 기존에 굳건하게 현성돼 있던 이권 카르텔 영역을 침범하게 된다. 건설산업 내 이권 카르텔 영역을 혁파하지 않고서는 건설현장의 안전과 품질을 확보할 수 없다.

건설산업의 구성원들이 이를 거부한다고 할지라도 시대가 이권 카르텔을 혁파하도록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