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리뷰] 옥석 가리기
[기자리뷰] 옥석 가리기
  • 조성구 기자
  • 승인 2023.07.0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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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일보 조성구 기자] 전력산업기반기금(이하 전력기금) 부실 사용이 1~2차 국무조정실 정부 합동 부패예방추진단에 의해 밝혀졌다. 총 7,626건, 8,440억 원의 위법·부당 집행 사례가 드러났다.

지난해 9월 지방자치단체 12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1차 표본 조사에서 불법·부적정 사례가 2,267건(2,616억 원)이었고 최근 2차 확대 조사를 통해 5,359건(5,824억 원)이 추가로 확인됐다.

신재생에너지금융지원 분야 문제가 가장 심각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은 허위·종이 세금계산서를 제출해 부당 대출을 받고 계산서 가액을 축소, 국세청에 재신고 후 금융기관에 미(未)고지 하는 방식으로 부당하게 자금을 유용했다.

농지건축물에 태양광을 설치해 대출 후 실제로는 미(未)경작하는 방법(농지법 위반), 설치 공사비 부풀리기, 전력기술관리법을 위반한 대출금 신청, 무등록업쳬 계약 및 불법하도급 등, 1~2차 건수만 4,416건 금액은 6,745억 원에 달했다. 총체적 부실이었다.

이들의 불법적 행동을 지적하기에 앞서 어쩌면, 더 중요한 문제는 정부부처·관리기관도 '복지부동' 하의 '업적 쌓기'에만 몰두해, 법·제도 및 규정 등 산업의 발전 토대가 되는 기본을 챙겨야 하는 그들 본연의 임무에 소흘하지 않았냐는 점이다.

엄연하게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관련 고시가 있고 에너지공단, 전기안전공사 등의 규정이 존재했지만 관리는 부실했다. "규정이 있으니 사업자들은 여기에 충실하게 사업을 하라"는 입장은 자유시장경쟁체제에서는 이상론에 불과하다. 

더구나 전력기금은 전기사업법에 따라 전력산업의 지속 발전, 기반 조성을 위해 국민들이 납부하는 전기 요금 3.7%를 재원으로 운용된다.

국가재정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정부회계·기금 등과 동일한 절차로 심의·의결을 통해 편성된다. 국회 결산심사, 감사원의 외부감사도 받는데 이 같이 부실하게 사용되도록 방치한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신재생에너지가 돈이 된다는 소문이 돌자, 사업 능력도 되지 않는 부실 업자들이 모여들었다. 어떤 산업이든 '블루오션'이다 싶으면 어디서나 적폐는 생긴다. 잘한 점도 있었지만, 냉정하게 보면 지난 정부에서 신재생에너지 업계 일부가 그랬다. 정부가 적극 추진하니 '한탕'을 노리는 업자들이 '눈먼 돈'을 노리고 진입했다. 한때 원전 마피아가 원전산업을 '좌지우지 한다'는 보도가 신문 지면을 가득 채웠던 시기가 있었던 것처럼.

이제 옥석을 가리는 일이 중요하다. '구더기가 무섭다고 장을 담그지 못하는 우(愚)'를 범해선 안 된다. 정부도 "신재생에너지를 다른 에너지 산업과 균형 있게 성장시킬 것"이라는 에너지 정책 기조를 밝힌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주요 부처 신임 차관을 임명하며 '이권 카르텔'의 청산을 주문했다. 산업부도 국정조정실, 전력기금사업단, 에너지공단 등이 참여하는 별도의 관계기관 합동 전담반(TF)을 구성해 전력기금 환수 등 절차를 진행한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신재생에너지 정책 혁신 전담반' 통해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와 사업 관리 전반에 대한 혁신안을 마련한다고 한다.

산업은 법과 제도, 규정이 바로서면 그 안에서 '평타'는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