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재생에너지 주민참여 2.0 시대
[기고] 재생에너지 주민참여 2.0 시대
  • 국토일보
  • 승인 2023.06.19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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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에너지 윤태환 대표

재생에너지 주민참여 인센티브 제도가 시행된지 벌써 5년이 지났다.

정부 목표에 맞춰 재생에너지가 제때 보급이 돼 탄소 감축에 기여하기 위해선 ‘지역수용성’ 해결이 필수이기에 만들어진 제도다. 발전소 인근의 주민들이 사업에 투자해 개발하는 회사들처럼 총 사업비의 약 2~4% 이상 직접 투자하면 사업자에게 일정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된다. 지역 주민들은 안정적인 연금형 투자 소득을 얻고 지역 경제 활성화와 수용성 개선을 할 수 있게 된다.

제도 시행 이후 현재까지 전국 약 200여건이 넘는 주민참여 사업으로 인증받은 사업이 생겨나고, 나름 괄목한 만한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강원도 태백 가덕산 풍력은 1차에 이어 2차 사업까지 주민참여 사업 인증을 받았는데, 1차 사업대비 2차 사업을 시행할 때 주민들의 100% 동의 달성이 약 26개월에서 4개월로 단축됐고, 외부 대출금이 없이 주민들의 자체 자금으로만 투자금의 120% 이상을 충당해 투자 모집을 예상 일정보다 조기에 종료 할 수 밖에 없었다. 님비(NIMBY)가 아닌 핌피(PIMFY, Please In My Front Yard) 현상의 전형이다.

이제 태백 주민들은 풍력발전을 무조건 반대하기보다, 내 사업이라 생각하며 판단하고 결정하는 에너지 문해력을 높이는 성과를 이뤄냈다. 이러한 성공적인 모델이 만들어 질 수 있는 가장 큰 기여는 주민들이 투자금을 대출에 의존하지 않고, 흔히 이야기하는 ‘내돈내산’으로 자기 자금을 직접 투자하는 경험을 것을 말할 수 있다. 실제로 태백 가덕산 풍력에 투자한 주민들은 수 백만원에서 수 억원의 자기 자금을 투자하는 결정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사업 구조, 기술, 투자 안정성 등 투자 상품에 대한 깊은 공부를 할 수 있었다.

특히 한 아버님은 투자를 위해 아내와 도시에 사는 자제들에게 투자 결심을 이야기하고, 많은 질문과 의구심에 대해 답하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본인과 가족들 모두가 에너지 문해력이 높아졌고, 이 투자를 통해 수익 이상의 미래세대 환경문제 해결이라는 가치가 더해지니 투자에 대해 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민참여 인증 사업들 중 약 90% 이상은 대부분 주민들이 자기 자금의 출자는 거의 없이 100% 가까이 외부 대출금에 의존해 실제 주민참여가 없는 주민참여 인증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제도의 취지와 달리 주민참여가 피해보상으로 둔갑해 국민의 세금이 특정 정치인이나 사업자, 주민들의 사익을 위해 사용되는 사례들이 제지 없이 반복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자기부담이 거의 없는 주민참여는 주민들에게 결국 재생에너지는 돈덩어리로만 인식을 줄 수 밖에 없다.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설득과 이해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일부 지자체, 사업자, 금융기관의 주도로 추진되는 사업은 학습효과가 없다. 동일한 지역에서 또 다른 사업이 진행되면 또 돈으로, 또 더 큰 돈을 제시해야만 수용성을 개선할 수 있다. 주민들의 인식이 개선되고, 에너지 문해력이 높아져서 자연스럽게 성숙된 핌피 현상으로 전환되는 생태계를 전혀 만들 수 없게돼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지역수용성은 계속하여 제자리 걸음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는 제도 시행 5년만인 2023년 4월 대대적인 제도 개편을 실시했다. 실제 주민들의 참여가 없는 경우 추가적인 정부의 인센티브를 받기 어려워지는 방식으로 주민참여 제도가 개정됐다. 우리나라 주민참여 제도 2.0이 시작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갖춰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제도는 모든 사례에 완벽하게 대처하기엔 미약할 수 밖에 없다. 즉 악용의 여지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결국 제도보다 이를 올바로 활용하는 사업자들의 인식 개선이 동시에 이뤄져야만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보급은 보다 성숙한 걸음을 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디 더 많은 사업자들이 장기적인 주민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변화에 동참하길 바래본다.

루트에너지 윤태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