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일보 현장 25時] 폭우 침수, 근본대책 마련해야
[국토일보 현장 25時] 폭우 침수, 근본대책 마련해야
  • 국토일보
  • 승인 2023.06.16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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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기 국토일보 안전 전문기자/ 공학박사/ 안전기술사/ 안전지도사

물막이판·역류방지장치 대비는 침수피해 완벽차단 어려워
근본대책은 저류조와 대심도 빗물 배수터널 확보가 첩경

최 명 기 기술사
최 명 기 기술사

여름마다 되풀이되는 반지하 주택 침수에 대한 근원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지난해 8월, 서울에서 시간당 100mm가 넘는 물 폭탄이 떨어졌을 때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서 살던 장애인 가족 3명이 폭우 침수로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그 외에도 서울 지하철 7호선 이수역에선 천장에서 물이 새다가 아예 무너졌고, 9호선 동작역은 빗물이 계단으로 흘러들어 역 자체가 침수되기도 했다.

저지대에 속해 장마기간 동안 침수 위험에 놓여 있는 곳이 아직도 우리 주변 곳곳에 많이 있지만 아직까지 대비는 미흡하다.

침수 우려에도 반지하 주택은 쏟아지는 비를 막아 낼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아직까지 없는 곳이 많고, 오로지 아스팔트 바닥에 놓여 있는 맨홀 1개만으로 모든 비를 막아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반지하 창문은 외부인의 출입을 막기 위해 방범창이 단단히 고정돼 있어 침수 시 거주자가 긴급 대피해야 할 상황이지만 나갈 수 없는 곳이 많은 실정이다.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로 인근 하천(냉천) 범람으로 인해 지하주차장이 침수될 때 차를 빼러갔던 주민 7명이 갑자기 들어찬 물에 목숨을 잃었던 포항의 한 아파트의 경우에는 시청에서 보조금을 준다고 해도 주민들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공사가 미뤄지고 있어 아직까지 차수판이 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7월부터 적도 부근 동태평양 해수면의 고온 현상인 슈퍼 엘니뇨 현상에 의해 게릴라성 폭우가 올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한 곳에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게릴라성 폭우 뿐만아니라 불확실한 강우 특성으로 인해 어느 지역에 국지성 호우가 내릴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는 결국 과거 피해 전적이 없던 곳에서도 갑작스러운 폭우로 인해 피해가 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폭우 등으로 침수 피해가 커질 것이 우려되지만 여전히 많은 국민들은 비용 부담 때문에 반지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 이상 폭우 침수 등에 무방비로 내몰리지 않도록 보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국회는 침수 방지를 위한 예산을 과감하게 늘려서라도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배수공간 확보와 반지하 거주자의 이주 등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 대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사실 침수방지시설 설치 대상 가구에 물막이판·역류방지장치 설치 등의 대비만으로는 침수피해를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단시간에 쏟아지는 많은 양의 물을 일정시간 저류할 수 있도록 저류조와 대심도 빗물 배수터널을 확보 하는 등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물은 자연적인 특성상 위에서 밑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 또한 배수로가 막히게 되면 상류방향으로 역류하는 특성도 가지고 있다.

지금 정책을 보면 반지하 주택이나 지하주차장에 물막이판이나 배수펌프를 설치해서 배수를 한다고 할지라도 그 물이 어디로 가는지 전혀 생각을 안 하는 것 같다. 지하로 들어가지 못한 물은 도로 포장면을 따라 흐르던지 아니면 우수관이나 배수로를 따라 흐르다가 저지대로 모이게 된다. 사방팔방에서 흘러들어와 저지대에 모인 빗물은 유출량보다 유입량이 많기에 당연히 저지대는 침수되고 상류방향으로 역류가 시작된다. 사실 그동안 반지하 주택이나 지하 주차장이 물을 임시동안 저류시켰던 측면도 일부 있었다.

이에따라 물막이판을 설치하고 배수펌프나 역류방지장치를 설치하는 것은 소극적인 방법이지, 근본대책이 아니다. 근본적인 대책은 유입량 대비 유출량을 크게 늘리는 방법이다. 이 방법이 바로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저류조와 대심도 빗물 배수터널 등 배수공간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장마가 바로 코앞인데 아직까지도 기획재정부와 총사업비 협의 등의 이유로 예산 확보와 설계 등 공사 절차상의 이유로 인해 침수위험 지역의 재해방지 시설이 완료되지 않아 올해 폭우에도 주민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더 이상 비가 오지 않기를 빌 수만은 없다. 하루빨리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예산을 과감하게 투입, 재해방지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감사원의 ‘도심지 침수예방사업 추진실태’ 감사보고서를 보면 상당수 지방자치단체들은 집값 하락에 따른 민원 발생 등을 우려해 침수가 발생했거나 침수발생이 예상되는 주거지나 상가지역은 제외하고 침수위험지구(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를 지정했다고 한다. 특히 서울시는 지난 2016년 하천 범람이 우려되는 지역 125곳을 선정했지만 25개 자치구들은 이곳을 침수위험지구로 지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당장 침수위험지구로 지정하고 출입구 방지턱을 높히거나 물막이판, 반지하 주택 개폐형 방범창 등을 설치하는 등의 침수방지시설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폭우 침수 등의 재난 발생 시 대피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재난취약계층에 대한 현황을 확보하고 실질적인 비상 대피계획 수립과 주기적인 훈련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일부 지자체에서 계획하여 운영 중인 ‘침수 재해 약자 동행 파트너’와 같은 제도는 실질적으로 운영이 된다면 상당히 권장할 만한 제도이다. 폭우침수 예·경보가 발령되면 동행 파트너로 지정된 통·반장이나 이웃 주민들이 반지하 주택에 사는 중증 장애인, 노인, 어르신 등 재난취약계층 대상 주민 집을 방문해 대피를 돕는 제도이다. 이 제도가 계획에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실제 상황을 가정해 주기적인 훈련을 실시하고 실제 상황에서 적용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