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리뷰] 역주행 에스컬레이터의 역습
[전문기자리뷰] 역주행 에스컬레이터의 역습
  • 하종숙 기자
  • 승인 2023.06.1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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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일보 하종숙 기자] 최근 분당 수내역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로 또한번 가슴을 쓸어내렸다.

인명피해가 없어 천만다행이었으나 10년 전 야탑역에서 발생한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2019년 서울대입구역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등 잊을만 하면 터지는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 에스컬레이터 사고는 자칫 인명사고로 이어지기에 ‘안전불감증’이라 치부하기엔 미흡, 근본부터 살피는 계기가 마련돼야 한다.

이번 사고로 정부부처는 물론 관계기관이 협력, 대대적인 에스컬레이터 전수조사 실시에 나섰다. 또한 현재 수내역 사고 정밀조사를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승강기안전 전문기관 등이 합동조사단을 꾸렸다.

수내역의 경우 매달 점검이 실시되는 역사일 뿐만아니라 지난달 실시된 월간점검에서도 ‘양호’ 판정을 받았다. 합동조사단의 정밀조사 후 최종결과를 기다려야 하겠으나 ‘책임’을 져야하는 곳이 어디일까 궁금해 진다.

국내 연간 에스컬레이터 수요는 2,000여대. 전부 외국산에 의존, 국내 생산은 단 1대도 없다. 국내 공급을 위해 공장을 건립하고 생산을 위한 인력 채용, 판매를 위한 판촉 활동 등 기업이윤 보장은 커녕 적자구조이기에 외국산 에스컬레이터를 들여오는 게 남는 장사라는 것이다.

국내 생산이 전무한 구조에서 외국산에 의존하고 있어 소모되는 부품조차 외국산에 의존하다보니 악순환이 반복된다. 과거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시 ‘짝퉁 부품 사용,’ ‘관리부실’이 도마위에 올랐다.

엘리베이터보다 에스컬레이터 점검은 더 많은 주의가 요구되는 업무로, 점검시에도 자칫 사고를 유발할 수 있을 뿐만아니라 유지보수 인력난이 가중되고 있어 이또한 업계 어려움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 제조 및 유지관리 등 승강기 시장은 4조원 규모로 제조 및 수입 280여개사, 유지관리 900여개사, 종사자는 2만5,000명이 승강기산업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러나 유지관리업체 대부분이 중소기업으로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고 대가 역시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가장 기본은 대가현실화! 제대로 된 대가가 우선되지 않는다면 후진국형 안전사고 발생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대한민국은 승강기 설치 80만대를 돌파하며 최초 설치 112년만에 세계 7위의 승강기 대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승강기 설치 강국 대한민국에서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는 그동안 ‘빨리빨리, 싸게 더 싸게’를 주문하며 기본을 무시한 우리의 잘못된 관행이 만들어 낸 역습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제값주고 제대로 된 품질 확보’가 정착, ‘안전한 대한민국’ 만들기가 가속화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