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보] 입장차 팽팽한 고양시의회 파행···원인은 ‘불통’과 ‘정치력 부재’
[2보] 입장차 팽팽한 고양시의회 파행···원인은 ‘불통’과 ‘정치력 부재’
  • 김경현 기자
  • 승인 2022.12.12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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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실장 “본회의장 아니면 사과할 용의 있어···대안 제시해 달라”
의장 “5급 사과 목적 아니야···민주당, 예산 삭감편성 보복하려는 것”
민주당 “파행이 목적이었으면 시장 사과 요구했을 것···의장이 사태 키워”
국민의힘 “양측에 사과 대안 제시 요청···파행 바람직하지 않아”
경기 고양특례시청·시의회 입구 전경. (사진=김경현 기자)
경기 고양특례시청·시의회 입구 전경. (사진=김경현 기자)

[국토일보 김경현 기자] 경기 고양특례시의회 파행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25일 제268차 제2차 정례회가 개회됐지만, 더불어민주당 시의원 17인 모두 등원을 거부하고 있어 ‘개점휴업’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지금과 같이 파행이 계속되면 3차 추경(사회취약계층 급여 207억원)은 물론, 2023년도 예산안(2조9963억원) 심의 모두 발목이 잡힌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해당사자 모두 팽팽한 입장차이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 한 치 앞을 가늠하기 힘들다. 문제는 파행이 장기화돼 발생하는 모든 피해는 시민들 몫이라는 점이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파행의 원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지난달 4일 이동환 시장의 ‘이태원 참사’ 국가애도기간 중 해외출장(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참석) 규탄성명 발표 당시 이상동 비서실장의 언행이 부적절했고, 현장에서 사과했지만 진정성이 없어 본회의장에서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

또 다른 하나는 민주당이 정례회 개회에 맞춰 비서실장의 본회의장 사과 요구를 담은 공문을 11월 22일 김영식 의장에게 전달했지만, 김 의장이 차일피일 미루다 뒤늦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거기다 돌아온 답변에 거부 의사만 있을 뿐 대안 제시가 없었다는 점도 문제 삼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공문 건을 들어 김 의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추진 중이다.

경기 고양특례시의회 민주당이 김영식 의장을 통해 보낸 공문(좌)과 집행부 답변(중), 그리고 민주당이 김영식 의장에게 보낸 불신임안 상정 통보 공문(우). (제공=고양시의회)
경기 고양특례시의회 민주당이 김영식 의장을 통해 보낸 공문(좌)과 집행부 답변(중), 그리고 민주당이 김영식 의장에게 보낸 불신임안 상정 통보 공문(우). (제공=고양시의회)

이에 대해 이상동 비서실장은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 선의로 ‘들어가시라’ 한 것이고, 시장의 해외출장에 대한 시민들 반응을 참고하란 의미로 ‘기사도 안 보시느냐’고 말한 것”이라며 “하지만 민주당 의원님들이 불쾌하게 받아드려 현장에서 ‘죄송하다’고 사과했고 끝난 일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원한다면 다시 사과할 용의는 있다. 다만 본회의장 사과는 적절치 않아 대안을 제시해주면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상동 비서실장이 진정성을 담아 다시 사과할 의사가 있다면 공문 회신 당시 본회의장 사과 대신 대안을 제시해야 했었다는 입장이다. 이는 민주당과 이 실장 모두 상대에게 대안 제시를 요구하고 있어 입장차이를 넘어 감정대립 양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김영식 의장은 이 건에 대해 민주당과 비서실장이 개별적으로 해결할 문제지 의장이 나설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그럼에도 시달리다 보니 공문을 보냈고 돌아온 답변이 ‘지방자치법 위배’라며, “시의원은 시장과 부시장 사이고 나는(의장) 시장과 레벨이 같은데, 이건 수치다. 어떻게 5급의 사과를 요구할 수 있느냐. 시장이면 모를까”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민주당이) 저러는 건 결국 예산 문제다. 의장과 시장이 같은 당(국민의힘)인데, 민주당이 원하는 예산(자치공동체지원예산)을 (이동환) 시장이 삭감해서 보복하는 것”이라며 “예산 편성은 시장 고유권한이고, 시의회는 삭감할 수 있다. 그렇게 하려면 등원해서 심의하면 된다”고 언급한 뒤 “불인임안 건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경기 고양특례시청·시의회 전경. (사진=김경현 기자)
경기 고양특례시청·시의회 전경. (사진=김경현 기자)

하지만 민주당의 주장은 전혀 다르다. 김미수 원내대표는 “처음부터 등원을 거부할 생각이었다면 비서실장이 아니라 시장 사과를 요구했을 것”이라며 “의장님이 중재를 약속하고도 거짓말(구두 중재, 공문 전달 과정 등)을 하며 시간을 끌어 상황을 키웠다. 우리는 이 건이 정리된 후에 개의할 것을 의장에게 요청하기도 했다. 개의해버리면 날짜가 있어 빼도 박도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5급 정무직 사과 건으로 등원을 거부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저희는 거꾸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5급밖에 안 되는 분이 파행의 주범인데 시장님은 뭘 하고 계시냐는 거다. 그분(비서실장)을 사과시키지 않으려고 이 사태로 가는 게 합당한지 되묻고 싶다. 결국 시장님이 비호하고 있기 때문에 상황이 풀리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행 장기화에 대해 이철조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시종일관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우리(당) 입장도 본회의장 사과는 적절치 않을 뿐만 아니라, 이 건을 파행 사유로 보지도 않는다. 다만 당대당의 절충점이 나올 수 없는 게 민주당과 집행부 비서실장이 풀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라며 “민주당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도 없고, 국민의힘은 해줄 수 있는 것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과 비서실장 모두에게 대안 제시를 요청했다. 어떻게든 회기를 속개해 심사에 들어가야 한다”며 “양측 모두 감정대립으로 치닫고 있는데, 이런 식의 파행이 계속되는 건 민생(추경, 예산안 등)을 앞에 둔 상황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정치적 부담을 에둘러 표현했다.

지역 정치에 밝은 한 원로는 “이번 파행을 지켜보며 고양시 지역 정가에 시민은 없고 불통만 가득해 보인다. 지금이야말로 시민을 최우선으로 시장과 의장, 여야 모두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때인데, 그저 자존심 싸움에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다”면서 “당장 파행으로 겪게 될 시민들 피해를 생각한다면 지역 국회의원들이라도 나서야 한다”고 대화와 타협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