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기술연구원 우효섭 원장에게 듣는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우효섭 원장에게 듣는다
  • 하종숙 기자
  • 승인 2012.06.18 17: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발위주서 탈피 공공.환경성 강조 고부가가치 건설산업 재편 시급하다”

[대한민국 건설기술 R&D메카]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우 효 섭 원장에게 듣는다

“개발위주서 탈피 공공․환경성 강조
고부가가치 건설산업 재편 시급하다”

첨단기술과 융합․녹색성장기술 등 건설R&D 투자 지속 확대돼야
“입・낙찰제도 등 조달체계 선진화가 기술력위주 건설산업 전환된다”
건설연, 기술 국산화․개발 정책 지원 등 국가경제 발전 수행 핵심 기관


대담 = 김광년 本報 편집국장

“건설은 과학과 기술의 결합체… 사명감․사회공헌 자부심 강조”
건설산업연구개발의 핵심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그 중심에는 CEO이자, 전문가로서 800여 전문인력을 이끌고 30여년의 전통과 전문성을 지켜가고 있는 우효섭 원장이 있다.
“건설산업은 과학기술이 만나는 꼭지점이며 국민행복을 좌우하는 국가 핵심 전략산업입니다.”
차분하면서 강한 어조로 어필하는 그의 얼굴을 보며 ‘한국건설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라는 확신을 하는데 부족함이 없음을 확인했다.
‘2012 건설의 날’ 기념 인터뷰를 통해 우효섭 원장의 평소 지론을 들어본다.


- 2012년 현재 대한민국 건설기술 수준 및 현황은 어떻게 진단하고 계십니까.

▲ 그동안 국내 건설산업은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습니다만 국내 건설산업의 비약적인 외형성장에도 불구하고 국내 건설부문 인프라는 OECD 국가 중 최하위수준입니다.
예로 201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도로 연장 현황을 보면 인구 1,000명당 스웨덴이 46.2km, 호주가 38.2km, 미국이 20.8km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2.1km로 꼴찌입니다.
또한 국내 건설기술수준도 아직까지 선진국 대비 70%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국내 건설산업은 산과 강이 많은 우리나라의 지형에서 각종 사회간접시설을 짧은 시간에 건설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도로·교통·터널 등 구조물 시공과 신도시 개발 분야에서는 거의 선진국 수준의 건설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건설산업에 있어 고부가가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기획, 설계, 사업관리 등 소프트분야에 있어서는 아직도 선진국과 매우 심각한 기술격차를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같은 기술격차가 지속된다면 대한민국 건설산업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 사이에 끼여 있는 ‘넛크래커 현상’으로 매우 큰 어려움 겪을 것입니다.

- 건설기술이 곧 건설산업 선진화를 위한 첩경이라 생각되는데요. 미래 건설기술 발전 방향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 현재 국내 건설산업은 부동산 침체 및 정부의 저축은행 구조조정으로 인한 현금 확보의 어려움 등 극심한 고사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과거 국내 건설산업은 풍부한 유동자금과 부동산 시장의 호황기 덕분에 시공만 잘하면 수요가 항상 따라왔습니다. 즉 건물과 시설을 공급하기만 하면 되는 건설산업 구조였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국내 건설산업은 이러한 개발위주의 산업이 아닌 국민들이 최대한 만족할 수 있는 공공성과 환경성이 강조된 산업으로의 재편노력이 긴요한 시점입니다.
이를 위해 첫째로 현행 건설산업을 위한 R&D 투자는 지속적으로 유지·확대돼야 합니다.
특히 첨단기술과의 융합, 녹색성장기술 등 미래 기술영역에 대한 집중적 투자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때 한 개의 건설기술이 기획부터 유지․관리에 이르기까지 전 주기적으로 연구가 수행될 수 있도록 투자가 필요합니다.
민간 건설사의 적극적인 R&D 참여를 위해 정부출연금을 확대하고, 건설 R&D 수행에 따른 위험부담도 상쇄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지요. 하지만 무엇보다 건설연 같은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 선도적으로 R&D에 나서야 합니다.
둘째로, 건설산업의 고부가가치 기술인 소프트기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체계적인 지원전략 수립, 유관기관과의 활발한 연계활동이 시급합니다.
셋째로, 개발된 기술역량을 산업에 빠르게 전파할 수 있도록 개발된 기술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기술력위주의 건설산업 체계로 전환시키기 위한 입・낙찰제도 등 조달체계의 선진화 노력이 촉구됩니다.

- 신규 물량 확보를 위한 노력이 요구되는데 제도적․정책적 과제는 무엇입니까.

▲ 건설산업은 국내 경제가 고속 성장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높습니다. 그러나 과거 국내건설업은 인력 및 기술의 역량 강화보다는 사업 수주를 위해 기업의 모든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과당경쟁을 낳았습니다.
또한 지나친 성과주의로 인해 각종 부패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국민들 사이에서 양산했을 뿐만아니라 최근 몇몇 지자체의 경전철 사업처럼 과거에 추진됐던 대규모 SOC사업들이 세금만 먹고 이용자가 없는 실패한 전시행정으로 전락했습니다.
이러한 관계로 국내건설업계는 향후 대규모 건설사업 수주가 힘들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내건설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SOC시설물의 사용자를 알고 한층 서비스 체감도가 높은 시설물을 건설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야 할 것입니다.
항상 수요자가 있던 과거와 달리 현재의 국내 건설시장 환경에서 건설업계는 SOC시설물의 시공능력 뿐만 아니라 시설물들에 대한 이용자 수 극대화를 통해 경제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사업 발주자에게 제안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건설업계가 시설물들을 이용할 대상 국민들을 분석하고 이들이 편리하게 이용토록 건설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최근 저 출산 문제와 서민복지, 사회적 약자 보호가 주요 국가현안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서민․임산부․고령자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SOC건설 및 이의 시설물 관리가 중요해 진 만큼 건설업계도 이러한 사회적 움직임에 맞춰 건설사업을 조정해야 합니다.
둘째로 폐쇄성을 가진 건설업 문화의 특성을 떨쳐버려야 합니다. 현재 국가현안 이나 국민들의 어려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건설기술들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건설업계 문화의 폐쇄성과 정부의 규정과 지침만 따르면 된다는 건설업계의 폐쇄성 및 보수성 등으로 인해 귀중한 건설기술들이 현장에 적용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건설신기술을 개발하거나 적극적으로 현장에 적용되도록 하는 개방적인 문화가 건설업계 내에 조성돼야 한다.
동시에 국내 건설업계는 국가기준이나 지침 내에 이러한 기술들이 채택되도록 정부와 정치권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국민들의 입장에서 국가의 복지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SOC시설이 건설되고 관리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한발 더 나아가 건설수요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사업을 추진, 정부와 정치권에 설득하는 능력을 배양해야 할 것입니다.
셋째로 국내건설업계도 국가현안이나 국민들의 삶을 제고할 수 있는 건설기술에 대한 연구투자를 지속해야 합니다.
국내 건설업은 과거에 선진외국의 기술을 국산화하는 것에서 벗어나 선진 해외기업들이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미지의 바다를 국내 건설업도 도전해야 합니다.
국내에서 적극적으로 건설업계가 건설 신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해 문제점을 개선함으로써 이들이 향후 해외수주 확대를 위해 필요한 설계 및 시공능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내 건설업이 해외의 경쟁자에 비해 약했던 설계분야의 경쟁력은 이같은 새로운 건설기술의 개발과 적용 경험에서 배양될 수 있습니다.

- 건설산업의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한 산업계 대응책은 무엇인지 제언 부탁드립니다.

▲ 최근 국내건설업체의 해외건설 공종별 구성은 플랜트 비중이 높고 토목과 건축 비중은 갈수록 줄고 있습니다. 국내 건설업체의 토목비중은 2000년 50.9%이후 2011년 말 현재 9.7%로 줄었습니다. 건축분야의 비중도 1998년 34.1%에서 13.4%로 낮아졌습니다.
1998년 48.2%를 차지하던 플랜트 비중만이 73%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국내건설업의 토목과 건축분야는 플랜트분야에 비해 해외시장 수주 경쟁력을 잃고 있습니다.
또한 국토해양부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공동으로 개발한 국가별 건설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평가모델에서도 국내 건설산업은 건설부패 인식과 같은 시장안전성과 설계생산성과 같은 설계 기술경쟁력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국내건설업의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토목과 건축분야에서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입니다.
첫째로 국내 건설산업은 토목, 건축, 플랜트 등 공종 분야별로 특성에 맞는 해외 건설시장 진출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해외 건설시장의 규모는 현재 플랜트 비중이 줄고 토목과 건축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 건설업의 분야별 해외수주 실적은 이와는 반대양상으로 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각 공종 분야별로 시장의 특성을 파악하여 해외시장 진출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로 국내의 건설사업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추진 되도록 투명하고 깨끗한 조달 및 사업 시행체계가 빨리 도입돼야 합니다. 즉 국내 건설시장에서 제도와 관행을 ‘글로벌 스탠다드화’ 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조선 및 반도체 기업처럼 건설기업들도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통해 발전함으로써 글로벌 경쟁력을 갖게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할 것입니다.
우선 공공공사 입찰 및 계약제도가 건설업계의 새로운 자재・공법・관리기술 개발노력 및 기술경쟁 우위 확보로 이어지도록 정부는 이를 개선해야 합니다.
셋째로 국내 건설사들은 시공은 물론 설계 및 엔지니어링, 사업관리 등 고부가가치 부문의 건설 경쟁력을 높여야 합니다.
국내 건설산업은 설계 및 사업관리가 포함된 해외건설 패키지 사업에 진출해야 합니다. 우선 각 기업들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해 설계부문에서 해외시장을 개척해야 합니다. 또한 해외 선진국과의 수주 전쟁에서 핵심 경쟁 요소인 건설인력을 글로벌 인재로 양성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국내 건설산업은 저탄소 녹색기술, 초대형 건설사업 등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와 건설업계는 해외건설시장에서 경쟁우위창출에 가장 기반이 되는 세계수준의 건설기술 개발노력이 지속될 수 있도록 역량을 모아야 합니다.

- 건설기술연구원은 대한민국 건설기술 R&D 메카로 그 역할과 중요성이 강조되는데요.

▲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국가기반시설 성능 고도화, 기후변화대응 국토관리, 친환경 국토조성 기술개발과 성과확산을 통해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국가 발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현재 연구원은 연 1,500억 원 규모의 사업을 운영하며, 건설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를 포함한 약 8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는 국내 유일 건설기술 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건설기술연구원은 지난 1983년 개원이래 국가경제 발전을 위해 기술의 국산화, 경제개발 정책 지원 등 나름대로 국가건설기술정책의 중심에서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 왔습니다.
또한 연구원은 2011년 11월 국가의 과학기술정책 분야에서 좀 더 큰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기존의 ‘부처 임무형사업’ 중심에서 ‘국가 미션사업’ 중심으로 전환했습니다.
연구원은 최근 이같은 변화에 부합, 연구성과의 질을 높이고, 우수한 인력과 안정적 예산을 포함한 출연연의 연구자원을 확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올해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할 연구 분야는 무엇입니까.

▲ 오는 2014년까지 7개의 WBT를 확보하고 25억~50억원의 기술료 수입을 달성하고자 경영목표를 정했습니다.
또한 국책 연구기관으로 정부정책을 지원하고, 중소기업으로의 기술이전과 실용화도 도울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3대 중점과제를 선정했습니다.
가장 먼저 ‘쾌적하고 안전한 국토조성 기술개발’입니다. 저탄소 녹색성장에 맞춘 기술개발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제로카본 그린홈 건설, 중ㆍ고층용 유닛 모듈러 주택공법 개발, 고기능성 탄소저감형 건축자재 개발, 자연공생 하천설계 기술 확보 등을 포함합니다.
둘째는 국가와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SOC 성능 고도화 기술개발’입니다. 세계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저비용 장수명 하이브리드 사장교 기술, 저비용 저탄소 아스팔트 포장공법 등 2개의 과제 등을 수행합니다.
이를 통해 교량, 도로 등 SOC의 수명을 늘리고 공사비용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마지막으로 ‘미래 신성장 동력 창출을 위한 융복합 건설기술 개발’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콘크리트 부유식 해상 인프라 건설기술, 극한지 하부구조 급속시공 플랫폼 기술, 해상풍력발전 모노파일 시스템 등 개발에 주력할 것입니다.

- 이공계 후배들에게 메시지 부탁드립니다.

▲ 건설은 궁극적으로 국민과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사명감이 큰 분야로, 사회공헌의 자부심을 강조하지 않을 없습니다.
건설은 과학과 기술의 결합체로, 자신의 노력만큼 일구는 보람있는 분야입니다.
최근 인기몰이 직업에 밀리고 정부의 이공계 챙기기가 미흡한 여건으로 이공계 전공자들이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자기 전공으로 오래도록 기여하고 생업으로 일할 수 있는 것은 토목, 건축이라 의미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정리=하종숙 기자 hjs@ikl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