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최재덕 해외건설협회 회장에게 듣는다
[특별인터뷰] 최재덕 해외건설협회 회장에게 듣는다
  • 하종숙 기자
  • 승인 2012.03.28 14: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요자 중심 해외전략 수립… 전문인력 확보.정책기능 강화해야”


“수요자 중심 해외전략 수립… 전문인력 확보.정책기능 강화해야”

국내업체 발빠른 노력 기대… 올 700억불 해외수주 달성 전망
해외시장 선점은 ‘기술력․금융경쟁력 확보’가 관건 지원 앞장서야
해건협, 정보 제공 및 페루․리비아 등 지부 확충 현지 직접 도움


“해외시장을 진출하는 자체만으로도 국익에 앞장서는 일이지요. 그야말로 애국의 길을 가고 있는 것 아닙니까?” 지난 해 590억불을 돌파하고 올해 700억불 수주 목표를 향해 동분서주… 다양한 지원책과 보완책을 구사하고 있는 해외건설협회 최 재 덕 회장.
지금까지 반세기 동안 국내 해외수주액은 총 4천830억불이다. 이 중 최근 5년 간 수주 금액이 무려 56%에 달하는 2천700억불. 해외건설 진흥기에 도래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같은 분위기를 타고 막 취임 1달을 넘기고 있는 최재덕 회장을 만났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강조한다. “다각적인 해외시장 전략을 마련하고 고부가가치 높은 수주극대화를 위해 무엇보다도 해외건설 전문기관의 연구개발 전문인력을 확보, 정책개발 기능을 대폭 확대해야 합니다.”
지난 30여년 간 공직에 봉직하면서 ‘행정의 달인’으로 자타가 인정했던 최재덕 회장의 메시지속에서 새롭게 전진하는 그의 행보에 관심과 기대가 집중되고 있다. 대담=김 광 년 本報 편집국장


- 지난해 해외수주실적은 591억달러를 달성, UAE 원전수주액을 제외하면 사상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해외건설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올해 해외수주 전망에 대한 기대감 또한 큰데요.

▲ 올해 해외건설은 최근 수주증가 추세가 이어져 연초 전망한 700억불 수주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비록, 유럽 재정위기와 같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해외건설시장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지만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와는 달리 유가폭락 상황은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중동지역의 민주화 사태 마무리로 기 예정된 발주물량에 더해 각종 복구사업이 추가로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수주실적이 작년에 비해 다소 저조한 수준인데, 이는 발주처의 설계변경 요구 등의 이유로 계약협상이 길어지고 있는 데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협상 마무리와 함께 곧 수주금액도 본격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해외시장에 활성화에 관심이 집중되는데요 해외 다각화 방안은 무엇입니까.

▲ 국내 업체들은 과거 80년대 중반 중동경기 퇴조와 함께 대체시장을 찾지 못했던 관계로 오랜기간 극심한 수주난에 시달렸던 경험을 이미 갖고 있습니다. 그만큼 시장다변화의 필요성이 절실합니다.

다행인 것은 업체들도 중남미나 아프리카, CIS 지역과 같은 미개척시장으로 수주활동을 확대하고 있고, 정부도 이러한 시장을 대상으로 시장개척자금을 지원하고 고위급 수주지원단 파견을 확대하는 등 수주시장 다변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해외건설협회도 이같은 노력을 현지에서 직접 지원하기 위해 2009년 카자흐스탄을 시작으로 주요 거점 국가에 해외지부를 운영하고 있으며, 2012년에도 페루와 리비아, 인도네시아 등으로 지부망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진출지역 다변화와 더불어 공종개발 및 핵심기술 확보를 통한 수주 다각화 노력도 필요합니다.

과거 단순 토목·건축 위주의 공사를 수주했던 것에 비해 최근에는 자원개발과 인프라건설을 연계 한다던가 도시수출 등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수주내용을 업그레이드 시키고 있습니다만, 아직까지는 국내업체들의 수주가 플랜트 위주로 편중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장기적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수주 구조의 내실을 다지기 위해 진출지역과 공종을 다각화, 수주시장을 꾸준히 다변화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 신규 물량 확보를 위한 제도적․정책적 과제는 무엇입니까.

▲ 현재 해외 플랜트 EPC(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 분야에서 우리 업체들의 경쟁력이 최고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원천기술을 선진국에 의존하고 있는 등 격차가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에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인도 등 후발 개도국 업체들의 추격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중동에서 일부 플랜트공사에 중국업체들의 원청 참여가 시작되고 있다하니 경쟁 심화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앞으로 해외건설 수주를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가기 위해서는 기술력과 금융경쟁력 제고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입니다.

기술혁신을 통해 원가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핵심기술을 확보해 고부가 해외건설 분야로 수주분야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업체의 자체적인 노력에 더해 정부에서도 적극적인 R&D 투자를 통해 핵심기술 확보를 지원해야 합니다.

또한 최근 대형 국책사업의 수주 여부를 결정짓는데 있어 금융동원 능력이 핵심요소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국책금융기관의 역할을 강화하는 등 다방면의 지원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이밖에도 해외건설산업의 중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정보나 전문인력 확충 등의 분야에서 민간기업이 단독으로 하기 어려운 일들을 정부가 나서서 적극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이와 관련 최근 정부가 해외진출인력에 대한 인센티브를 늘리고 정보망을 확대하는 등 각양의 대책을 내놓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겠지요.

다만, 건설 프로젝트의 복합적인 특성상 지금까지 관련 지원정책이 건설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 뿐만 아니라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외교통상부 및 교육과학기술부 등 각 부처별로 산발적인 공급자 관점에서 운영되어 왔는데 이러다보니 정책지원의 중복성과 업무 추진의 비효율성으로 인해 일선 수주현장에서 느끼는 혼란이 컸던 것도 사실입니다.

따라서 이제 해외건설을 비롯한 정부의 건설정책은 수요자 중심으로 지원되고 집행될 시점이라고 봅니다. 이의 일환으로 국토해양부에서는 해외건설 지원 효율을 높이기 위해 작년에 해외건설촉진법을 개정해 중장기 및 연도별 지원계획 수립을 제도화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제도 도입은 해외건설 주요 정책지원이 수요자 중심에서 일관성 있게 수립, 시행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앞으로 정부지원 방향이 수요자 중심의 큰 틀 안에서 세워지고 협회도 그 틀 안에 알찬 지원정책을 채워 넣을 수 있도록 협력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 해외건설 시장 확대를 위해 국내 업체들 또한 많은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압니다. 국제경쟁력 제고를 향한 산업계 대응책을 제시하신다면.

▲ 앞으로 해외건설 수주가 안정적으로 확대되고 국가경제의 핵심동력으로 확고히 자리잡기 위해서는 해외시장 리스크 요인에 대한 철저한 대비 및 세계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부응할 수 있는 국제경쟁력의 배양이 선결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선, 해외시장 환경에 부합하는 새로운 수출전략상품 개발을 서둘러야 합니다. 현재 국내 기업의 해외건설 주 공종은 석유가스 관련 플랜트지만, 앞으로는 저탄소 녹색성장 부문이 세계적인 개발 화두로 부상할 전망입니다. 이와 관련, 원자력 및 태양광, 풍력발전, 고속철도 등 관련분야의 시장선점을 서둘려야 합니다.

개도국을 대상으로 한 도시수출도 새로운 블루오션 영역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도시수출은 건설과 함께 우리의 문화상품까지 수출함으로써 연관분야 파급효과가 매우 높은 고부가가치 상품입니다.

이외에도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첨단 초고층 빌딩 등 공종별로 특화된 상품개발에 다양한 전략과 방식을 동원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 핵심 기술 및 파이낸싱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국내 기업은 전체 공사의 틀을 짜는 기본설계(FEED), 프로젝트관리(PM) 등 핵심 기술 및 파이낸싱 능력 배양에 최우선적으로 힘을 쏟아야 합니다.

선진국 기업은 플랜트분야에서 공정 원천기술, 지적재산권, 노하우 등을 특화해 주로 라이센서 대여, 기본설계 등 고부가가치 위주로 참여하고 있어 우리도 이러한 소프트웨어분야로의 방향전환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비가격경쟁에서) 선진국에 비해 특히 취약한 금융조달능력 향상을 위한 업계차원의 방안으로 국제금융 및 계약전문가, 프로젝트 매니저 등 우수 인재양성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셋째로 신흥 산유국 및 자원부국 등으로의 시장다변화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막대한 오일머니를 내세워 인프라건설 발주를 지속하고 있는 산유국을 비롯하여 풍부한 에너지·광물자원을 보유한 아프리카, 중남미 등의 자원부국에 대한 시장개척에 주력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패키지딜 방식의 사업모델 창출을 통해 자원확보와 인프라건설을 연계한 다각적인 수주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유망 국가 발굴에도 적극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합니다.

이미 해외 발주처로부터 검증된 우리 업체들의 수주 경쟁력이 앞으로도 지속돼 연간 1,000억불 이상의 수주 달성과 수익성 향상으로 연결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리=하종숙 기자 hjs@ikl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