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주택협회 위상을 높여라
한국주택협회 위상을 높여라
  • 이경운 기자
  • 승인 2012.03.2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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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주택협회는 1977년 주택지정업자제도 시행에 발맞춰 명실공히 국내 주택업계를 대변하는 단체로 등극했다.(한국주택사업협회 1978년, 한국주택협회 1993년)

정부와 국민주택 200만호 건설을 주도하며 서민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했고, IMF를 이겨내며 국내 주택산업 선진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주택업계의 대변자로서 1993년에는 경기도 성남에 약 300억원의 재정을 투입, 연면적 2만7,813㎡ 규모의 주택전시관을 마련하는 등 국내 대표건설단체로 도약했다.

그러나 최근 협회의 모습은 과거와 다르다.

제20회 정기총회(3월 21일)를 앞둔 시점에서 생존해 있는 회원사는 81개이며, 이번 총회를 끝으로 2~3개 건설사가 회원자격을 잃게 됐다.

최근 2년간 500가구 이상 주택공급실적 미달, 연회비 미납 등 의무는 고사하고 주택사업 자체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협회측도 침체된 주택경기를 모르는바 아니지만 부실 회원사를 정리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결단이었다고 토로한다. 협회의 입지를 바로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중순 주택사업으로 승승장구하던 H사가 협회의 통상회비(분양실적)를 1억 이상 미납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주택규모로 1만3,000여 가구에 달한다.

협회비가 강제적이지 않다는 점을 악용한 사례로, 업계를 대표해 대 정부, 대 정치 업무를 수행하는 협회의 자존심을 뒤흔든 파렴치한 사건이다.

부동산경기 침체가 장기화된 요즘 주택사업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세종시의 경우, 지난해 중순 공동택지를 보유한 7개 업체는 사업지연으로 인한 금융비용 탕감을 주장하다 결국 토지계약을 포기했다. 반면 최근에 택지를 매입한 업체들은 ‘대박분양’의 단맛을 누렸다.

이들의 성공에 토를 달고 싶진 않다. 그렇지만 책임을 다하는 성숙된 모습이 필요하다.

현재 시공능력평가 상위 100대 건설사 중 25개사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처해있다.

업계는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25개 건설사들의 성공과 실패에 주택사업이 있었음을 깨달아야 한다. 지금의 성공에 안주해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면, 어려울 때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

국내 주택산업을 이끌어갈 대형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먼저 한국주택협회의 위상을 높여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보다는 ‘우리’가 앞서는 기업경영 의식이 확대·정착돼야만 중장기적 미래를 진단·전망해 새로운 산업진흥책을 모색할 수 있는 것이다.

협회는 곧 기업의 모체다. 과거 정부가 나서 밥상을 차려주던 시대를 그리워하지 말고 신시장개척 등 한국주택시장의 생명력 강화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정부와 업계 사이에 협회가 존재하는 이유를 기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