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일보 현장 25時] 안전전문가 구분도 못하는 '건설안전특별법', 입법예고부터 삐걱
[국토일보 현장 25時] 안전전문가 구분도 못하는 '건설안전특별법', 입법예고부터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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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9.24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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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기 / 본보 안전 전문기자 . 공학박사 . 안전기술사

안전전문사가 아닌 안전전문가를 제대로 활용해야 안전 확보 가능
건설안전기술사나 산업안전지도사 배제 운영은 미스터리
전문가(사람)와 자문사(회사)를 분명하게 구분 필요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교흥 의원 등 13인이 발의한 건설안전특별법안이 입법예고 됐다. 현재 안전전문가들과 현장 안전관계자들의 눈과 귀는 모두 이 법안에 집중되어 있는 상태이다.

이 법안이 제정된 이유는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발주자, 기업의 경영진 등 상대적으로 권한이 큰 주체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함에도 실제 사고로 인한 피해는 권한이 상대적으로 작은 하청 근로자들이 입고 있다는 배경에서 출발했다.

입법 예고된 법안에 따르면 발주자는 적정한 공사비용과 공사기간을 제공해야 한다. 원수급인이 안전관리를 책임지도록 하는 등 건설공사 주체별로 권한에 상응하는 안전관리 책임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만약 책임을 소홀히 해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이에 합당한 책임을 지도록 하여 현장의 근로자들에게 안전한 작업환경을 제공해주기 위해 입법예고 됐다.

법안의 전체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원론적으로 찬성하지만 일부 세부적인 조항에 대해서는 각 조항별로 전문가들의 반대 의견이 상당히 많은 실정이다. 국회 홈페이지 입법예고 법안에 대한 댓글이 반대의 글로 도배되어 있는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다.

특히 안전전문가 입장에서 보았을 때 제10조(안전자문사의 선임 등)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고 상당한 괴리가 있다고 본다. 그동안 건설현장에서 안전컨설팅이나 안전점검, 안전지도 등의 업무를 수행해왔던 건설안전기술사나 건설안전분야 산업안전지도사 등과 같은 실질적인 안전전문가를 배제하면서 비전문가들을 안전자문사라는 명칭 하에 운영하겠다는 발상 자체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은 대목이다. 당연히 안전전문가들은 색안경을 끼고서 바라볼 수밖에는 없다.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안전자문사는 발주자에 대하여 건설현장의 안전을 위한 업무 수행이나 안전관리 역량 확인의무 등에 따른 발주자의 안전관리의무에 관한 사항을 준수하도록 조언하게 되어 있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 제67조에 따른 건설공사발주자의 산업재해예방 조치와 그 밖에 관계 법률에 따른 발주자의 의무나 역할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에 대하여 조언토록 되어 있다.

발주자는 건설공사를 안전하게 수행하기 위하여 발주자에게 자문할 수 있는 전문가(안전자문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를 ①‘건설기술 진흥법’ 제26조에 따른 건설기술용역사업자, ②‘건축사법’ 제18조에 따른 건축사, ③그 밖에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자격이나 경력을 보유한 자로 한정했다.

누가 보아도 건설기술용역사업자나 건축사들은 안전전문가가 전혀 아니다. 그들 스스로도 조사나 설계를 하는 것이 주된 업무이지 안전전문가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자격이나 경력을 보유한 자에 안전기술사나 안전지도사들이 안전전문가로 포함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차후에 국토교통부령을 정할 때의 일이다.

또 하나 심각한 문제는 전문가(사람)와 자문사(회사)를 분명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면 전문가이고 자문사이면 자문사이어야 한다. 그런데 예고된 법령은 전문가와 자문사가 혼재되어 있다. 자문사(회사)가 아닌 전문가(사람)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건설안전기술사나 산업안전지도사들을 배제한 제10조(안전자문사의 선임 등) 조항은 속된말로 안꼬 없는 찐빵이다. 전문가가 전문가로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으니 젊은 청년들이 건설기술인으로 진입하지 않고 오히려 의사가 되기 위해 의대에 진학하거나 공무원이 되기 위해 공시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안전은 안전전문가에게 맡기고 정부와 국회는 감놔라 배놔라 하지 말고 그저 전문가들이 원활하게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환경만 조성해 주면 된다. 더 한심한 것은 전문가 단체인 기술사 단체나 지도사 단체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