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일보 현장 25時] "지반침하 등 안전사고, 건설기술인 처우와 위상 없이는 못 막아"
[국토일보 현장 25時] "지반침하 등 안전사고, 건설기술인 처우와 위상 없이는 못 막아"
  • 국토일보
  • 승인 2019.12.24 13: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명기 국토일보 안전 전문기자/ 공학박사/기술사

[국토일보 현장 25時] "지반침하 등 안전사고, 건설기술인 처우와 위상 없이는 못 막아"

건설사고 예방 위한 법적, 제도적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에도 사고 지속 발생 문제
싱크홀 등 안전사고, 건설기술인의 직업윤리와 직무능력 부족이 원인으로 꼽혀
건설기술인에 대한 처우와 위상 없이는 안전사고 절대로 막을 수 없어 대책마련 요구

22일 오전 7시 20분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지하보도 공사현장에서 아스팔트 지반이 내려앉으면서 근로자 1명이 3m 아래로 떨어져 숨지는 지반침하(싱크홀)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원인은 상수도관 파열로 흘러나온 물에 의해 주변의 모래가 휩쓸려 나가면서 지반을 받치고 있던 흙이 내려앉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날인 21일에도 경기도 고양시 백석동의 한 오피스텔 공사공사 현장 인근 도로에서도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다. 5차로 도로에 길이 20m, 폭 15m, 깊이 1m의 지반침하가 있었지만 다행히 사고 지점을 지나던 차량이나 행인이 없어 인명 피해는 없었다.

사고지점은 지난달 깊이 1cm 미만의 균열이 발견되자 오피스텔 공사를 중단시킨 채 지표투과레이더(GPR) 검사를 해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와 2주 만에 공사를 재개됐지만 이번 사고가 발생하여 점검의 실효성 문제가 대두됐다.

사고가 발생하면 항상 점검을 강화하고 벌칙을 부여한다는 방안을 내놓는 것처럼 이번에도 역시 국토교통부는 사고가 발생한 현장에 대해서 특별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점검에서는 사전에 승인받은 대로 시공했는지 여부를 집중 확인할 계획이고, 지하안전영향평가, 안전관리계획서대로 시공하지 않았거나 안전관리 미흡 등 위법행위가 적발될 경우 공사중지, 벌점 및 과태료 부과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엄중히 조치할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지반침하(싱크홀)와 같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안전관리 시스템은 이미 충분히 구축되어 있는 상태이다.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는 터널공사와 20m 이상 터파기 공사를 수반하는 사업에 대해서는 지하안전영향평가와 사후 지하안전영향조사를 하도록 하고 있고, 10m 이상 터파기 공사를 수반하는 사업에 대하여는 소규모 지하안전영향평가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지하시설물과 주변지반에 대하여는 지하안전점검과 지반침하 위험도평가 등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서는 ‘건설기술진흥법’을 통해 10m 이상 굴착하는 건설공사의 경우에는 공사착공 전에 발주자나 인․허가기관의 장에게 안전관리계획서 제출해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고, 고용노동부에서도 근로자의 산업재해 사고 예방을 위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10m 이상 굴착하는 건설공사의 경우에는 반드시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제출하고 심사․확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법적, 제도적으로 안전관리 시스템이 구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발생하는 사고를 막지 못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직접적인 사고의 발생원인은 당연히 계측관리 소홀과 같은 기술적 원인 때문에 발생했을 것이다. 그러나 건설현장에서 건설기술인이라면 누구나가 잘 알고 있는 계측관리가 소홀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면의 원인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건설기술인에 대한 사회적 처우나 위상이 계속 떨어짐에 따라 건설기술인들이 가져야 할 직업윤리의식과 전문능력이 부족한 것은 아닐 런지 생각해 본다.

대학교의 건축이나 토목 등 건설관련 학과에 입학하는 고교 졸업생들의 수는 해마다 줄고 있고, 건설관련 학과 졸업생들이 설계사나 시공사 등 건설관련 업체에 취업하는 비율 역시 감소 추세에 있다.

금융이나 제조업 등 타 업종에 비하여 건설업종은 상대적으로 근무조건과 환경이 열악한 실정에 있어 입사 후 신입사원들의 중도 퇴직률 또한 만만치 않아 건설업계에서는 인원충원에 애를 먹고 있다.

건설을 바라보는 사회적인 인식은 ‘토건족’ 또는 ‘노가다’라고 칭하면서 마치 건설이 부정부패로 얼룩진 갱단이라고 매도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여건을 살펴보면 건설기술인들은 새벽부터 야간까지 거친 햇볕에 그을리고 추위에 시달리면서도 작업자들과 같이 일을 해야 하고 주말에도 떳떳하게 쉴 수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급여 또한 금융이나 서비스업 등 타 업종에 비하여 열악하기 그지없는 실정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사회적으로 건설기술인들이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천대받으면서 자존감이 가장 밑바닥까지 떨어진 상태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근무하고 있는 건설기술인들에게서 철저한 직업윤리 의식은 당연히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부단한 자기계발을 통하여 전문지식을 익히고 배우며 직무능력 향상을 도모하기에도 역부족인 실정인 것이다.

건설기술인들은 단지 현재 몸담고 있는 건설현장을 하루빨리 떠나고 싶은 마음만이 간절한 상태이다. 지금보다는 더 나은 환경과 조건 속에서 일하고 싶어서 복지나 급여가 좋은 새로운 직장을 구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아애 공무원이나 공사 시험을 보든지 하여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모든 건설기술인들이 이러한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건설기술인들은 누구나가 한번쯤 생각해보았고 시도해 보았을 것이다.

이제는 모든 것을 바꿔야만 한다. 지금 이대로의 건설문화를 가지고서는 미래를 장담할 수가 없다. 정부와 대학과 건설업계와 건설기술인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야만 건설의 미래가 있을 것이다.

정부는 안전사고 발생 시 건설기술인들과 건설업계를 처벌하는 관행이 만능열쇠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조치는 결코 안전사고를 막을 수 없다는 점을 이제는 인정해야만 한다.

기술적인 원인 해결도 중요하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건설기술인에 대한 처우와 위상저하에 따른 현상임을 인지하고 해결하는 정책을 수립하고 이행해야만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에서는 그동안 지켜왔던 권위와 자존심을 버리고 현장에서 바로 적용이 가능한 실무위주의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후학들을 양성해야 할 것이다. ‘학술(學術)’은 학문과 기술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라는 단어의 뜻을 이해하고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실무위주 교육을 강화하고 학문적 이론과 그 이론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즉시 기술적 활용이 가능하도록 가르치고 부족하면 건설업계에 손을 내밀어야 할 것이다.

건설업계는 그동안 관행처럼 되풀이 되던 관습에서 탈피하여아 한다. 건설기술인들을 일회용 소모품처럼 취급하고 사용하다가, 더 이상 필요 없으면 가차 없이 내다 버리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 회사와 건설기술인들이 일심동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급여나 복지수준을 타 업종보다 월등히 높여주어 능력 있고 유능한 인재들이 건설업계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하여 시행할 필요가 있다.

건설기술인들 또한 철저한 직업윤리 의식과 전문지식을 습득해야만 한다. 사람 몸을 고치는 의사들과 같이 건물이나 구조물들을 고치는 의사가 곧 건설기술인이라는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을 스스로 배우고 익혀 전문가로서 안전사고 등을 미연에 방지한다면 사회나 국민들은 건설기술인들과 건설업계를 부정부패 집단이 아닌 전문가나 전문집단으로서 확실하게 대우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