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인터뷰 |한화건설 최병호 상품개발팀 부장
■ 전문가 인터뷰 |한화건설 최병호 상품개발팀 부장
  • 김미현 기자
  • 승인 2011.09.26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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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도시를 품는 것이 진짜 조경”

창조적인 조경 디자인… 경쟁력 우위 확보         

한화건설 최병호 상품개발팀 부장.

‘한화 꿈에 그린’ 독창적 조경… 新주거문화 창출

“조경 미래 불투명 위기극복 자세가 필수” 강조

“조경은 값비싼 나무보다 모두가 즐기고 누릴 수 있는 푸른 숲을 만드는 것입니다.”

한화건설에서 조경사업을 이끌고 있는 최병호 부장은 ‘조경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간결하고 굵게 답했다.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조경학을 전공한 그는 서인조경설계사무소에 입사 한 뒤 대우건설 주택사업본부 상품개발팀을 거쳐 한화건설 상품개발팀에 근무하고 있다. 대학때 부터 현재까지 조경 디자인을 연구하며 잔뼈가 굵은 조경인으로 알려진 최 부장은 조경 디자인에 대한 철학이 남다르다.

최 부장이 추구하는 조경 디자인은 도시가 자연을 품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도시를 품을 수 있도록 만드는 작업이다. 즉, 도심속에 자연을 만드는 인위적인 작업이 아니라 자연속의 도심이 존재하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조경 디자인 이라는 것.

최 부장은 “언제부턴가 아파트 조경에 호화로운 시설과 값비싼 수목으로 꾸미는 것이 최상의 기법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지만 진정한 조경은 사람과 자연, 환경을 생각하는 공공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조경 디자인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로 통하고 있는 그는 한화건설이 추구하는 조경디자인 3대 컨셉을 만들어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가 추구하는 조경디자인 컨셉은 ▲힘들고 지친 일상에 녹색의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외부공간인 그린오아시스 디자인 ▲꿈에그린만의 독창적 외부환경 시설물을 추구하는 스컬프쳐 디자인 ▲품격있는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공간을 창조하는 프레스티지 스토리 디자인 등이다.

이같은 컨셉을 추구하고 있는 그의 철학으로 인해 한화건설이 디자인한 조경시설물은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창조적이고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한화건설의 브랜드인 ‘한화 꿈에그린’ 아파트의 숲속의 오케스트라와 자연을 담은 놀이터가 세계3대 디자인 어워드 중의 하나인 2010 독일 iF 제품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단지 내 공용자전거 시스템과 거치공간인 그린바이크 스테이션을 개발해 2년 연속 2011 iF 제품 디자인상도 받았다. 일산 가좌 커뮤니티 광장인 ‘기억의 정원’은 태초의 자연을 상징하는 친환경 디자인과 풀잎의 자연스러운 선형과 잎맥을 모티브로 한 꿈에그린 정원 등은 2010 GD(Good Design)상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인천 에코메트로가 제6회 인천시 조경상 대상과 2009 대한민국 대표아파트 친환경(조경)부분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 부장은 최근 들어 국내 조경산업의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이는 수년째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있지만 조경업체의 난립으로 인해 과당경쟁을 불러일으켜 조경디자인 등의 질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사를 저가에 수주하다보면 제대로 된 조경컨셉을 살려 공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최 부장은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조경산업도 상당한 위기에 처해있다”며 “이는 시공분야에서 저가 과당경쟁을 불러일으켜 공사 품질 등을 떨어뜨릴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대한전문건설업 협회 실적 신고를 참고로 조경산업과 관련된 식재공사와 시설물공사 면허 등록 업체수는 2009년 5174개에서 지난해 5754개로 늘었다. 반면, 이 기간 실적은 3200억원이 감소했다. 지난해 실적이 전년대비 8% 밖에 감소되지 않았지만 업체 수가 늘어났다는 것을 감안하면 체감감소율을 3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역시 감소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 부장은 “조경시설물은 선 투입 사업 중심으로 타 분야보다 불황이 더욱 심각하다”며 “이번 기회를 계기로 고효율 저비용 조경을 추구하고 과도한 경쟁은 배제시키는 방법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경이라는 파트의 긍정적인 부분은 마케팅 측면에서 활용가치가 충분히 있으며 상품의 첫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부여해 마케팅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점을 강조해야만 조경산업이 불황을 조금이라도 빨리 탈출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조경산업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으면서 매년 1500여명을 배출하고 있는 조경학과 학생들이 졸업 후 갈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최 부장은 “업계 스스로가 현재 처한 위기를 인식하고 조경이 하나의 산업으로 커가고 있는 요즘 조경분야가 건축, 토목, 도시계획 등을 모두 아울러 총괄하는 역할로 당당히 일어설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조경업계는 현실에 안주하거나 틀속에서 경쟁하지 말고 스스로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능한 인재들이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최근의 불황이 새로운 시장창출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조경산업 발전을 위해 밤낮없이 달려온 선배들이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조경산업의 밝은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