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 5, 공공관리제도의 아킬레스건을 쐈다"
"한남 5, 공공관리제도의 아킬레스건을 쐈다"
  • 이승호 기자
  • 승인 2010.08.18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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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코리아리포스트, '한남 5구역 무슨일이' 심층분석…업체선정권한 놓고 대립

서울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공공관리제도가 좌초 위기에 빠졌다.

지난 한 해 동안 공공관리시범지구로 지정돼 제도가 시행됐던 한남5재정비촉진지구가 공공관리와는 별개로 정비업체 및 설계자를 선정하겠다고 나선 것.

한남5구역은 곧바로 총회금지가처분 소송에 휘말리면서 총회 개최가 불투명해 졌으나 서울서부지방법원이 총회금지가처분을 기각시키면서 한남5구역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서울시와 한남5재정비촉진지구 추진위원회가 극한 갈등을 겪으며 지난 7월 31일, 개최된 한남5재정비촉진지구 주민 총회는 결국 정족수 미달로 상정된 안건이 통과되지 못하고 다음달 11일로 미뤄졌다.

정비업계 관계자들은 "한남5구역의 총회와 총회금지가처분결정이 기각된 의미는 크다”며 “향후 공공관리제도가 적용될 사업지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시와 한남 5구역 추진위 사이에서 벌어진 갈등의 핵심은 공공관리제도의 안정적인 정착과 시행을 도모하는 서울시의 입장과 자율적으로 업체선정을 하고 싶은 한남5구역 추진위원회의 희망이 충돌한 것이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서울시가 발표한 정비업체 선정기준과 선정방식에 대한 한남5구역추진위원회의 뿌리 깊은 불신이 내재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불신은 한남5구역추진위원회가 지난해 동안 공공관리시범지구로 제도적 시행착오를 몸으로 겪어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법권, 공공관리자가 업체선정권한과 기준 독점하지 않는다 판단
도정법과 충돌하는 서울시 조례, 또다시 누더기 도정법으로 전락?

서울시는 7월 22일과 7월 30일 두 차례에 걸쳐 “추진위가 7월 15일 발표된 업체 선정기준을 따르지 않고 객관성과 투명성이 부족한 종전 방식으로 업체 선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개최 중지를 지시하는 공문을 보냈다.

한남 5구역 추진위는 “기존의 방식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입장을 고수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결국 한남 일부 주민들이 제기한 총회금지가처분소송이 기각되면서 한남5구역은 정비업체선정과 설계자 선정에 관해서는 공공관리제도 절차를 따르지 않고 자율적으로 선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됐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법권의 결정은 공공관리제도 시행에 관해 중요한 변수가 될 판결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바로 공공관리제도의 핵심인 업체선정권한과 업체선정기준에 관해 추진위원회의 고유 권한을 인정하는 사법권의 시각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총회금지가처분소송을 제기한 원고 측 주장의 요지는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에 따라 공공관리 대상 사업인 한남 5구역은 공공관리자인 용산구청만이 정비사업전문관리자의 선정업무를 수행할 권한을 가지고 있고 추진위원회는 선정 권한을 가지지 못한다”였다.

그러나 서울서부지방법원은 “공공관리를 하는 시장·군수 등에게만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선정 업무를 수행할 권한을 부여하는 규정이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 업체선정권한에 대한 공공관리자의 독점적 권한을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이에 더 나아가 “7월 15일 고시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선정기준에 위반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업체선정에 관한 추진위원회 결의가 서울특별시장의 고시 이전에 했었다는 한남5구역의 특수적 특성 외에 “종전의 규정에 따라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선정절차를 진행한 점과 고시 기준에 따르면 다른 선정이 될 수 있는지도 불분명한 점을 비춰볼 때 추진위원회가 선정기준에 관한 고시내용에 부합되지 않은 진행을 했다 하더라도 이를 무효라고 할 수 없다”는 시각을 분명히 적시했다.

이에 대해 정비업계 관계자들은 “사법권의 현재 시각은 공공관리제도 절차적 적용 유무를 추진위원회 승인 이후에는 주민들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가처분인 만큼 본안소송을 지켜봐야 하지만 만약 사법권의 이러한 시각이 유지된다면 공공관리제도의 적용은 주민들의 합의에 의해서 결정될 것으로 보여진다”고 전했다.

그리고 관계자들은 “공공관리제도에서 가장 문제시 되어 왔던 시공자 선정 시기를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미뤘던 것도 주민총회의 의결을 통해 앞당기는 것이 가능할지 모른다”는 조심스러운 관측을 더했다.

재개발·재건축 법조계 일각에서도 “사법권의 이번 시각은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만약 유지된다면 향 정비업계를 뒤흔들 큰 폭풍이 예고된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정족수 미달이라는 예기치 않는 변수에 걸려 잠시 주춤하고 있는 한남5구역 정비업체 및 설계자 선정 건은 다음달 11일, 개최된 총회에서 재상정될 것으로 보여 정비업계 관계자들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만약 다음달 11일 총회를 통해 정비업체가 바뀌게 되면 향후 공공관리제도의 시행은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이며, 공공관리제도는 주민들의 의결에 의해 일부 복잡한 이해관계로 사업이 지연된 지역이나 정부의 중재가 필요한 지역에서만 시행할 수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업체선정에 관한 권한은 사업을 진행하는 주체인 토지등소유자에게 있다고 본다”며 “서울시가 자신들의 기준에 의해 업체 선정 과정에서 적합하지 않은 업체를 걸려내겠다고 한다면 서울시 기준에 맡지 않은 업체는 죽으란 말인가”라고 되물었다.

또한 그는 “서울시의 기준이 합리적이고 적합한 기준이라고 보기 힘들다”면서 “현재 시범지구에서 선정한 업체들은 일부 업체가 독점하고 있는 행태인데 그들이 과연 오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실력 있는 업체인지는 의심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