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공공관리제도 투명성 vs 자율성 도마 위로
[기획]공공관리제도 투명성 vs 자율성 도마 위로
  • 이승호 기자
  • 승인 2010.08.18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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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성 앞세운 추진위와 투명성 앞세운 서울시 '한남 5'서 정면충돌

“취지는 공감하나 개인의 재산을 담보로 사업을 집행하는 것이니 만큼 공공의 일률적 시스템을 대입해 추진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의 가장 기본인 자율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재개발·재건축 사업 과정에서 조합과 정비업체 그리고 시공자 간 비리의 고리를 끊고 투명하게 사업을 집행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 공공관리제도는 효율적이라 할 수 있다”

공공관리제의 시행을 두고 이 같은 두가지 주장이 팽팽이 맞서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의 제도 시행이 난항을 겪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전문 뉴코리아리포스트에 따르면 투명성을 앞세우며 지난 7월 16일부터 서울시가 강행한 공공관리제도가 같은 달 12일·28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주민들의 자율성에 무게를 두며 총회개최금지가처분신청을 기각시킴으로써 시행 12일 만에 법적 장벽을 넘지 못하는 형국에 처하게 됐다는 것.

더욱이 지난 6.2 지방선거로 서울시와 노선을 달리하는 각 구의 구청장들이 대거 선출된 상황에서 이 같은법원의 결정으로 그 파급 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뿐만 아니라 사법권의 시각은 공공관리제도 개정안인 서울시 조례와 그보다 상위법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사이의 서로 상이한 규정을 문제 삼고 상위법인 도정법의 손을 들어 주고 있어, 앞으로 공공관리제도 시행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의 공공관리제도 도입은 정비사업 분야의 오래된 병폐라고 할 수 있는 부정비리를 척결하고자 하는 배경에서 도입됐다.

그러나 공공관리시범지구로 선정된 성수전략지구와 한남재정비촉진지구에서 그 운영과 절차상에 문제점이 발생하면서 제도의 모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특히 한남재정비촉진지구의 경우, 예비추진위원회 선거를 앞두고 특정 추진위원회를 배제하라는 문서를 용산구청이 한남의 전 토지등소유자에게 우편 발송해 관권선거 의혹이 제기됐고, 현 성장현 구청장이 이에 대해 “주민들 싸움에 왜 끼어들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공무원의 모습이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한남 5구역의 문제는 도정법이 규정한 한도 이상으로 투명성 확보를 위해 주민들의 자율성을 제한하는 공공관리제도 자체 문제와 더불어 공공관리시범지구로 공공관리제도의 시행착오를 한 몸으로 겪어온 한남재정비촉진지구 특정적인 문제가 결부되어 있다.

아울러 서울시가 주장한 투명성이라는 부분에서도 이미 정비사업 관계자들은 “조합이라는 시어머니에 공공이라는 시누이만 한명 더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덧붙여 공공관리제가 공직자의 도덕성을 담보로 시행에 들어갔지만 만약 이 믿음이 깨지기라도 한다면, 재개발·재건축사업장은 더 큰 부정과 비리로 얼룩질 수도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기반은 모두 사업지 주민들의 재산을 기반으로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사업 기반을 제공하고 있는 주민들의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고 공공적 측면만을 강조하게 된다면 결국 사업기반을 제공한 주민들의 사업이 아닌 지자체의 사업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한남 5구역 관계자들은 “이러한 병폐를 거쳐 승인된 한남5구역의 예비추진위원회의 입장에서는 해당 지자체의 입김을 거부하고 자율적 행사를 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말한다.

그러나 서울시 공공관리과 관계자는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 있는데 한남5구역 총회가처분 결정문의 경우 판사가 앞뒤 상황을 파악도 하지 않은 채 제량으로 결정한 사항이고, 추진위가 이를 강행한 것일 뿐”이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