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공사 부채, 누구 탓인가?
LH공사 부채, 누구 탓인가?
  • 국토일보
  • 승인 2010.08.11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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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한 칼럼]


지난해 10월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합병돼 출범한 LH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의 부채는 최근 몇 년간 기하급수로 불어났다. 옛 토지공사와 옛 주택공사의 부채를 합치면 2004년 28조 원, 2007년 67조 원으로 늘었고 올해 6월 말에는 118조 원이 됐다. 지난해 말 결산기준으로 109조 원이었던 부채가 올해 들어 반년 만에 9조 원이 더 늘었다. 하루에 이자비용만 84억 원을 내야 할 만큼 경영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특히 꼬박꼬박 이자를 갚아야 하는 금융부채는 올해 6월 말 현재 83조 원에 이른다.

부채와 이자가 지금처럼 빠른 속도로 불어난다면 각종 사업을 진행하는 데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공사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급기야 신규사업 등 전체 414개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러한 LH공사의 경영부실을 놓고 여야가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현 정부가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통합을 무리하게 추진한 것이 결정적 원인이라 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지난 정부 때의 방만한 경영이 부실을 키웠다고 주장한다.

참여정부시절 건설교통부장관을 지냈고,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을 맡고 있는 이용섭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LH공사의 재무구조가 악화된 데에는 국책사업의 무리한 추진과 방만한 경영에도 큰 책임이 있지만, 이명박 정부가 공공기관 선진화 성과에 급급해 사전 구조조정 없이 토공과 주공의 통합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경영부실의 근본원인이 지난 정부시절 쌓인 과도한 적자에 있다며 맞섰다. 지난 정부의 국토개발 계획에 따라 진행된 방만한 사업과 이로 인한 부실 규모가 워낙 커, 경영정상화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LH공사의 부채의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결론적으로 보면 노무현 정부 때 추진한 과도한 국책사업을 떠맡으면서 부채가 급증했다. 국민임대주택 100만호 건설과 세종시, 혁신도시 건설사업 등 신도시개발사업, 미군기지 이전, 각종 산업단지와 택지개발 등이 단기간에 집중된 탓이다. 2004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한 부채는 이후 6년 동안 5배나 늘어나게 되었다. 2000년만 해도 5조 원가량에 불과했던 연간 사업비가 2006년엔 30조 원 안팎으로 늘었다. 그만큼 부채도 빠른 속도로 쌓여갔다.

LH공사의 재무구조현황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LH공사의 금융부채 75조원(2009년 12월 기준) 중 노무현 정부 때부터 추진한 국책사업, 즉 임대주택사업(27조원), 신도시․택지 관련 부채(27조원), 세종시․혁신도시 등 정책사업(10조원) 비중이 85.3%를 차지한다. 도시재생사업(6조원)과 기타 부채는 5조원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LH공사의 부채에 대해서 자유롭지 못하다. 기업은 계속기업(going-concern)이다. 지금의 LH공사는 갑자기 생긴 신생 창업기업이 아닌 이상 그 기업의 경영실적은 이어질 수 밖에 없다.

LH공사의 부채 증가는 경제적 효율성을 무시한 정부의 무리한 국책사업 추진과 부실경영에 따른 결과다. 따라서 참여정부의 국정 주체세력이었던 민주당이나, 또한 정권교체를 통해 새로 집권한 한나라당 또한 LH공사의 늘어나는 부채에 대해서는 책임공방에서 벗어날 수 없다.

왜 남의 탓만 하는가? 이렇게 무책임한 자들이 국정을 이끌고 있는 주체세력이었는 지 한심하다. 지금이라도 LH공사의 부채를 줄이는 방법에 대해 머리를 맞대어 고심하고, 국민적 이해를 구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현 정부 또한 마찬가지이다. 금융부채가 2007년 40조원, 2008년 54조원, 2009년 75조원으로 늘어나고, 금융부채 비율 또한 2007년 234%에서, 2008년과 2009년 각각 280%에서 360%로 증가하는 등 경영부실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 또한 금융부채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민주당이 LH공사의 재무구조 악화요인이 토공과 주공의 통합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것이 원인이라는 주장 또한 설득력 없다.(민주당의 통합 반대 이유는 두 공사의 통합에 따른 본사 이전문제가 정치적 속내였다), 10년 전에도 토공과 주공의 통합에 대한 논의를 거쳤었고 지난 김대중 정부 말기에도 통폐합 관련법이 국회까지 갔다가 자동 폐기가 된 사례가 있다.

토공과 주공의 통합에 대해서는 역대 정부들 공히 그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던 사항이다. 두 공사의 통폐합을 통해 중복 유사업무로 인해 생기는 불필요한 경쟁과 손실을 방지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의 효율화를 기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가 인식하고 있던 사항들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토공과 주공의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살릴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구조조정과 내실 경영에 대해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