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도로학회 이석근 회장
[인터뷰]한국도로학회 이석근 회장
  • 선병규 기자
  • 승인 2010.07.12 0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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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산업, IT 접목해 해외진출 가능성 높다”

저탄소 녹색성장 구현에 도로의 역할 커
정부의 지속적인 예산투자와 기술개발 시급

지난 7일은 국토의 대동맥인 경부고속도로 개통 40주년을 맞는 뜻 깊은 ‘도로의 날’.

이석근(경기대 토목공학과 교수) 한국도로학회장은 “우리나라 경제발전과 직결된 경부고속도로 건설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면서 “철도나 항만의 개발보다 투자효율이 높고, 제한된 재정으로 수송애로를 해결하는데 가장 효과적으로 당시 ‘선택과 집중’을 통한 국토개발 정책이 유효했음을 보여주는 근대화의 산물이다”고 강조했다.

  한국도로학회 이석근 회장

이 회장은 또 “경부고속도로는 순수 우리기술로 건설돼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이를 토대로 도로건설 기술의 발전을 가져왔고, 이는 해외건설 수출에 크게 일조해 소위 제 1, 2차 석유파동시 국가 경제를 살리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에 거미줄처럼 뻗쳐있는 도로가 우리나라 산업발전은 물론 일일생활권 확대, 삶의 질을 향상 시켜온 큰 역할을 해 왔다는 게 이 회장의 지론이다.

그는 해마다 감소되고 있는 도로분야 예산에 대해 안타까움과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이 회장은 “최근 철도가 녹색성장에 맞는 수송수단이라고 각광을 받는데 반해 도로는 녹색성장을 저해하는 수송수단으로 매도를 당하는 게  현주소”라며 “이는 가까운 미래에 전기자동차의 도래로 충분히 해소할 수 있고, CO2절감을 위해서도 도로가 해야 할 역할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현재 우리나라 도로스톡 수준은 OECD 30개국 가운데 국토계수당 도로연장 28위(고속도로 12위), 국토.자동차계수당 도로연장 26위, 자동차당 도로연장 29위, 인구당 도로연장 30위 등으로 거의 꼴찌에 가깝다.

그는 “우리나라 경제규모(세계 12위)에 비해 도로스톡 수준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상황이 이런데 도로가 에너지 소모가 많고 CO2배출량이 많아 도로투자를 억제한다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군다’는 식이며, 결국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큰 그림을 못 본 잘못된 정책“이라고 현 도로정책을 지적했다.

아울러 “도로가 녹색성장을 저해하는 국가시설이라는 생각에서부터 도로정책을 세운 것이 잘못된 것”이라며 “도로와 철도는 상호보완적인 투자가 돼야지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져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저탄소 녹색성장 도로산업 구현을 위해서는 보다 긍정적인 시각에서 정부의 지속적인 예산투자와 기술개발이 필요한 시점으로 진단하고 있다.

“저탄소 녹색성장 구현을 위한 도로기술은 선진국에서도 시작된 지 얼마 안돼 그 격차가 크지 않다고 본다”며 “다만 지금 이 시기를 놓치면 영원히 선진국을 따라 잡을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정부는 도로정책 전환을 해야 할 중요한 시기”라고 제시했다.

이 회장은 도로분야에서 녹색성장 구현 기술의 옥석을 가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도로의 녹색성장에 집중해 가야한다는 시각이다.

대선 등 선거때만 되면 남발되는 공수표 공약에 휘둘리는 도로정책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이 회장은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한 장기적인 국가수송체계를 마련해 국토건설이 공약사업으로 인한 즉흥적인 개발이 되지 않도록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면서 “미래의 도로에서는 사업의 효율성이 반드시 경제성에만 좌우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교통 지정체의 완화, 환경보전과 에너지 절감, 이용자의 편의성 등을 정확하게 평가가 되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도로정책이나 기술방향을 묻는 질문에 이 회장은 “그동안 고속도로는 우리 생활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줬고, 앞으로 미래를 위한 고속도로도 지속적으로 투자돼 정보통신기술과 합쳐진 스마트 도로로 발전하고 변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동의 원전수출처럼 도로분야도 새롭게 정비만 잘 된다면 해외진출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이 회장은 “북방으로의 고속도로 대륙진출을 준비해야 한다. 지금 계획단계에 있는 아시안 하이웨이 등에도 우리가 갖고 있는 도로건설 및 운영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국가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IT와 자동차 산업은 세계적으로 선두 자리에 있어 두 분야를 연계한 첨단고속도로시스템 개발 경쟁력이 높다고 본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가 이뤄진다면 원전수출처럼 첨단고속도로 시스템을 해외에 수출할 수 있는 신 뉴딜 녹색산업으로 각광받을 것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