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만 증폭시키는 부동산 정책
위기만 증폭시키는 부동산 정책
  • 국토일보
  • 승인 2008.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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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 친화적 부동산 정책의 추진을 표방했던 이명박 정부가 출범 3개월이 가까워 오도록 관련 정책에 대한 시동도 켜지 못한 채 꾸물대는 바람에 오히려 국민 경제적 차원으로 위기가 증폭되고 있다.


 당초 정부와 한나라당 등 여권은 개혁 1단계로 올  4~5월 임시국회에서 건설 및 부동산 관련 규제를 철폐내지 완화하겠다는 방안을 세웠고 정권 출범 전후로 이런 구상을 직간접적으로 홍보하기까지 했다.


 특히 과거 야당시절 한나라당은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며 종합부동산세 및 양도세 등을 조정하겠다는 주장을 강하게 펴온 터라 세제 측면에서의 규제완화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전례 없이 높혀 놓았다.


 그러나 취임 초 의기양양하게 전봇대를 뽑았던 이명박 정부는 그 호기(豪氣)와는 달리 인사실책 및 쇠고기 파동 등에 따른 지지율하락과 여론 악화라는 복병을 맞으면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종부세의 경우 인사 실책에서 초래된 ‘강부자 내각’ 등의 이미지 실추로 정권 차원에서 언급 자체를 기피할 만큼 오히려 금기시되는 이율배반적 행태에 빠져 있을 정도다.


 사실 이 정부가 제시한 시장 친화적인 정책 방향과 내용은 전체적으로 옳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행정을 비롯 금융 세제 등의 규제완화를 통해 정부의 역할을 줄이고 시장 기능을 활성화하겠다는 방향은 이미 두 차례의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 낼 만큼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책의 내용이 잘못돼서 비판의 여론에 몰리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아직도 감세와 규제완화가 부동산 경기침체 뿐 아니라 국가적 경제 위기를 푸는 핵심 대책이어야 함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논리적으로 타당하며 또한 경제적으로 필요한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위화감 조성이 두려워 시행을 못한다면 이는 오히려 위기를 키우고 화(禍)를 자초하는 결과만 빚을 뿐이다. 따라서 결코 부동산 세제개편 등 규제완화의 시행을 꾸물댈 일이 아니다.


 이미 본보에서 보도한 것처럼 심각한 주택 경기 침체로 인한 위기 경고는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3월말 현재 전국 미분양주택이 13만 가구를 넘어서 12년1개월 만의 최대를 기록했으며 이로 인한 적체자금만도 25조원에 달하는 심각한 국면이다.


 위기의 실체는 주택건설업체들의 줄도산으로 실감 있게 표출된다. 지난해 말부터 급증하기 시작한 미분양으로 일반 건설업체만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37개사가 부도로 문을 닫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난 급증한 것이다.

 

전문 건설업체들은 더욱 심각해 작년 동기보다 무려 53%나 늘어난 75개사가 부도로 이어졌다. 마치 주택건설업계가 부도 공포에 휩싸인 모습이다.


 그러나 보다 심각한 것은 주택경기 침체의 파고가 금융권 대출 부실의 시한폭탄으로 작동하기 시작했고 가계 부채의 부실화까지 촉발하는 사태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 아파트와 연계된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넨싱)대출의 부실화 위험이 수면 위로 부각되고 있으며 주택담보대출의 비중이 절대적인 가계대출의 부실화 위험성까지 높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2월말 현재 금융권의 PF 대출 규모는 무려 89조3000억원으로 올 들어서만 두 달 동안 2조2000억원이 증가했다. 여기에다 연체율은 날로 악화돼 작년 말 기준으로 무려 12.4%까지 상승해 이미 위험 시그널을 발하기 시작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부동산 경기가 좋아지기 전에는 PF대출 위기를 넘어설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맹점이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비롯된 금융위기가 우리나라에서는 부동산 개발 PF에서 촉발될 수 잇다는 우려가 그래서 팽배해 지고 있다. 가계 소득에서 주택담보대출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 말 20%까지 높아져 가계발 금융위기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것도 걱정이다.


 우리는 아직도 이명박 정부가 약속한 ‘경제 살리기’에 대한 기대를 걷지 않고 있으며 이의 유효한 수단은 역시 감세와 규제 완화를 제대로 하려는 의지와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다시금 제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