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유의 세상만사] <17>
[안동유의 세상만사] <17>
  • 국토일보
  • 승인 2014.06.09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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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유 부지점장 / 대한설비건설공제조합 광주지점

 
안동유의 세상만사

자유기고가이자 시인인 안동유씨(설비건설공제조합 광주부지점장)의 칼럼을 게재합니다.
안 부지점장은 KBS ‘우리말 겨루기’ 126회 우승, ‘생방송 퀴즈가 좋다’ 우승 등 퀴즈 달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MBC 100분 토론에서는 시민논객으로 참여하는 등 지속적인 방송 출연을 통해 또다른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에 本報는 건설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안동유 부지점장의 ‘안동유의 세상만사’를 통해 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소통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군대이야기

여자들이 제일 좋아하는(?) 얘기가 군대 얘기고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그 만큼 좋아하는 얘기가 축구얘기란 유머가 있다.
이젠 식상해져 버린 유머지만 군대에서 축구하는 얘기를 하면 여자들이 쓰러진다는 것이다.
너무 좋아서….

그런 군대 얘기를 좀 해야겠다.
80년대 군대는 좀 힘들었다. 시쳇말로 빡셌다. 물론 선배들이 지낸 70년대완 비교도 안 된다는 건 안다.

유신 시대를 막 지난 군사정권의 연장선상에서 참 힘들게 군대 생활을 했던 시절이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인권침해도 많았고 자유를 지나치게 억압 받기도 했다. 생각이 많으면 사고를 저지른다고 생각을 못하게 뺑뺑이를 돌리던 시절 그래도 생각을 안할 수 없는 게 사람이라 여러가지 느낀 점이 많았다.

그 중 하나가 보병 부대 소총수로 훈련에 참가할 때의 일이다. 비상이 걸리면 군장을 꾸려 진지에 투입된다. 현대전에서 몇 시간 걸려 걸어서 진지에 투입되는 것도 이해가 안 되지만 더 이해 안 되는 일이 있었다.

참호를 정비하고 임무를 수행할 위치를 선정하면 적이 쳐들어 올 만한 곳을 청소하는 작업 곧 사계청소를 해야 한다. 사계청소 지시가 바로 떨어지는 것이다.

청소라 하여 비를 들고 쓰는 작업이 아님은 군대 가지 않은 여자라도 짐작을 할 수 있을 터. 총을 쏘기 좋게 참호 앞을 정리하는 것이다. 주로 나무나 풀을 제거하는 작업이다. 적의 침투를 쉽게 감지하고 총알이 잘 나가게 장애물을 없애는 것이다.

산악 지형이 많은 우리 나라에서 여름에 나무를 꼭 제거해야 전투가 쉬울 것임은 자명하다. 연장을 들고 나가 나무를 제거하면 곧이어 적이 우리를 보지 못하도록 위장을 하라고 지시가 떨어진다. 그러면 좀전에 제거했던 나무를 주워서 여기저기 꽂아 놓는다.

경험 많던 선임병들이 아무렇지 않게 그러니 따라한다. 속으론 불만이다. 사계청소를 할 때 위장할 곳을 남겨 두고 나무를 제거하면 힘도 덜 들고 위장도 쉽게 될텐데….

사흘만 되면 위장한다고 꽂아 놓은 나무가 말라 시들해지니 누가 봐도 위장이 안된다. 그럼 위장을 잘 하라고 난리가 난다. 누구도 창의적으로 생각해 가며 일하지 않는다.

앞서나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손해보는 사람을 봐서 눈치를 보는 것이다. 선임병이 되어서 사계청소를 할 때면 총 쏘는 방향만 적당히 나무를 제거하고 위장이 되게 일부 나무를 남겨 놓으라고 시켰다.

좀 있으니 대대 본부의 장교한 사람이 와서 지적질을 해댄다. 누가 사계청소를 이따위로 했느냐는 것이다. 깨끗하게 싸그리 제거하라고 난리다. 할 수 없이 남은 나무를 다 제거하니 아니나 다를까 좀 있다 위장을 하라고 지시가 내려 온다. 버린 나무를 주워 꽂으니 제대로 위장이 될 리가 있나?

제대할 때까지 이런 짓을 반복하다가 나왔다.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으나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이 나라는 군사 문화가 사회를 지배한 지 오래 됐다.
문민화 되고 민주화를 거치며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장은 군대의 연장이란 생각들이 아직 지배적이다. 마치 군대와 같이 조직적인 건 장점이지만 마치 군대처럼 생각없는 닭대가리를 만들어 놓는 건 치명적인 단점이다. 우리 사회가 좀 더 생각이 깊어지길 바란다.

누군가 세월호의 학생들이 불행하게 죽었지만 선내 방송을 듣고 자리를 지킨 게 이 사회의 희망이라고 방송에서 이야기하는 걸 봤다. 어른들은 편법으로 온갖 짓을 다하는데 그 학생들은 지시를 잘 지켰다는 것이다.

어느 외국의 문명비평가가 한 이야기는 다르다. 한국의 유교문화가 뿌리 깊어 창의적으로 생각할 줄 몰라서 그런 불행이 더 크게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에게 동의한다.
유교문화, 일제 잔재, 군사문화가 이 사회를 옥죄고 있는 한 창의적인 생각은 먼 남의 일이다.

목숨이 걸린 일인데 그냥 기다리고만 있다니? 배가 그리 기울고 하면 비정상적인 일이 발생했으니 뛰쳐 나왔어야 했다. 어른들의 잘못이다. 아이들에게 반항하지 못하고 오로지 복종하도록 강요해 왔다. 주체적으로 생각할 기회를 박탈한 것이다.
학교와 교사들도 그게 편하다. 이 사회 전반에 만연한 비이성을 다 어찌해야 할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