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산업 전력수요에 원전 수명 연장 정책 병행
원전 '활용' 기조로 탄소 중립 실현 현실 해법 모색

[국토일보 조성구 기자] 이재명 정부가 4일 본격 출범하면서 에너지 정책 기조도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경제와 환경의 조화로운 발전'을 목표로 내건 새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산업 전환을 국가 전략으로 삼고 기후에너지부 신설, 정의로운 전환, 재생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등을 주요 축으로 하는 에너지 비전을 추진한다.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는 특히 2050 탄소중립을 위한 산업구조 전환이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화석연료 기반 산업의 구조 전환과 함께 전기차, 수소,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바이오 연료 등 탄소중립형 신기술 산업을 집중 육성한다.
이와 동시에 석탄화력의 단계적 폐지를 전제로 '정의로운 전환 특구'를 지정하고 해당 지역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대체산업 전환을 지원에 방점을 찍는다.
재생에너지 확대 전략은 뚜렷하다.
'햇빛연금'과 '바람연금' 같은 주민참여형 이익공유 모델을 통해 수용성을 높이고 산업단지 루프탑 태양광, BIPV(건물일체형 태양광), 해상풍력 허브 조성 등으로 RE100을 실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새만금, 전남, 경기남부 등 지역에 RE100 전용 산단을 조성하고 U자형 해상풍력 벨트를 구축해 수출기업의 기후 통상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도 포함됐다.
에너지 전달 인프라 역시 대대적 확장이 예고됐다.
2030년까지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2040년까지 'U자형 한반도 전력망'을 구축하고 HVDC(초고압 직류송전), 장주기 BESS(에너지저장장치), AI 기반 스마트 전력망까지 포괄적으로 추진된다.
이 같은 새 정부의 에너지 청사진은 과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와는 궤를 달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선 공약집에는 공식적으로 명시되지 않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기간 진행된 토론에서 "지어진 원전은 계속 쓰고 수명이 지나도 안전성이 담보되면 연장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 시절 강경했던 '탈원전' 노선에서 실용주의 노선으로 선회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인공지능, 반도체 등 전력 다소비 산업이 급성장하는 상황에서 원전을 무조건 배제하긴 어렵다는 현실 인식이 깔려 있다.
다만 원전을 에너지 주력으로 삼겠다는 입장은 아니다.
이 대통령은 "원전은 당장은 싸 보이지만 폐기물 처리와 사고 위험 등을 고려하면 오히려 비싼 에너지원일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원전은 당장의 수요 대응용일 뿐 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해답이라는 기조를 분명히 했다.
국제적으로 원전이 '탈탄소' 에너지원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활용 여지를 열어둔 것은 전략적으로 타당하지만, 이에 대한 실질적인 투자와 제도 설계가 뒤따르지 않으면 장기적인 탈탄소 정책에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한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기후에너지부' 신설 구상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제기된다. 현재 기후 대응과 에너지 정책은 환경부, 산업부, 국토부, 과기부 등 여러 부처에 걸쳐 분산돼 있다.
이 기능을 단일 부처로 통합한다는 계획은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으나 조직 통합에 따른 부처 간 권한 조정, 인사 갈등, 실무 연계 부족 등이 현실적으로 큰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에너지 정책의 산업·기술적 특성과 기후 정책의 규제·복지적 특성이 상충할 경우 내부 혼선이 우려된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 전문가는 "이재명 정부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고속도로 구축을 통해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를 동시에 실현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실용주의 노선과 조직개편 구상이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될지는 앞으로의 정책 설계와 실행 역량에 달려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