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제언] 산불대책, 산중턱 빗물저수조가 필요하다
[긴급제언] 산불대책, 산중턱 빗물저수조가 필요하다
  • 국토일보
  • 승인 2025.04.0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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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구 공학박사 / 구조기술사(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제11대 회장) / (주)3D엔지니어링 회장
김석구 회장

역대 최대피해를 낸 ‘경북산불’ 잔불진화가 마무리되고 뒷불 감시체계로 전환됐지만,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갈수록 대형화하는 산불에 맞서 진화대응체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산불이 돌발적 재난이 아니라는 점에서 향후 대비책 마련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상시 대응체계의 진화인력과 장비확충, 인공지능(AI)을 비롯해 야간진화가 가능한 고중량 드론 도입 등을 제안한다. 또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가 숲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낮추기 위해 불에 강한 활엽수 중심의 내화수림대를 조성하자는 수종교체의견도 제시한다. 환경단체의 반대와 비용문제로 충분히 조성되지 못한 임도를, 미국·캐나다처럼 산림지역별 기준을 마련해 적극적으로 건설·관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법·제도적으로도 산불방지 관련법이 수두룩하며, 22대 국회에는 산불대책을 담은 법이 16개가 발의돼 있고, 피해지원 특별법도 추진한다는 보도도 있다. 이 글에서는 산불진화에 필요한 소방용수의 신속하고 충분한 공급차원의 산불대책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이번 산불에서 소방용수부족으로 그 피해가 컸으며, 올해 초 발생한 LA산불 때 소방용수부족으로 CL-415슈퍼 스쿠퍼(1번에 6,000L)2대로 태평양바닷물을 퍼와 가장 피해가 심각한 퍼시픽펠리세이즈지역의 화재진화에 사용했으며 염분이 토양에 남아 환경오염을 일으키며, 소방장비의 부식우려가 있음에도 바닷물을 써야 했을 만큼, 소방용수의 공급이 긴급하고 중요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연 강수량이 1,200~1,300mm로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은 편임에도 강수의 계절차이가 크다. 국토교통부는 연간 국내에서 이용 가능한 수자원량이 760억㎥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국내연간 수자원총량(남한 국토면적×연평균 강수량+북한에서의 유입량)1,323억㎥의 약 57%에 달하는 수치다. 나머지 43%(563억㎥)의 경우 이용이 불가능한 수자원 손실량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나마 이용 가능한 수자원량 760억㎥ 중 실제생활에 사용 중인 물은 372억㎥으로 국내 전체 수자원의 28%에 불과한 양이다. 나머지 388억㎥의 물은 바다로 그냥 흘려보내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댐과 저수지는 주로 하천 또는 산간 낮은 지역에 설치돼있다. 그러므로 물을 퍼 가야 할 소방차나 소방헬기의 이동거리가 멀고, 강풍과 화염·연기 등으로 신속한 화재진압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산등성이 여기저기에 소규모 저수조·저수지가 있으면 방화벽 역할을 할 수 있으며, 화재현장에 가까운 곳에서 소방용수를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산간 중턱에 저수조를 설치하거나, 중턱 계곡에 저수지를 조성할 것을 제안하는 것이다.

산중턱 암반에 땅굴을 파 빗물저수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토질과 암반상태의 면밀한 조사·검토로 그 지형에 맞는 형태의 정밀한 설계가 필요하고, 산간중턱 계곡을 막아 저수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화재가 잦은 겨울철에는 얼어 사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세심한 설계와 관리방법의 제시가 필요하다.

또한 그 설치와 조성위치는 빗물의 흐름경로와 유입량을 파악해 정하고, 화재발생시 무인·자동 살수시스템과 더불어 소방 인력과 장비의 진입이 가능한 방법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빗물저수조·저수지의 물을 활용한 소규모 발전소나 양수발전소를 만들어 소화용 전력으로 사용하거나 비축하게 할 수도 있다.

위와 같은 전국단위의 소방대책과 더불어, 산간마을마다 공동으로 그리고 각 가정마다 빗물저수조를 설치한다면 일시적으로 쏟아지는 빗물로 인한 홍수와 침수를 예방하고, 화재 때는 소방용수로 사용할 수 있다. 각 가정의 빗물저수조 용량은 우리나라 하루 최대강수량을 고려하면 대지면적 1㎡당 약 0.3㎥면 충분하다. 이렇게 설치한 빗물저수조의 물은 평시에는 수세식 화장실과 살수, 정원수 및 청소용 등 중수(中水)로 사용하여 상수도사용도 줄어들게 된다.

산중턱 빗물저수조의 설치는 산불대책일 뿐 아니라, 홍수대책과 가뭄대책도 되고, 바다로 흘려보내는 아까운 수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종합대책이 되는 것이다.

산불대책에 관해서는, 현재 언론에서 언급되고 있는 대책들뿐 아니라, 가능한 모든 분야의 공학·기술적인 중·장기적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