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혼조세 속 검증된 '똘똘한 한 채' 매수심리 확산 영향
대단지 아파트가 집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올 들어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가격 상승여력이 큰 대단지를 중심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는 모습이다. 과거 시장 상승장마다 높은 몸값 상승률을 기록해 온 만큼 이번 역시 그 가치가 재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
실제, 올해 전국 부동산 시장을 앞에서 이끌고 있는 것은 1500가구 이상 대단지로 확인됐다.
부동산 R114 자료를 보면 올 1~9월 1500가구 이상 대단지의 매매가격 상승률은 1.79%로 전국 평균 상승률(0.61%)과 비교해 3배 가까이 높았다. 같은기간 1000~1499가구가 0.21% 오른 것을 비롯해 500~699가구(0.17%), 700~999가구(0.06%), 300가구 미만(0.04%), 300~499가구(0.02%) 등 상승률이 전국 평균을 밑돈 것을 감안하면 대단지 아파트가 시장 회복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발맞춰 신고가 거래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서울 송파구 잠실동 소재 '잠실엘스(5678가구) 전용 59㎡가 지난달(9월) 22억8000만원에 거래된 것을 비롯해 한달 앞서 8월에도 전용 84㎡ 27억3000만원, 전용 119㎡ 37억9000만원 등 신고가 거래가 쏟아졌다.
아울러 부산 동래구 온천동에 위치한 '동래래미안아이파크(3853가구)' 역시 전용 100㎡가 지난달 13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타입의 종전 최고가는 8월 거래된 12억3500만원으로 한달 새 7500만원 오른 것이다.
업계에서는 과거 부동산 시장 상승장에 회복세를 주도했던 대단지의 가치가 최근 부동산 시장 훈풍을 타고 다시 한 번 빛을 발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 정부의 부동산 규제 풍선효과와 저금리 기조가 맞물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84.58% 상승했던 지난 2017~2021년에도 대단지 아파트는 99.62%의 폭발적인 상승률을 보인 바 있다. 1500가구 미만의 단지들의 상승률이 전국 평균 상승률에 미치지 못했던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정주환경이 우수하다는 점도 최근 흐름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통상 1500가구 이상으로 조성되는 단지의 경우 주거수요 유입에 발맞춰 주변으로 각종 생활편의시설이 체계적으로 갖춰진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단지 내 커뮤니티는 물론 다양한 조경 및 휴게공간이 조성되는 데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관리비도 절감할 수 있다. 금리 인하 기대감과 대출규제 시행 등이 맞물려 시장이 혼조세를 보이자, 검증된 이른바 '똘똘한 한 채'를 중심으로 매수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대단지 아파트는 풍부한 수요를 바탕으로 시장 상승장에는 큰 폭의 몸값 상승률을 기록하는 것은 물론 대세 하락기에도 강한 하방경직성을 앞세워 안정적인 가격 흐름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라며 "올 들어 집값이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는 등 과거의 사례가 재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자 발 빠른 수요자들이 대단지 아파트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약시장에서도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청약홈에 따르면 올 1~9월 전국에서 분양한 1500가구 이상 대단지는 총 20곳으로, 일반공급 1만7986가구 모집에 22만3335명의 청약자가 몰려 1순위 평균 12.4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1500가구 이상 대단지의 1순위 평균 경쟁률이 8.76대 1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 크게 상승한 수치로, 대단지 아파트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아졌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가운데, 신규 분양단지에 수요자들의 이목이 쏠린다.
삼성물산,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10월 서울 송파구 신천동 일원에서 '잠실 래미안아이파크'를 선보일 예정이다. 잠실 진주아파트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하는 단지로, 지하 4층~지상 최고 35층 23개동 총 2678가구 규모의 대단지다. 이 중 전용 43~104㎡ 589가구가 일반분양 된다.
단지 인근에 8호선 몽촌토성역을 비롯해 잠실역, 한성백제역 등이 위치한 트리플 역세권 입지로 강남 전역으로의 이동이 쉽다. 단지 앞 잠실초를 비롯해 잠실중, 방이중, 잠실고 등 각급 학교가 지근거리에 있고, 방이동 학원가 및 잠실 학원가도 인접해 있다. 서울을 대표하는 도시공원인 올림픽공원도 가까워 쾌적한 주거환경까지 누릴 수 있다.
삼성물산은 같은 달 인천 연수구 옥련동 일원에서 '래미안 송도역 센트리폴'도 분양할 예정이다. 송도역세권 도시개발사업의 일환으로, 3개 블록에 지하 3층~지상 최고 40층 19개동, 전용 59~101㎡ 총 2549가구 규모다.
블록별 가구수는 1블록 706가구(전용 59~84㎡), 2블록 819가구(전용 59~95㎡), 3블록 1024가구(59~101㎡) 등이며 이 중 3블록을 먼저 분양한다. 단지 인근에 송도역이 위치해 있어, 역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다수 교통호재의 수혜처로 거론된다.
송도역에서 출발해 부산과 목포를 갈 수 있는 KTX가 개통 예정이며, 판교역까지 환승 없이 30분대에 이동할 수 있는 월곶판교선도 현재 공사 중이어서 향후 인천 교통의 중심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은 10월 평택시 합정동 일원에서 '힐스테이트 평택역센트럴시티'를 분양할 예정이다. 지하 3층~지상 35층 14개동, 전용면적 45~178㎡, 총 1918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이 중 전용면적 45~112㎡ 599가구가 일반분양된다. 1호선과 경부·호남선이 지나는 평택역, 고속버스터미널, 시외버스터미널 이용이 쉽고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에 있는 평택지제역을 통해 수서고속철도(SRT) 이용 시 평택역에서 수서역까지 약 40분대에 이동할 수 있다.
우미건설은 10월 오산시 세교2지구에서 '오산세교 우미린 센트럴시티'를 분양할 예정이다. 지상 최고 25층 11개동 전용면적 59~84㎡, 총 1532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아파트다. GTX-C노선 연장이 예정된 오산역이 인접해 수혜가 예상되며, 인근에는 오산세교3지구 신규 택지 개발도 진행되고 있어 미래가치가 높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