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해양인문학의 미래와 비전
[기고] 해양인문학의 미래와 비전
  • 부산=한창기 기자
  • 승인 2023.03.08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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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부경대학교 행정공간정보화드론학과 박사 김성민.
▲부경대학교 행정공간정보화드론학과 박사 김성민.
▲부경대학교 행정공간정보화드론학과 박사 김성민.

[국토일보] 바다는 과거 단순히 해상 교통로이거나 어류와 소금의 공급원이었다. 과거의 인류는 바다보다는 육지를 중심으로 한 역사를 이루어왔다.

비록 14∼16세기로 대변되는 대항해 시대가 있기는 하지만 그때의 상황은 바다를 이해하고 공존하는 생각에 미치지 못하고 정복과 호기심의 대상으로만 바라봐야 했다.

더 나아가 생각해 보면 고대의 인류는 해양을 생존과 투쟁을 위한 수단의 바다로 여겼고 중세 이후는 공포와 두려움속 미지의 공간에서 상상력과 모험의 세계로 바뀌어 나갔고 근대이후에 있어서는 인류의 삶과 생활에 보탬이 되기 위한 수탈적, 일방적, 기계적, 산업적으로 이용한 도구의 바다였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인간과 지본, 물질과 문화의 이동을 이루어 왔으며 전 세계를 하나의 문화권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인류는 문화적,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사상적인 문제에 봉착하게 됐고 각종 갈등과 한계에 직면하게 되는 문제에 이르게 된 것이다. 

1969년 인류가 처음 달에 도달하였을 때 달보다 바다에 대해 인류가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이 오히려 역설적으로 다가오지 않는가? 14세기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한 유럽의 르네상스는 고대 그리스·로마 문화를 이상으로 한 인문주의를 바탕으로 학문과 예술의 부활이라는 의미를 가졌다.

이에 21세기의 해양르네상스는 우리에게 있어 가야로 대표되는 해상문화와 육상 문화의 융합, 장보고의 해양경영, 이순신 장군의 해양지배, 동양의 지중해로 불리며 해양으로 뻗어갈 수 있는 한반도의 유리한 지정학적 위치, 바다를 공존과 치유, 교류와 개방으로 보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인 “해양인문학”은 과거의 찬란한 해양강국의 위상과 역사를 다시 재현하는 미래지향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구 표면적의 약 71%를 차지하는 지구(地球)가 아니라 수구(水球)로서의 바다를 인간과 공유해 나가기 위해 우리는 무조건적으로 광대한 해양을 목적론적의미로만 볼 것이 아니라 해양 과학사, 해양 철학, 해양문학, 해양 사회학, 해양 인류학, 해양 심리학 등의 모든 부분을 포함하여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해양과 해수의 실태를 알고 대기와의 상호작용을 고려하여 기상과 기후변화에 영향을 해명하고, 해저조사등과 같은 과학적, 기술적, 사회적, 경제적인 점도 인식해야한다. 이렇듯 우리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해양은 이제 인간과 함께 존속해 나가야 할 대상으로 지금 우리 곁에 있다. 

해양인문학에서는 일반적인 해양의 내용뿐만 아니라 인류가 살던 시대의 사상적 배경, 당시의 사회제도, 경제구조, 생활방식, 종교 등이 그 시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과학기술사 및 사회학적 의미와 그것을 둘러싼 외적 요인과의 상호관계에 대해서 이해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즉 해양의 역사가 발전되어온 과정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 철학, 예술의 인문학적 분석을 통해 인류와 바다가 학문적인 경계를 뛰어넘어선 융합인문학적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해양인문학에 대한 이해는 우리가 현재의 바다를 이해하는 데 있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바다는 단순히 한가지의 개념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순한 과제가 아니다. 여러 분야를 간학문적인 사고와 경계를 뛰어넘는 융합적 통섭의 개념에서 바다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데카르트와 베이컨으로 대변되는 서양의 기계적이고 도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바다를 공존과 존중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자연친화적이고 유연한 사고의 힘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생각과 사고들이 하나로 귀결되어 서로 상호 보완해 준다면 바다를 통한 인류의 미래는 매우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며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바다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분야로 해양인문학은 충분히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최근 50여 년 동안 삼면이 바다인 한국의 예를 보면, 기적과 같은 산업발전에 해양 분야가 상당히 기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의 바다에 대한 인문사회적인 인식의 환경은 부족한 게 사실이다. 이는 다른 해양강국에 비해 미흡한 실정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해양인문학의 활성화를 위한 해양 아카이브 확립 및 인문학적 해양 빅데이터 구축과 함께 국내외 해양 인문학 전문가를 양성하고 교육 프로그램 마련하여 국가 간 인적네트워크 및 협약을 통해 해양인문학을 확대, 활용시켜 나가야 한다.

또한 누구나 참여하는 해양 교육의 법적 근거의 마련하여 소통의 대상으로서의 바다를 바라보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즉 인간과 해양과의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지속가능한 공존을 위해 실천할 줄 아는 능력이 인류에게 갖춰야 할 해양적 소양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사회적 차원에서 행정적, 재정적, 교육적 지원과 중장기계획의 수립을 통해 지속적으로 시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양르네상스시대에 있어서 또한 중요한 것은 바다를 바라만 보아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바로 바다를 체험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해양르네상스의 실현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회 각계각층과 국민들의 일상속에서 바다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바다와 함께 생활하며 바다에서 꿈과 미래를 찾는 문화가 깊이 자리 잡는 것이다.

바다는 우리의 곁에 늘 있었다. 바다는 어디로 가버리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바다를 바라보는 태도에 따라 바다는 어떠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나타날지 모른다. 바다와 해양에 대한 동등하고 편견없는 공존의 동반자적 의미의 이해가 바다를 대하는 해양 인문학의 가장 기본적 소양일 것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