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시장 개척, 접근 방법 바꾸어야
해외건설시장 개척, 접근 방법 바꾸어야
  • 건설일보
  • 승인 2012.04.01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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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토해양부는 우리 건설업체들이 해외 투자개발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신규사업 발굴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원할 계획을 발표했다.

지원대상사업은 해외건설촉진법상 해외건설업자가 도로, 철도, 공항, 수자원, 발전, 도시개발, 플랜트 등을 투자개발형으로 건설하기 위한 해외 타당성조사사업으로, 사업건당 지원 금액은 최대 5억원이고, 3~4건의 사업에 대해 총 12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타당성조사 결과 사업성이 우수한 프로젝트는 글로벌인프라펀드에 투자 추천하고 정부차원에서 중동 국부펀드, IFC와․MIGA 등 다자간개발 은행 등에 투자를 추천하는 등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지원대상사업은 3.30(금)부터 4.20(금)까지 3주간 모집하게 되는 등 한시적인 사업이지만, 해외건설시장 개척에 수동적인 중소건설업체에게도 문호가 열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정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지원정책과 달리 해외건설시장에 진출하는 우리 국내건설사의 과다경쟁으로 노 마진(No Margin·이익이 없음)수준으로 입찰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달 29일 국내 한 언론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건설사의 '수주 텃밭'으로 통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속 빈 강정’이라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건설사가 사우디에서 수주한 10억 달러 이상의 대형공사 6건 중 3건을 분석한 결과 3건 모두 1위와 2~3등간 입찰가 차이가 5~20%인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사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저가수주(평균적인 공사비보다 싼 가격에 수주한 것)가 늘어난 탓이다.

수의계약은 경험과 보유 기술에서 공사비에 차등을 두지만, 국내 대형 건설사 간 능력이 비슷한 EPC(설계·구매·시공)는 공사비에 큰 차이가 날 수 없다.

해외 건설 경쟁 입찰에서 가격이 5%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전체 금액의 5% 이상 가격이 차이가 나는 것은 마진율을 줄인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그동안 정부나 언론 발표를 통해 사우디 아라비아 덕분에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가 늘어날 것이라는 증권업계의 분석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삼성물산이 지난해 9월 수주한 '사우디 쿠라야 가스복합화력발전소' 1·2차(IPP·민자발전)는 대표적인 저가 수주 논란 대상이다. 1차 발전플랜트(1963MW)의 수주금액은 약 11억900만 달러로 킬로와트(kW) 당 565달러 수준이다. 건설업계에서 EPC(설계·구매·시공) 평균 금액이 킬로와트 당 700달러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24%가량 싼 셈이다.

수주에 실패한 국내 업체인 두산·한화건설 컨소시엄은 729달러(14억8000만 달러), 현대건설은 691달러(13억4100만 달러), GS건설·GE 컨소시엄은 698달러(12억7900만 달러)를 입찰가로 썼다.

SK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수주 경쟁을 벌인 ‘사우디 와짓 가스 프로젝트’는 상위 두 업체 간 입찰가 차이는 공사별로 1~3% 정도지만, 3등을 한 GS건설의 입찰가와는 22~34% 차이가 난다.

이는 결국 국내업체 끼리의 과당경쟁으로 실익 없는 해외 공사를 우리 건설업체들이 현재 시공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저가 수주가 계속되면 재투자할 여력이 없어 해양 플랜트 등 부가가치가 높은 시장에 진출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중국·인도 건설사가 기술력을 키우며 플랜트 시장을 노리고 있기 때문에 해외 건설 시장에서 국내 업체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