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 김용훈 회장에게 듣는다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 김용훈 회장에게 듣는다
  • 김광년 기자
  • 승인 2013.10.21 0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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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 10. 21 성수대교 붕괴 참사 19주기 -

“예산확보.유지관리 매뉴얼 확립 등 정책 실천돼야 국민생명 보호합니다”

주요 선진국 유지관리 투자예산 50% 넘어… 한국은 8% 불과
국내 관련기술력 우수 평가 해외진출 정부 지원책 강구해야

 
“국민생명을 보호하는 일에 너와 내가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시설물 유지관리 정책, 체계화된 예산확보를 거쳐 정기적인 매뉴얼을 확보하고 지속적 유지관리가 필요합니다.”
국민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절대적 실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 김용훈 회장의 신념이다.
모든 일에 적극적이고 소신이 뚜렷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그에게 주어진 협회장직에 대한 사명감은 그 누구보다 강렬한 인상을 받기에 충분할 만큼 그는 관련산업 육성을 위해 혼신을 다하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다.
“할 일이 많지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업역을 확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는 업계 이익이 아니라 국민안전 및 국가경제 및 예산집행의 효율성 차원에서 요구되는 시대적 과제이기도 합니다.”
그가 밝히는 시대적 사명감에 왠지 엄숙함마저 느껴진다.
다음은 김용훈 회장과의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오늘(10월 21일)이 성수대교 붕괴참사 19주기입니다. 감회가 남다를 듯 합니다.

▲ 그렇습니다. 끔직한 사고는 아침 출근길 학생들을 비롯, 32명이라는 사망자를 내고 온 나라를 충격 속으로 몰아 넣었습니다. 더군다나 1979년 준공된 교량이 15년도 채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국내는 물론 외국 주요언론 등에 속보로 전해졌으니 한강의 기적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대한민국의 국가 이미지에 엄청난 타격을 준 사건이기도 하죠.

이에 정부는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시설물유지관리업종을 도입하는 등 나름대로의 시설물의 체계적인 유지관리 대책을 수립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 재삼 짚어봐야 할 것은 사고의 원인입니다. 근본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지요.

▲ 당시 서울시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성수대교 건설 당시 다리 밑 부분을 이루고 있는 트러스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았고, 연결 부분이 심하게 녹슬어 있었다고 합니다. 다리 위에 가해지는 압력을 분산시키는 이음새에도 결함이 있었고, 공사 도중 볼트 삽입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는데, 볼트를 무리하게 집어넣다가 구멍의 모양이 변형돼 볼트의 강도가 약해져 있었죠.

그런 상태에서 40톤이 넘는 차량들의 통행으로 압력을 받다보니 어찌 보면 붕괴사고는 예견되어 있었다고 할 수 있는데 평소 이음새 핀 등과 같은 요소들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이를 통해 유지관리를 했었더라면 사고가 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실제 사고 당시 과거 경제개발과 고속성장으로 만연돼 있던 부실시공과 부실감리, 안전검사 미흡, 유지관리 부실 등이 집중적으로 폭로됐는데 결국엔 점검과 유지관리 부실이 주된 원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시특법이 제정된 지 19년이 함께 흘렀는데요. 2013년 10월 현재 국내 시설물 유지관리 시장 현황은 어떻습니까.

▲ 성수대교 붕괴되고 시설물유지관리업종이 도입된 후 국내 시설물유지관리시장은 매년 시장규모와 업체 수 측면에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여 왔습니다.

업종 도입 당시인 1999년 회사들의 실적은 5,400억원에 불과했던 실적이 2001년 1조원을 넘었고, 성장세를 이어오다 2007년에 2조원을 2009년에는 3조원을, 지난해인 2012년에는 3조5,000억원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회사 수도 1999년도에는 1,500여개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현재 4,700개로 증가하는 등 매년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실제 장기간의 건설경기 침체로 타 건설업종의 경우 시장규모가 정체되거나 감소하고 있는데 반해 유지관리시장이 증가하는 주요원인은 과거에는 신축공사가 대다수를 차지했으나 해가 거듭할수록 기반시설이 어느 정도 갖춰지면서 유지관리에 치중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고, 특히 건설기술 발달로 시설물의 형태가 대형화되면서 시설물의 수명이 증가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유지관리 수요도 함께 증가한다고 할 수 있지요.

국내 유지관리시장의 기술력 또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데요.
과거 일본 등 선진국의 기술을 빌려와 국내 현장에서 활용하는 회사들이 이제는 자체 신기술 또는 공법개발을 통해 기술력 증대를 이끌어왔으며 지금은 기울어진 건물을 바로 세운다거나 건물을 옆으로 이동시키는가 하면 과거 건설된 도심지 건물의 협소한 주차장을 넓히기 위해 이용자들이 평소와 같이 시설물을 이용하면서도 지하주차 공간을 확보하는 공사를 진행하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 고속철이 다니는 상황에서도 철교 아래에서 내진보강공사와 같은 공사를 수행하는 등 세계 어느 나라와 견주어도 손색없을 정도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 개도국을 벗어나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면 유지관리 시장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추세입니다. 협회 차원의 주요 업무계획을 밝혀 주시지요.

▲ 국내 시설물유지관리시장이 업종 도입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 가야할 길이 먼 것이 사실입니다.

정부자료에 의하면 선진국의 경우 시설물유지관리의 투자비중이 이탈리아 57.2%, 영국 38.0%, 독일 26.0%, 일본 21.7%인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8%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그런 만큼 우리나라도 이제는 많은 비용을 들여 시설물을 새로 건설하기보다는 유지관리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여 경제적 효과를 누려야 하며 국내에만 머물러 있는 회사들이 훌륭한 기술을 가지고 해외에서도 활약할 수 있는 교두보가 마련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건설업계에 대한 정부의 벤처기업에 대한 정책지원 확대, 중소건설사에 대한 해외건설 수주지원 등이 뒷받침돼야 할 것입니다.

또 시설물에 대한 사전적 유지관리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오래타려면 일정 주기마다 점검을 받아야 하고, 엔진오일이 오래됐거나 타이어가 마모되었을 경우 빨리 부품을 새로운 것으로 교체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주행 중 차에 이상이 생기게 되면서 사고위험이 높아지겠죠. 사고발생 이후 교체한 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시설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보수·보강을 하게 되면 더 많은 안전문제와 비용문제 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시설물에 대한 유지·보수 매뉴얼을 만들어 일정 시기가 되면 자동적으로 시설물의 유지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정착돼야 할 것입니다.

시설물 유지관리 분야의 전문기술자격제도 마련도 시급합니다. 실제 시설물 보수·보강공사는 신축공사와 공법 측면에서 상당한 괴리가 있습니다.

더욱이 공사특성 상 장애요소가 많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대학이나 전문기관에서 기술교육을 받은 기술자의 경우 획일적으로 구분된 토목 또는 건축분야의 교육을 받고 관련 자격을 취득해 현장에 투입됩니다. 그러다 보니 신축공사 기술력은 매우 뛰어난데 반해 유지관리공사는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겠죠.

실제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시설물 유지관리 업무에 요구되는 기술수준은 매우 높지만 기술자의 전문성이 미흡한 실정입니다. 실무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의무프로그램이 전무하고, 기술력을 축적한다거나 전수할 수 있는 여건이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 주요 원인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유지관리 관련 자격제도 마련과 교육기관의 유지관리 실무교과 신설 등을 마련할 수 있는 정책지원이 뒷받침돼야 할 것입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최근 나타나는 기상이변으로 자연재해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른 인명과 재산의 피해규모도 점차 커지는 상황이고요. 특히 매년 강풍, 폭설, 집중호우 등의 증가로 침수피해 등이 속출하는 현상이 매년 반복되고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지관리 매뉴얼도 마련돼야 합니다.

앞서 몇 가지 유지관리 활성화 방안에 대한 협회의 입장을 말씀드렸는데요. 이를 위해서는 유지관리의 중요성과 투자확대의 필요성 등에 대해 정부와 협회가 공동인식을 통해 협력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협회는 관련 부처에 제도개선을 건의하는데 앞장서고, 사회에 만연해 있는 안전불감증 해소를 위해 전국 순회 내진보강 설명회, 유지관리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 개최 등을 준비하는 등 유지관리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사업들을 구상해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유지관리 자격제도가 마련될 수 있도록 관련 기관·단체들과 논의하면서 여 러 각도에서의 사업전력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 국내 유지관리 시장 향후 전망을 진단한다면.

▲ 정부에서 발표한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 기본계획에 의하면 국내 유지관리 시장은 시설물의 스톡증가 추이와 향후 신규 건설시장 규모 등에 기초할 때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2000년 이후 첨단화된 다중이용시설물이 증가하고 있고, 서해대교·광안대교·인천대교 등 장대·특수교량 등이 증가하면서 이들 시설물에 대한 안전과 유지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습니다.

또 매년 세계 각국에서 지진 등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확산되고 있고, 우리나라 또한 비록 약진이기는 하지만 매년 50여차례 이상의 지진이 감지되는 등 지진으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 하에 정부에서 지난해 5개년 단위의 계획인 내진보강 기본계획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사립학교를 포함한 모든 공공시설물에 대한 내진보강을 의무화하도록 하고 있어 시설물유지관리업의 고유업무인 시설물의 내진보강공사 수요도 매년 큰 폭으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 장시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