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연, 국토정책 브리프서 계획 중심의 택지개발 추진 강조
높아진 주거 눈높이 부합 택지공급 방안 마련해야
중앙과 지자체 간 역할 재정립· 계획중심 택지개발 필요
존폐 기로에 선 ‘택존법’ 대안 법체계 정비도 시급
앞으로 공영개발 사업은 ‘포스트 개발시대’ 여건에 부합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재정립은 물론 계획 중심의 택지개발 추진, 개발 방식 다양성 제고 등 다각적인 노력이 요구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연구원은 최근 국토정책 브리프 ‘포스트 개발시대 공영개발의 방향과 시사점’(국토硏 이형찬 토지정책연구센터장/최 수 연구위원) 주제의 정책제안에서 이같이 밝혔다.
국토연은 사회경제적 환경이 변함에 따라 이에 적합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다양한 개발방식이 적용된 계획 중심의 택지개발 추진, 개발방식의 다양화 등이 추진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택지개발 사업과 도시계획 간의 연계성과 정합성을 확보해야 하며, 신개발과 관련한 제도 운영에 있어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공공주택건설 사업의 경우 ‘택지개발촉진법’의 존폐에 따라 동법이 명시하고 있는 사업지구 지정, 공급방식 및 절차 등의 규정을 대신할 수 있는 법제도 마련, 지방자치단체의 기반시설 설치에 필요한 비용 확보를 위해 ‘도시개발특별회계’를 설치 운용하고 임대주택 공급 정책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는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재정립은 과거 중앙정부의 주도로 추진하던 토지 개발 방식이 이제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으로 볼 수 있다. 1980년대부터 공공부문이 대규모 토지 개발을 추도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은 이전까지 민간부문이 소규모 형태로 토지를 개발하면서 등장한 다양한 부작용을 경험했던 데에 있다. 민간부문의 소규모 토지 개발로 도시가 난개발로 이어졌던 것이다. 또한 이 시기는 대규모 공영개발이 필요했다. 도시지역의 주택난을 해소하고 국민의 주거 안정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정부의 목적도 달성해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1980년말 '택촉법'이 재정된 이후부터 공공부문이 대규모 토지 개발을 추진, 단기간에 도시용지를 공급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2013년까지 전국에 공급된 공공택지를 살펴보면 977㎢ 중 '택촉법'에 따른 공공택지 공급 비중이 약 73%를 차지한 것.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경제적 여건이 변화되고 기존 택지공급체계의 한계점도 하나둘씩 드러났다. 국토연이 다양한 개발방식을 적용한 계획 중심의 택지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또 다른 이유다. 중앙정부 주도로 추진된 토지개발은 가격 통제에 따른 적가(適價)의 택지공급 및 규모의 경제 실현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특히 전면매수방식에 따라 효율적인 개발이익 환수가 용이했고, 기반시설 확충과 낙후지역으로의 재투자할 수 있는 기반도 쉽게 마련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단위면적당 보상단가 상승 등과 같은 부작용도 발생했다. 전면수요방식은 단위면적당 보상 단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한 반면 환지방식은 복잡한 절차로 개발 계획이 장기화되고 개발이익이 토지소유자에게 전유됐다.
따라서 점차 공공사업자의 택지개발을 위한 재원이 고갈되고, 자연스럽게 택지개발 사업과 도시개발 사업의 차별성이 사라졌다. 공영개발 공급 실적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공영개발 공급 실적은 2007년 65.2㎢에서 2013년 15.1㎢로, 사업지구 지정건수는 같은 기간 5만4,540건에서 501건으로 급격하게 줄었다.
무엇보다 가구 구조를 비롯한 인구학적 변수, 소득과 경제성장률과 같은 경제적 변수, 삶의 질에 대한 인식 변화 등의 사회 문화가 변화된 점도 국토연이 새로운 정책제안을 하는 이유가 됐다. 현재 국내 인구와 가구 수는 소폭의 증가세를 보인다. 이 부분만 보면 지속적인 대규모 택지 개발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하지만 경제 활동이 가능한 15~64세 연령의 인구층은 감소하고 있으며, 이 추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란 관련 기관의 발표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출생은 감소하는 반면 수명 증가에 따른 고령층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국토연이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택지공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1~2인으로 구성된 소규모 가구와 고령층 가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인구학적 변화에 부합하는 택지공급 방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진 셈이다. 특히 국민소득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주택에 대한 수요가 한층 고급화된 점과 소득불균형도 심각해졌다는 점도 함께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 경제가 성장하고 국민 소득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주거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인식은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그러나 경제성장률 둔화에 따른 저성장이 지속되고 소득 불균형이 심해지는 등과 같은 경제구조의 변화를 공영개발에 반드시 반영해야 할 부분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1인당 국민총소득은 1970년 255달러에서 2012년 2만2,708달러로 크게 늘어났다. 한국의 지니계수는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소폭 상승한 것을 제외하면 지속적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소득불균형이 심화됨에 따라 서민층의 주거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지속적인 공공택지 개발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국토연은 현재 도시의 외연적 확산이 한계치에 도달했고, 도시화율의 정체 및 도심 거주 선호도의 증가로 주거지 재생산업의 확대되고 다양한 주택 형태를 요구하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 안전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를 적극 반영해 공영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점에서 국토연은 중앙정부 주도의 하향식 택지 공급이 아닌 택지개발 사업과 도시계획 간의 연계성과 정합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거 택지개발을 중앙정부 주도로 추진하면서 수요와 연계되지 않은 택지수급계획 및 각 지방자치단체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화된 개발을 추진하면서 일부 신도시들이 자급기능을 상실한 베드타운으로 전락하는 문제점을 드러낸 것.
따라서 중앙정부의 주도로 대량 공급을 하는 것이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는 동시에 도시 기능과 성격에 맞는 택지개발에 나서야 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를 위해 국토연은 공급 주체와 관련해 택지개발 사업 승인 권한을 조정할 수 있는 방안과 '택촉법'과 '도시개발법' 등의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다만 '택촉법'의 폐지냐 존치냐를 두고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택지 개발과 관련된 법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9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택공급방식 개편안에 따르면 대규모 택지공급의 기반이 된 ‘택촉법’은 폐지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토부가 제출한 '택촉법 폐지안'이 1년 넘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계류 중인 상태로 소위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레 등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최근 정책뉴스를 통해 ‘택촉법이 폐지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아직까지는 '택촉법'의 존치 여부를 섣불리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사회적 환경 변화에 따라 기존 택지공급체계는 개편될 수밖에 없다.
국토연은 존폐의 기로에 서있는 ‘택촉법'에 대안 마련을 강조했다. 동법이 폐지될 경우 공공주택건설 사업 부문의 사업지구 지정, 공급방식 및 절차 등에 대한 규정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택지개발 사업과 도시계획 간의 연계성과 정합성을 확보하기 위한 관련 지침 제시 및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는 이유다.
이를 위해 국토연은 지방자치단체의 기반시설 설치에 필요한 비용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도시개발특별회계’를 설치해 운용하는 방법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서민들의 안정적인 주거환경 조성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 정책도 문제없이 수행할 수 있는 제도 정비도 빼놓아선 안 된다.
특히 ‘도시개발법’의 공공성 제고를 위한 관련 법안 정비도 시급한 실정이다. 현행 '도시개발법'에 따르면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이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그러나 환매권 제한, 전매 제한, 조성원가 공개 등의 반영 여부 검토와 도시개발업무지침상 개발계획의 내용, 택지공급 방식 등에 대해서 정책적 검토가 뒷받침돼야 토지 개발에 대한 공공성을 높일 수 있게 된다.
아울러 국토연은 택지개발을 추진하는 단체의 재정 건전화 방안을 마련해야 덧붙인다.
김주영 기자 kzy@ikl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