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업, 신뢰회복이 시급하다
건설기업, 신뢰회복이 시급하다
  • 국토일보
  • 승인 2009.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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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물경제의 추락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수준을 나타낸 경제성장률 지표가 이런 위기감을 대변해 준다.

 

이처럼 성장률이 나빠진 것은 건설을 비롯한 제조업체들의 생산 활동 위축, 다시 말해 감산이 결정적인데다 수출과 투자, 소비 모두가 예상보다 심각하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실물경제 위기가 바닥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이를 웅변이라도 하듯 세계 경제의 추락속도는 예상보다 훨씬 급격하다. 헝가리· 루마니아 등의 채무불이행 가능성까지 고개를 들면서 동유럽발(發) 충격에 다시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이기 시작했다.

 

서울 시장도 외풍을 피해가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원화 가치가 20일 마침내 장중 달러당 1500원으로 내려앉았고 코스피지수도 5일째 추락하는 적신호가 켜졌다.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하면 개입 강도를 높이겠다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 앞에서는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바람에 ‘3월 위기설’을 잠재우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동유럽발 금융위기, 세계 경기침체의 가속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 가능성, 3월 위기설 등 곳곳에 악재만 산재한 국면이다. 이렇다 보니 실물경제의 진짜 위기는 이제부터라는 경고가 설득력을 지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미 수출부문은 위기의 변곡점에 이르렀고 내수에 의존하는 제조업들은 그야말로 설자리가 없어지는 형국을 맞고 있다. 정부가 그토록 열정을 쏟고 심혈을 기울이는 경기대책만 해도 그 핵심은 일자리의 창출인데 잇단 처방에도 불구하고 실상은 오히려 악화의 길로만 치닫는 양상이다.


 일자리 창출의 역군으로 지칭되는 건설 산업만 보더라도 경기여건이 바닥을 모를 정도로 내리막만 걷고 있는데다 건설기업 자체에 대한 신뢰도마저 최악의 수렁으로 추락해 기대난망의 업종으로 치부되는 위기에 처해 있을 정도다.


 미분양주택이 또 늘어나 사상최고 기록을 경신했다는 최근의 통계치는 건설 산업 위기의 현주소로 봐도 무방할 듯싶다. 양도세 감면효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기대했던 정책당국의 기류와는 달리 아직도 미분양시장엔 ‘눈치만 보는’ 냉기류가 여전하니 불안감만 증폭될 수밖에 없다.


 물론 정부도 건설부동산 부문의 경기 부양이 경제회복의 견인이라는 정책 기조 아래 각종 부동산 규제를 잇따라 철폐하는 등의 열의를 보인 게 사실이다. 그러나 건설부동산 업종에 대한 신뢰 측면에서는 오히려 부정적 역할로 기운 게 아니냐는 불만을 지울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하기야 냉정히 따져들면 건설기업 신뢰 추락의 원죄는 건설업자들이 짊어져야 마땅하다. 그리고 아직도 이를 회복하려는 건설업계의 노력에 미흡한 점이 한둘이 아님을 부인할 수 도 없다.


 그렇다 치더라도 지금의 건설업체만큼 국민경제적 시각에서 그 신뢰도가 바닥을  기게 한 경우는 없었다는 점에서 위기감을 극대화시킨다. 정부, 기업, 가계라는 3각 경제주체들 사이에 건설업에 대한 불신이 지금처럼 심했던 경우를 우리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 배경의 일단에는 정부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제부터라도 건설업의 신뢰회복에 보다 적극적으로 정책당국이 나서 줄 것을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동일한 경기위축선상에 있는데도 유독 건설업에 대한 금융기관의 대출만이 크게 둔화되고 기피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건설업을 가장 먼저 손봐야 할 업종으로 부각시킨 정책당국의 처사와 무관치 않다. 물론 구조조정의 대상에 오른 것을 나무라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필요 이상으로 건설업종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떠들어댄 요란스러움을 탓하고 싶은 것이다. 기업 구조조정 얘기만 나오면 건설업종이 감초처럼 거론되는 현재의 분위기로는 결코 건설업의 회생에 결코 청신호가 울릴 수 없다. 구조조정이란 사안을 빨리 매듭짓지 못하는 처사도 건설기업 신뢰 추락의 변수일 수 있다.


 분명 제조업의 위축을 방치한 채 위기극복을 기대할 수는 없다. 건설업의 신뢰회복에 신경을 써야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