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하부 지장물 매설현황 정확히 파악하고 위험성 평가 필요”
공동 발견 위한 지표투과레이터(GPR) 검사 맹신은 금물
서울 도심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땅꺼짐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싱크홀’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국민들은 언제 어디에서 땅 밑으로 쑥 빠질지 몰라 길 다니기가 불안한 실정이다. 땅꺼짐 방지에 대한 지금까지의 정책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철저하게 점검하고 조속히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8월 29일 서울 연희동 4차선 도로에서 땅꺼짐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도로를 지나던 차량 한 대가 땅꺼짐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지하로 떨어지면서 차에 타고 있던 노부부가 중상을 입었다. 땅꺼짐 규모는 가로 4m, 세로 6m, 깊이가 2.5m에 달했다. 그런데 하루도 안 돼 사고가 발생한 지점으로부터 30m 떨어진 지점에서 또다시 2차 땅꺼짐이 발생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답답하고 미칠 노릇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난 5월 1차 땅꺼짐이 발생했던 지점에 대해 지표투과레이터(GPR) 검사를 실시했는데도 불구하고 공동구간을 발견하지 못했다. 또한 1차 땅꺼짐이 발생한 이후 그날 저녁 사고지점을 중심으로 1km 구간, 8차선 도로 전체를 지표투과레이터(GPR) 검사를 다시 실시했지만 공동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인 8월 30일 또다시 2차 땅꺼짐이 30m 떨어진 지점에서 발생했다. 지표투과레이터(GPR) 검사를 맹신할 수 없는 이유다.
1차 땅꺼짐 원인은 인근 사천 빗물펌프장 유입관로(터널) 공사의 영향과 7~8월 국지성 호우 등에 따른 지하수위 상승에 따른 지반약화 등에 의해 발생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고지점 전후방에는 굴진을 위한 추진기지가 위치하고 있다. 관로 터널 내부에서 발생했던 용수의 유출량과 토사 발생량을 월별로 파악하면 이번 땅꺼짐에 대한 영향 유무를 개략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1차 땅꺼짐에 대해 서울시는 상하수도관의 누수에 따른 영향은 없었다고 발표했다. 서울시는 사고 발생 당시 상하수도관이 지나가지 않는다고 언론에 발표했다. 그러나 상하수도관의 누수에 의한 원인을 다시 한번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유는 1차 땅꺼짐이 발생했던 위치에서 슬러지로 막혀있는 오수관이 언론에서 촬영한 사진이나 동영상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또한 사고지점 인근에는 우수관, 상수도관의 맨홀뚜껑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는 상하수도관이 도로에 매설돼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2차 땅꺼짐이 발생된 곳에는 하수관거가 있다는 일부 언론보도도 있었다.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 보아 상하수도관이나 하수관거가 도로 하부에 매설돼 있고 이로 인한 영향으로 땅꺼짐이 발생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를 통한 문제점을 살펴보면 도로를 관리하는 도로관리기관이 도로 하부에 매설된 지장물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가 의문이다. 이번 기회에 도로 관리주체는 도로에 매설된 상하수도관의 매설연도(노후정도), 종류, 깊이, 위치 등에 대한 3D 지하지도 자료의 신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를 근거로 매립지 등의 지반조건이나 지형조건, 그동안 땅꺼짐이 발생한 이력, 호우에 따른 침수 위험 정도, 인근에서 굴착공사 진행여부, 차량 진동하중 등을 고려하여 지반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평가해야 한다.
이를 근거로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시굴을 통한 계측관리나 지표투과레이터(GPR) 검사를 실시해 땅꺼짐을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
지하안전법에 따라 공동탐사는 일률적으로 5년에 1회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발생빈도가 너무 긴 단점이 있다. 따라서 3D 지하지도와 위험도 평가 자료를 바탕으로 함몰이 예상되는 위험성 높은 도로를 중심으로 육안조사와 공동탐사를 실시하고 그 빈도도 탄력적으로 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나 정부에서 관련 예산을 증액시킬 필요가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땅꺼짐 사고는 전국에서 958건이 발생했다. 2019년 193건, 2020년 284건, 2021년 142건, 2022년 177건, 지난해 161건이 발생했다. 해마다 평균 191건이 발생하며 이틀에 한 번꼴로 땅꺼짐이 발생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통계를 보면 땅꺼짐 발생현상은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하수관은 부설하고 나서 20년 정도가 지나면 땅꺼짐이 발생하는 빈도는 크게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30년 정도가 되면 땅꺼짐은 급격히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땅꺼짐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굴착 공사장을 면밀히 살피는 것과 함께 노후 상하수관에 대해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보수하는 일도 같이 병행할 필요가 있다.
현재 땅꺼짐으로 인해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중대시민재해에는 포함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도로나 보도에서 발생하는 땅꺼짐 사고도 중대재해처벌법상 공중이용시설에 포함하여 관리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관리주체가 안전 및 유지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예산과 인력을 확보한 상태에서 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안타까운 땅꺼짐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회와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