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일보 조성구 기자] "전기차 자체의 안전성 강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이번 화재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이지 않나요. 전기차 충전소, 전기차 주차장과 무슨 연관이 있나요?"
최근 발생한 전기차 화재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와 통화 중에 들은 말이다.
지난주 인천 서구 청라 지역 아파트 지하 주자장에서 발생한 화재의 불똥이 애꿎은 전기차 충전 업계에 번질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화재는 주차된 상태의 전기차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는 충전 중인 상황도 아니었고 심지어 충전소 주차장이 아닌 일반 지하 주차 구역에 주차된 상태였다.
하지만 다수의 언론이 이번 화재가 전기차 충전시설에서 비롯된 것처럼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기차 충전시설과 전기차 주차시설의 지상 설치를 유도하고 안전설비를 강화해야 한다는 논조의 기사가 다수 작성되고 있다.
아파트 입주민들이 자신들의 지하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소 설치를 금지하는 규약을 제정하고 있다는 자극적인 리포팅도 하고 있다.
물론 전기차 충전시설의 안전을 강화하는 것은 업계의 발전을 위해 당연히 필요하다.
현재 100가구 이상 신축 아파트에는 총 주차 대수의 5%, 기존 아파트는 2%만큼의 전기차 충전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한다.
하지만 충전기를 지하 또는 지상, 어디에 설치할 지는 법률에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소방당국은 가능하면 지상에 설치하도록 권고하지만, 비바람 등 환경적인 이유와 어린이 보호, 미관상의 이유로 지하에 설치하는 것이 낫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이와 관련된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폐기됐고 아직 입법을 준비하고 있지 않다.
올해부터 지하 3층보다 아래층에는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할 수 없는 규정이 생겼지만 이마저도 관련 법령이나 시행령, 시행규칙이 아닌 공고에 담겨있어 무시해도 강제할 방법은 없다고 한다.
다만 이와 같은 정부와 국회의 직무유기를 지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전기차와 전기차 충전사업은 구분해야 한다.
8일 이후 정확한 화재조사결과 발표가 나온다고 하지만, 이번 사고는 화재가 발생한 벤츠 코리아(주)에 원인을 묻고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사가 화재 원인을 밝히는 것이 상식적이다.
전기차에서 사고가 났으니 전기차 충전소 설치를 금지하자는 논리는 "우리집 앞 도로에서 내연차 교통사고가 발생했으니 여기서는 운행을 못하도록 이 도로 길가에는 주유소를 설치하지 말라"는 이상한 억측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