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C급 소화기·D급 소화기 어떤 것을 사용할지 헷갈려
형식적·보여주기식 서류 중심서 탈피 실질적 이행 필요하다
최근 경기도 화성 아리셀 리튬전지 공장 화재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을 살펴보면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요구하고 있는 비상조치 매뉴얼과 근로자들에 대한 안전교육 등은 그저 종이쪼가리에 불과한 무용지물이었다. 거기다가 리튬전지 화재로 인해 우왕좌왕 하다가 초기 진화에 실패했고, 샌드위치 판넬에서 유독가스까지 뿜어져 나와 대피 시간을 놓친 희생자들이 그대로 고립되면서 피해를 키웠다.
이번에 발생한 리튬전지 공장 화재로 리튬배터리가 들어가는 전기차에 대한 화재 사고에 대한 불안도 커지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곳은 군납품 1차 전지 공장이어 전기차에 사용되는 2차 전지와는 다르다고 하지만 국민들은 2차 전지도 위험성이 크지 않느냐며 불안해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리튬은 더 높은 에너지 밀도와 긴 수명으로 전자기기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특히 친환경 전기차가 각광받으면서 최근에 이러한 리튬을 이용한 배터리들도 주목받고 있다. 높은 에너지를 담아 빠르게 방출하는 물질이지만 그만큼 ‘잠재적 폭탄’으로 알려져 있다.
리튬 배터리 화재는 열 폭주 현상으로 인해 진화가 어렵다. 내부에서의 발열이 계속해서 발생하기 때문에 불이 진화된 것 같더라도 사실상 재점화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열 폭주는 배터리 내부의 온도가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상승해 여러 부반응을 일으키다 폭발로 이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열 폭주 현상의 원인과 과정은 제조 결함, 과 충전 및 방전, 외부 가열, 외부 충격 등에 의해 발생한다. 이외에도 리튬배터리 화재는 진압 시 물에 용해되면 오염수가 발생해 위험을 가중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4가지 요소인 양극, 음극, 두 극의 접촉을 차단하는 분리막, 이온의 원활한 이동을 돕는 매개인 전해액으로 구성된다. 충전될 때 리튬 이온을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시키고, 방전될 때 다시 양극으로 돌아올 수 있게끔 해 반복적으로 충전 및 방전 상태가 된다. 충전 시에는 강제로 리튬 이온이 음극으로 이동하며 화학적으로 불안정한 상태가 되는데, 그 중에서도 전지가 완전히 충전됐을 때가 가장 불안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 때 가장 흔히 화재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기자동차는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20년(2만108대) 대비 2022년 기준(38만9,855대)으로 약 15배 이상 증가했다. 주택건설기준에 따라 30세대 이상 신축아파트는 총 주차대수의 7% 이상 이동식 충전기 콘센트를 의무 설치하도록 하고 있고 친환경자동차법에서는 100세대 이상 신축 아파트는 총 주차대수의 5% 이상, 기축 아파트는 2025년 1월까지 2% 이상 충전시설 의무 설치토록 함에 따라 충전 인프라 또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전기자동차 화재도 국토교통부와 소방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기차 화재 사고는 72건으로 3년 전인 2021년보다 3배가 증가,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아파트는 전기차 충전시설이 대부분 지하주차장에 설치돼 있어 화재가 발생할 경우 위험이 더욱 크다. 지하주차장은 밀폐돼 환기율이 낮고 차량 밀집도가 높아 전기차 한 대에서 화재가 발생하게 되면 대형 사고로 번지기 쉽다. 또 출입구가 좁아 소방차의 진입이 어려워 진화작업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전기차 화재는 진압이 어렵고 진압에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파급력이 크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특히, 대규모 인원이 거주하는 공동주택의 경우 주로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주차 및 충전이 이뤄지고 있어 전기차 화재 발생 시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와 대비가 필요하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기차 화재로부터 안전한 주거환경 조성을 위해 발간한 ‘공동주택 전기자동차 화재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전기차 지하 충전구역 지정은 지하 3층 이하는 피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전기차 충전구역과 소화기는 5m 이상 이격된 위치에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전기차 화재는 A, C급 화재에 해당돼 적응성이 있는 전기적 비전도성 수계형 A, C급 소화기를 설치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나 언론, 인터넷 블로그,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에서는 전기차 화재나 리튬 배터리 화재 진압용으로 D급 소화기(금속화재 소화기 제품)를 사용토록 하고 있다.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A, C급 소화기를 사용해야 할지 D급 소화기를 사용할 지가 헷갈린다. 정부는 정확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리튬(금속 고체)은 위험물안전관리법 시행령 별표1을 기준으로 제3류인 알칼리 금속으로서 자연 발화성물질 및 금수성 물질에 해당된다. 리튬 관련 위험물안전관리법 정보(MSDS)에 따르면 적절한 소화제는 알콜 포말, 이산화 탄소 또는 물분무를 사용하여야 하며 질식 소화 시에는 건조한 모래 또는 흙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리튬은 위험물질에 해당하지만, 아리셀 공장처럼 리튬이온 배터리 형태로 다뤄진다면 MSDS 관련 법률에는 적용받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A, C급 소화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조금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번 아리셀 공장 화재와 관련 희생된 근무자 다수가 비상계단 등을 통해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반대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 작업자 증언에 따르면 아리셀에서는 제품을 출구 쪽에 팔레트에 물건을 다 올려놔 막아두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래서 출구를 찾기가 더 어려웠고 안전교육을 받은 것도 없으며 출근할 때부터 앉아서 일만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상조치 계획과 안전교육 계획에는 분명히 비상 탈출로와 안전교육 계획 등이 제시돼 있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형식적이고 보여주기식 서류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이행이 되도록 국민과 정부가 적극 관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