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공사비 갈등’ 물꼬 트이나
건설업계 ‘공사비 갈등’ 물꼬 트이나
  • 이경옥 기자
  • 승인 2024.06.14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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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물가 변동 배제 특약' 무효 판결 확정

= 원자재 가격 급등·물가 상승 등 공사비 부담

= 공사비 갈등 소송 많아… 공사 포기 ‘수두룩’

= 위례신사선 등 민자투자사업 포기 등 속출

= 쌍용·KT 공사비 분쟁 소송 등 향후 판례 ‘기대’
최근 대법원이 물가 변동 배제 특약 무효 판결을 확정해 건설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사진은 2023 판교KT 신사옥 공사비 갈등 규탄 시위 현장으로 사업에 참여했던 다수의 시공사들이 막대한 추가 공사비 부담을 떠안은 대표적 사례.

[국토일보 이경옥 기자] 공사비 갈등으로 시름하는 건설업계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최근 대법원이 ‘물가 변동 배제 특약 무효’ 판결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민간공사 계약에서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액을 막는 ‘물가변동 배제 특약’의 효력을 제한할 수 있다는 판결이다.

‘물가 변동 배제 특약 무효’ 첫 판례

대법원은 최근 부산의 한 교회가 건설사를 상대로 공사비를 돌려달라고 낸 사건에서, 건설사 손을 들어줬다. 계약 당시 ‘물가 변동 배제 특약’ 조항을 넣었음에도 이를 무효화한 첫 판례다.

건설사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공사가 지연됐고,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다면 계약 당사자 간 특약에도 불구하고 공사비를 조정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건설업계는 이번 판결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 물가 상승 등으로 전국에 공사비 청구 소송 등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쌍용건설-KT 판교사옥 건설대금 171억원 추가 요구 소송, GS건설·서울 강북구 미아3구역 조합 상대 공사비 323억 추가 지급 요구 소송, 포스코이앤씨 송도신도시 국제업무단지 B5블록 신축공사 제이프로젝트 PFV 상대 100억원 규모 추가 공사대금 청구 소송, 롯데건설 송파구 거여 2-1구역 재개발조합(107억원)·강남구 대치2지구 재건축조합(85억원) 등 공사대금 소송 등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수많은 소송 건이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판례로 건설업계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할 수는 없어서 희소식이라고 말하기엔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이번 판례는 그동안 건설업계에 불리하게 작용돼 오던 판례를 뒤집은 최초의 판례로, 재판부도 시대적 변화를 감안했다고 본다”면서 “유사한 현재진행중인 소송 사건들이 많은데, 앞으로 이런 분위기가 확산 조성되지 않겠느냐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또한 사실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0년 이후 확 바뀐 건설현장

‘물가 변동 배제 특약’은 발주자가 계약 당시 유리한 조건을 정하는 것인데, 사실상 건설업계도 2020년까지는 입찰금액으로 공사를 할 노하우를 갖추고 있어서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2020년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코로나, 러시아 전쟁, 노조 파업, 물가 상승, 원자재가 상승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맞물리면서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공사비 상승폭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1위 건설사인 현대건설마저 리모델링 공사하는데 300억원이 더 드는 상황이 왔다. 한 회사 만의 이유라고 하면 그 회사가 잘못했다고 하겠지만 KT 공사만 해도 현대, 쌍용, 롯데, 한신 등 물가 변동 배제 특약에 의해 수백억원의 손실을 보고 있는 게 현실이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이것은 “건설사들이 참고 넘어갈 수준의 금액이 아닌 상황이다”면서 “공정위도 이런 약관에 대해 공정한 계약 관행에 대한 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위례신사선 등 민투사업 ‘막막’

이같은 현상은 17년째 첫 삽을 뜨지 못한 위례신사선 민자투자사업 같은 SOC 사업에도 번지고 있다.

이 사업 역시 삼성물산이 제안을 했다 사업성이 없어 포기한 이후 GS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최근까지 협상을 이어왔지만 결렬됐다.

입찰 당시의 공사비로는 도저히 사업을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큰 이유다.

서울시가 하반기 중 제3자 제안 공고문을 재공고하고, 우선협상대상자를 다시 정한다고 밝혔지만, 건설업계에서는 “GS컨소시엄마저 사업성이 없어 포기한 사업이어서 공사비를 대폭 증액하지 않는 한 제3자 제안 공고에 구미를 당겨할 건설사는 아마 없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경옥 기자 kolee@ikl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