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서 실질적으로 일할 시공기술자 절대적으로 부족
부실시공.하자방지 위해 '건설산업기본법' 시공기술자 배치기준 확대해야
무더기 하자와 부실시공에 대해 국민들이 건설업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사후약방문 식으로 건설사들이 부랴부랴 품질관리를 하겠다고 천명하고 있지만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1군 건설사로 꼽히는 대형건설사들의 시공현장에서 부실시공 의혹이 연이어 제기되고 있어 국민들은 불안을 넘어서 이제는 분노를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쌓아온 건설기업들의 브랜드 타격은 상당기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초 발생한 광주 화정동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와 2023년 4월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붕괴됐을 때 정부와 건설업계는 부실시공을 방지하겠다고 약속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전남 무안군의 한 신축 아파트에선 건물 외벽이 휘고 벽면이 뒤틀린 모습이 발견됐다. 이뿐만이 다수의 하자도 발견됐다.
사고만 터지면 나오는 단골 레퍼토리이지만 국토교통부는 향후 6개월 내 입주가 예정된 171개 단지 가운데 최근 부실시공 사례가 발생한 현장, 최근 5년간 하자 판정 건수가 많은 상위 20개 시공사의 현장, 벌점 부과 상위 20개사의 현장 등 총 23곳을 특별점검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건설사들은 안전관리 외에 시공현장의 품질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일부 건설사는 품질관리 시스템 강화와 스마트 건설기술을 활용한 품질관리를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이렇게 한다고 부실공사와 하자가 줄어들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품질관리 시스템과 첨단 스마트 건설기술을 활용한다고 할지라도 이를 관리하고 실행할 시공기술자 수가 건설현장에서는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품질관리 시스템이 잘 마련돼 있다고 할지라고 실질적인 운영은 현장의 시공기술자가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공기술자의 법적 배치기준을 구체화하여 확대할 필요가 있는 이유이다.
현재 건설현장에서 공사를 직접 담당할 실무인력인 시공기술자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법적으로 품질관리 업무만을 담당해야 할 품질관리자와 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해야 할 안전관리자가 공사업무를 겸해서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모든 현장이 그러지는 않겠지만 최근 방문했던 150억 원의 건축공사 현장 이야기이다. 배치된 직원은 현장소장 1명, 품질관리자 1명, 안전관리자 1명이 공사를 수행하고 있었다. 이 현장은 총공사비가 100억 원 이상 건설공사로서 중급품질관리 대상공사 현장에 해당된다. 법적으로 품질관리 건설기술인은 중급 1명과 초급 1명이 배치돼 업무를 수행해야 하지만 1명만 배치돼 있었다. 배치된 품질관리자는 품질관리 업무만을 전담으로 해야 하지만 공무 업무를 겸해서 수행하고 있었다. 더 가관인 것은 경영학을 전공했던 전담 안전관리자는 안전관리 업무 외에 공사 관리 업무를 겸해서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런 실정이니 부실공사와 하자가 생기지 않는 것이 이상할 일일 것이다.
법적으로 건설현장에 배치돼야 할 시공기술자 수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없는 상태다.
건설산업기본법 제40조(건설기술인배치) 제1항에 따라 건설현장에는 시공관리와 품질, 안전 등을 위해 건설기술인(현장대리인) 1명 이상을 배치토록 하고 있다. 현장대리인을 배치하는 것 외에 실제 건설현장에서 공사를 직접 담당할 시공기술자에 대한 구체적인 배치기준은 없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아무리 낙찰가를 잘 받더라도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 최소한의 시공기술자만 배치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건설현장의 시공관리는 제대로 이뤄질 리가 없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건설기술인(현장대리인)을 배치하는 것 외에도 건설기술진흥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관련 업무 수행을 위한 건설기술인을 배치토록 하고 있다.
건설기술진흥법 제64조(건설공사의 안전관리조직)에 따라 안전총괄책임자(현장대리인), 안전관리책임자, 안전관리담당자를 배치해 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토록 하고 있다. 사실 안전관리책임자, 안전관리담당자는 공사를 수행하면서 기술적인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건설기술인이다. 넓게 해석하면 현장에는 최소한 현장대리인외에도 기술안전 업무를 담당할 시공기술자 2명 이상이 배치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래도 그나마 LH의 경우에는 LH 착공업무지침에서 현장대리인, 공사책임자(공종별), 공무책임자, 품질관리자, 안전관리자, 공종별 기술자를 배치토록 하고 있다. 물론 시공기술자 1인이 담당하는 세대수는 150~240세대로 제대로 관리가 될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시공기술자 배치를 구체화 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해외 건설공사의 경우 1,000억 원 공사에서 시공기술자가 30~40명, 검사원이 50~60명 정도가 동원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실정은 해외에 비해 시공기술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공동주택의 경우 1,000억 원 이상 아파트의 경우 시공기술자 1인당 64~212세대까지 담당하고 있다. 시공기술자가 마감공사를 시작해서 준공 때까지 거의 1번도 들어가 보지도 못하는 방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건설산업기본법에 시공기술자 배치 인원수를 구체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건설현장의 시공기술자 배치 기준에 대한 구체화를 이야기 하다보면 건설업계의 반대론이 등장하게 된다. 건설업계는 건설기술인 구인의 어려움과 인건비 부담에 따른 공사비 상승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제는 부실시공과 하자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대승적 차원에서 시공기술자 배치 기준 구체화에 찬성할 필요가 있다. 단돈 몇 푼 아끼려고 더 이상 건설의 산뢰를 떨어트려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