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이 주택사업을 기피하고 있다. 고금리와 고비용을 감내하며 사업을 벌였다가는 자칫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반기 내내 이어진 암울한 분위기는 하반기에도 달라질것 없어 보인다. 지난 23일 열린 상반기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11차례 연속 기준금리가 동결됐다. 이로써 하반기에도 금리인하 가능성이 낮아졌으며, 분양사업을 하고 싶어도 자금조달 리스크가 너무 큰 상황이 이어지게 됐다.
그 결과 주택업계는 안정적인 사업성을 갖춘 ‘공공택지 분양’도 포기하는 분위기다. 지난 1월 우미건설이 인천 ‘가정2지구 B2블록’을 포기한데 이어 4월에는 라인건설이 울산 ‘다운2지구 B-6블록’ 계약을 취소했다. 5월까지 총 9건이 발생했으며, 지난해 계약 해지된 연간 5건을 훌쩍 넘어섰다.
결국 협회를 중심으로 상황파악이 시작됐다.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가 나서 회원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7개 업체가 공공택지 계약해제를 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연초 9건의 공공택지 계약해지에 이어 7건의 추가 계약해지가 발생할 것처럼 보였다. 우려스러웠다.
그러나 협회에 입장을 밝힌 7개 업체는 다른 속내가 있었다. 그 속내는 취재를 통해 밝혀졌다. 금호건설과 동부건설은 인천 검단신도시 공공택지를 매입할 때 묶여서 함께 매입한 지원시설용지(오피스텔, 근린생활용지) 사업만을 계약 해지하고 싶어 했다. 한 덩어리로 매입한 토지에서 알짜인 아파트 사업만하고 수익성이 나빠진 토지는 매각하고 싶다는 억지의견을 낸 것이다.
다른 사례로 동양동탄주택은 경기도 남양주의 역세권 용지를 계약해제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회사의 속사정은 사업성 저하가 아닌 회사차원의 주택사업 축소로 파악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사 자료에는 LH가 계약해지를 차일피일 미뤄 업체가 피해를 받는 것처럼 서술됐다.
기타 3개 업체는 상업용지로 규모가 작은 케이스였고, 마지막 1개 업체만이 조사의 취지에 부합한 ‘사업성이 떨어져 택지를 포기한 케이스’로 설명됐다.
조사결과를 받아 든 두 협회도 국토교통부와 LH에 건의할 내용은 아닌 상황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두 협회의 조사자료가 유출되며 의도치 않은 문제가 발생했다. 두 협회가 5월 14일에 집계한 ‘공공택지 계약해제 희망업체 현황’이 3일 뒤인 17일에 그대로 보도되며 파장이 시작됐다.
이 자료는 업계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자료로 대외비다. 그러나 17일에 이 자료를 근거로 한 기사가 보도됐다. 협회가 업계의 의견을 물어 정부기관과 논의하는 절차가 생략된 채 내부자가 언론에 공개한 것이다.
취재가 이어지자 협회 조사에 입장을 냈던 업체는 난색을 표했다. 작은 해법을 기대하며 제시했던 의견이 자칫 자신들의 사업진행에 차질을 줄 수 있게 된 것이다.
한 예로, 금융권이 사업성을 파악하고 PF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택지를 매각하려 했다’는 보도는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분양마케팅에서도 악재로 작용할 것이 자명하다.
결국 연초부터 이어진 ‘공공택지 계약해지 논란’은 다소 과장된 이야기로 파악됐다. 주택업계가 고금리·고비용인 상황에서 공급을 줄여가고 있고, 그 과정에서 작은 조정이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주택업계가 공급 침체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주택관련 직무 담당 직원들이 대거 일자리를 잃고 있고, 부동산 개발업계는 ‘부동산PF 사업성 평가’로 줄초상을 겪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택협회의 자료 유출은 헤프닝이 아닌 업계를 무시한 처사로도 보여진다. 각성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