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사용하고 있는 ‘안전문화’라는 용어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그 개념이 제창된 ‘안전문화’는 우리나라에서도 1995년부터 사용했는데, 벌써 30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이 친숙한 용어인 안전문화의 개념을 손에 넣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기업의 관점에서 ‘안전문화’를 대략 정의한다면 “안전과 관련돼 조직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믿음”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조직구성원이라는 주어에서 보듯이 ‘안전문화’는 ‘조직문화’와도 직결된다. 조직문화란 말도 한 개인의 생각이 아닌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당연하다고 여기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안전문화를 이해하거나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조직의 전반적인 문화와 시스템을 같이 고려해야 할 것이다. 즉, 안전만을 별도로 생각할 수 없다는 말이다.
기업의 조직문화이자 안전문화의 핵심요소로 다음과 같은 사항을 들 수 있는데, 이러한 요소들이 자리 잡을 때 안전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최고경영자(CEO)의 안전에 대한 철학이다.
기업의 미션, 비전, 핵심가치, 경영이념 등은 CEO의 경영철학이며, 조직 구성원들이 어떠한 행동을 하거나 의사결정을 할 때 기준과 방향을 제시하는 이정표다. 최근에는 ESG경영과 관련해 고객안전, 사고Zero 등 안전에 대한 것들이 많이 포함되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안전에 대한 경영철학과 이를 바탕으로 한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이 조직의 최상층부터 근로자에게까지 스며들어 행동으로 연결되고, 일관성 있게 추진됨으로써 기업의 안전문화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현장에서의 원할한 소통이다.
CEO의 안전철학이 아무리 홀륭하다고 해도, 안전경영을 위한 구성원 간의 소통통로가 막혀 있으면 이를 실현할 수 없을 것이다. 관리자와 근로자 간의 정보 비대칭성을 줄이고, 구체적이고 정확한 정보가 전달될 때 현장의 안전도 확보된다. 따라서, 구성원 상호 간의 감정을 이해하며 수용하는 자세와 공감하는 태도를 바탕으로 소통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끊임없는 위기관리 대응 훈련이다.
현장에서 직면할 수 있는 최악의 상태를 고려하고, 그 상황에 대한 역할분담과 시나리오별 대응 매뉴얼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체계가 갖춰지면 정기적인 훈련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미국 911 태러 시 모건 스탠리의 기적(73층에 입주에 있던 2,700여명의 직원 중 희생자 13명에 불과, 연 4회 재난대비 훈련을 8년 넘게 실시)은 체계화 된 매뉴얼과 반복된 훈련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산업안전 대진단’도 기업의 안전보건관리체계 즉 안전문화를 진단하고, 컨설팅·교육·재정 지원 등 맞춤형 처방을 통해 안전수준을 개선하는 것이다. 자가진단 항목만 봐도 위의 세 가지 핵심요소에 대한 진단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CEO의 안전철학은 ‘사업주의 안전방침과 구체적인 목표’, ‘안전관리 조직 및 예산’ 항목에, 현장에서의 소통은 ‘노·사합동 위험성평가 실시’, ‘근로자들의 안전개선을 위한 자유로운 건의·제안’,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 및 TBM’, ‘안전보건교육’, ‘안전보건관리체계 운영에 대한 점검·평가’ 항목에, 위기관리 대응은 ‘작업장의 위험도 인식’, ‘중대 위험요인에 대한 대응정도’, ‘비상상황에 대비한 정기적인 훈련’, ‘아차사고 등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 개선·실행’ 항목에 녹아들어 있다.
이 쯤되면 ‘안전문화 대진단’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이를 생산성, 품질, 비용, 이윤, 고객만족 등 조직의 다른 분야에 대입하면 ‘조직문화 대진단’도 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쪼록 ‘산업안전 대진단’을 통해 기업 전반의 안전문화를 점검함으로써 산업재해 예방을 넘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안전에 대한 마인드를 넓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