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일보 현장25時] “형식적 안전점검은 부실 안전 초래한다”
[국토일보 현장25時] “형식적 안전점검은 부실 안전 초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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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3.1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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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기 국토일보 안전전문기자/공학박사/안전기술사/안전지도사

건설현장 안전점검 총 20분, 충실한 안전점검 이뤄질 수 없어
형식적이고 목표달성 위한 보여주기식 안전점검 더 이상 안 돼

최 명 기 박사
최 명 기 박사

꽃피는 봄, 대한민국 건설현장은 해빙기 안전점검으로 온통 들썩거리고 있다. 그런데 왜 점검결과 양호하다고 판단됐던 곳에서 사고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안전하고자 실시하는 안전점검이 오히려 부실 안전점검으로 전락되고 있다. 안전점검의 실효성을 면밀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지난주 서울 소재 모 건설현장에서 근무하는 현장 관계자의 전언이다. 관할 구청에서 해빙기 안전점검을 나왔고 점검 요원은 전문가 1명, 구청 직원 포함 2명이 실시했다고 한다.

문제는 점검시간이 상식을 뛰어넘을 정도로 너무나도 짧았다는 점이다. 점검반이 현장에 도착해 현장을 둘러보고 시스템 입력 등 서류작업까지 마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불과 20분 남짓이었다고 한다.

물론 현장 규모가 작아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건 안전점검이라고 할 수도 없는 형식적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그런데 더 가관인 것은 당일 오전에 이 현장을 포함, 모두 4개소 현장에 대해서 안전점검이 이뤄졌다는 내용이다.

아무리 그 분야 최고의 전문가일지라도 고작 20분 현장을 보고서 현장의 유해위험요인을 도출하고 개선방안까지 제시하기에는 시간적 한계가 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서울 시내를 포함해 전국 곳곳에서 공공연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니 점검을 받은 현장에서 사고가 안 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물론 관할 구청 입장에서도 할 말은 많을 것이다. 구청직원 수는 적고 점검해야 될 대상 현장 수는 많고 동행할 전문가 일정잡기도 어려워 그럴 수밖에는 없었다고 항변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틀린 말이 아니다. 문제는 가용할 자원은 고려하지 않고 단기간에 너무 많은 현장을 점검하는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이런 상황을 중앙 정부도 모르는 바는 아닐 것이다. 아니, 오히려 이런 상황을 더 부채질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번 기회에 안전점검의 문제점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짧은 시간동안 다량의 현장을 단기간 내에 점검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형식적이고 목표 수를 채우기 위한 보여주기 위한 안전점검을 더 이상 해서는 안 된다. 이와 더불어 외부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이러한 점검방식의 동행에 더 이상 동참해서는 안 된다.

이제부터라도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 근본적인 안전점검이 될 수 있도록 점검 방식을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국토교통부가 광주 화정동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 이후 시범적으로 운영하였던 특별점검에서 그 대안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점검기간은 통상 한 개 현장에 대해서 2일에서 3일 동안 수행됐다. 점검인원은 국토교통부, 외부 전문가와 구청 공무원을 포함하여 10명에서 12명이 참여했다. 점검 분야는 안전, 품질, 하도급, 감리분야, 민원 등에 대한 다각적인 측면의 점검이 이뤄졌다. 점검할 때는 육안점검 뿐만 아니라 콘크리트 품질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균열측정기, 콘크리트 비파괴 시험기, 철근 탐지기를 동원했다. 특별점검 대상 현장은 사고가 발생했고 민원이 많이 발생됐던 현장위주로 선정됐다. 점검 결과에 대해서는 과태료와 벌점이 부여되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현장과 감리단 입장에서는 피곤할 수밖에는 없는 노릇이다.

이외에도 특별점검은 많은 인원과 일정이 소요되는 단점을 안고 있어 운영하는 주관부서에도 예산과 일정협의, 전문가 섭외, 추후 행정처리 등으로 피곤한 노릇이다. 그러나 품질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특별점검은 꼭 필요하다.

모든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안전점검을 한다는 것은 사실 비효율적이다. 모든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무리하게 점검을 하다가는 오히려 부실 안전점검을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선택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현장을 중심으로 특별점검 제도를 운영하고, 점검결과에 따른 홍보효과를 활용해 현장에서 자발적인 안전관리 활동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관계당국은 이제부터라도 안전점검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여부를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