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일보 현장25時] 일본 대지진,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국토일보 현장25時] 일본 대지진,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 국토일보
  • 승인 2024.01.03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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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기 국토일보 안전전문기자/공학박사/안전기술사/안전지도사

건축물 내진성능 확보가 지진 대응 첫걸음… 미실시 건축물, 내진보강 의무화해야
내진설계 건축물, 내진성능 여부 전수조사 필요… ‘건축전기 설비’, 내진안전성 확인해야

최 명 기 박사
최 명 기 박사

지진은 언제, 어디에서 일어날지 모르는 자연재해이다. 우리 모두가 지진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적절한 대책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건축물의 내진성능 확보는 지진에 대한 대응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지진의 발생 주기가 짧아지고 있고 진원 깊이도 불규칙해 한국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 만큼 피해 예방을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

2024년 갑진년 새해 첫날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能登) 반도에서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지금까지 62명의 사망자와 주택 200여동이 무너졌다. 스즈시 등에서는 대규모 토사 붕괴와 도로 함몰이 곳곳에서 속출했다. 설상가상으로 4일부터는 노토지역에 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릴 전망이다. 지진으로 약해진 지반이 많아 더 많은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본지진이 발생하기 전인 2023년 12월 18일에는 중국 서북부 간쑤성에서 6.2 규모의 지진이 발생해 사상자 500여명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수도, 전기, 교통, 통신 등 사회간접자본 시설이 손상되었다. 우리나라도 2023년 11월 30일 경주에서도 규모 4.0의 지진이 발생해서 한때 재난문자 발송문제로 시끄러웠던 때가 있었다.

2023년 2월 6일에는 튀르키예에서 규모 7.8과 7.6의 연이은 대지진으로 인해 사망자 3만 여명이 발생했다. 당시 지진으로 피해가 유독 컸던 이유는 내진설계를 무시하고 건설업체들이 부실시공을 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튀르키예 정부는 부실시공으로 시민의 목숨을 앗아간 건설관련자 100여명을 체포해 형사 처벌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주변 건물은 모두 형체를 알 수 없을 만큼 처참하게 무너졌지만 내진설계와 시공이 완벽한 일부 건물은 균열도 가지 않은 상태로 버티고 서 있기도 했었다.

지난 10월 국토교통부가 국회에 제출한 ‘전국 건축물 내진설계 현황자료’를 보면 내진성능이 확보된 국내 건축물은 101만4,185동으로 나타났다. 내진설계대상 건축물 617만5,659동의 16.4%에 불과한 수치다. 국내 건축물 10동 중 2동만 겨우 내진 성능을 확보한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내진설계에 따라 내진 성능을 확보했다고 할지라도 실제 지진에 대해 견딜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국민들은 불안해 하고 있다. 튀르키예 지진 사례와 최근 인천 검단 아파트 철근 누락 사건에서 보듯이 부실공사로 인해 내진성능을 확보했는지 여부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내진설계가 돼 있는 건축물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내진성능이 확보됐는지 여부를 전수조사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내진설계가 돼 있지 아니한 건축물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내진 보강 의무화를 도입하고 민간 건축주들로 하여금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유인책 마련이 필요하다. 내진보강이 돼있지 아니한 건축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고령자 등을 포함한 재난 취약계층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내진보강을 위한 내진성능 평가비와 공사비의 일부를 국고로 지원하거나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내진보강을 완료한 건축물에 대해서는 지진안전 시설물인증을 부여, 부동산 거래 시 이를 공개해 건축물의 가치를 높이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비구조요소인 케이블트레이, 전선관배관 등 건축전기 설비공사의 내진안전성이 확보됐는지 여부를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한다. 정착부의 건전성, 외적 안전성 구조안전성, 기능성 부족 시에는 지진력에 의해 건축전기 설비가 활동, 전도 또는 낙하,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해 피해를 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경주 지진과 2017년 포항 지진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지진 대비가 얼마나 미흡한지 깨달았다. 특히, 건축물의 내진설계 부족으로 인한 피해가 크게 발생해 정부는 지진방재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이의 일환으로 건축법을 개정, 내진설계 의무대상을 확대했고 기존 건축물의 내진보강을 지원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민간의 경우 우리나라는 지진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는 인식과 함께 내진설계와 내진보강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이제부터라도 인식을 바꾸어 지진에 안전한 건축물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