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리뷰] 철도 상하분리
[전문기자리뷰] 철도 상하분리
  • 신용승 기자
  • 승인 2023.09.1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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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일보 신용승 기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처럼 철도안전이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국민안전이 최우선 돼야 하는 철도가 특정기관의 이익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발생한 영등포 무궁화호 탈선사고의 원인은 돈이었다. 기관사들이 수차례 점검이 필요함을 피력했지만 알짜배기 황금노선이라는 이유로 열차는 멈추지 않았다.

“선로 사용료로 나가는 지출을 위탁업무인 유지보수비용으로 다시 충당하기 때문에 권한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열차정차에 따른 운행손실도 시의성 있는 점검을 방해해 운영과 시설유지보수의 명확한 분리가 필요합니다.”

온전한 철도상하분리가 곧 철도안전 종착점이라는 철도관계자의 뼈있는 한 마디다.

지난 4월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제38조 ‘철로 시설유지보수 위탁’에 관한 조항을 삭제하는 개정안이 국회 국토위에 상정됐다.

정부는 철도안전체계의 객관성 있는 분석을 위해 입장이 첨예한 두 기관과 공동으로 외국 컨설팅그룹에 용역을 발주, 결과에 따라 철도 시설유지보수의 향방이 정해질 전망이다.

어느 날 기자의 출퇴근길이 기억난다.

하루에 최소 2번 이상, 취재가 있는 날은 6번까지도 열차에 탑승한다. 작금의 상황 속에서 가슴 한편 차오르는 막연한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국토의 균형발전과 전국 반나절 생활권의 핵심인 철도 이용객의 안전을 위해 정부가 강력한 자구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철학적 용어에 정반합이라는 말이 있다. 정이 그것과 상반되는 반과의 갈등을 통해 정과 반이 모두 배제되고 합으로 초월한다는 뜻이다.

“철도구조개혁 당시 추진된 철도 상하분리는 20년 동안 이름뿐입니다. 철도노조의 반대로 유지보수가 위탁된 상황에 안전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므로 시설과 운영을 명확히 분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평생을 철도에 몸 바친 전문가의 직언이다.

오랜 세월 유지된 철도 안전체계(정)에 새로운 해결책(반)이 제시된 만큼 정과 반의 모순을 극복한 국민안전 확보(합)방안이 빠른시일 내 정착되길 기대한다.